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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2일에는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울산 북구)의 공직선거법 위반 확정 판결이 내려진다. 이날 대법원에서 윤 의원의 의원직 박탈형이 확정되면 울산 북구는 4·29 재보궐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부활' 여부가 울산 북구에 달려 있는 셈이다.

 

양당은 지난 2일 첫 실무협상을 열고 진보진영 원탁회의 구성과 울산 북구 후보단일화 방식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정치 일정을 헤아렸을 때 양당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3월 중순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의 김창현 전 사무총장과 진보신당의 조승수 전 의원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은 운동과 정치 경력 등에서 경쟁관계를 형성해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분당하기 전 김 전 사무총장은 '자주파'를, 조 전 의원은 '평등파'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은 1년 전 조 전 의원의 '종북주의 발언'을 계기로 갈라섰다.

 

"분당에 집착할 것인가? 현실정치의 판단으로 연대할 것인가?"

 

조 전 의원은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 전체가 종북주의라고 얘기한 게 아닌데 (제 발언이) 그렇게 들려서 본의 아니게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 전 의원은 "후보단일화를 위해 종북주의 발언을 사과할 생각은 없다"며 "(민주노동당에서 후보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종북주의 발언 사과를 요구하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의원은 "여러 차례 미안하다는 얘기를 해온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미안하다'는 등의)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지만 후보단일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 사과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전 의원은 "종북주의 발언만으로 분당된 것이 아닌데 '조승수'를 특정해 분당 이유를 찾는 것은 그 수많은 분당 과정과 이유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분당의 과정에 집착할 것인지, 현실정치의 판단으로 연대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전 의원은 "후보단일화는 선거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지 않으면 후보단일화를 해도 만만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각에서 회자되는 것처럼) 전략공천을 통해 거물급 인사(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나온다면 더더욱 이길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의원의 '이길 수 있는 후보'론은 진보신당에서 후보단일화 방식으로 선호하고 있는 '여론조사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 전 의원은 "후보단일화 방식에는 여러 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방식만 고집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여론조사방식까지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의원은 "민중경선제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제시된 적이 없지만 민주노총 중심의 경선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울산 북구 유권자의 구성을 보면 민주노총 조합원이 소수여서 지역에서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민중경선제로만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전 의원은 민주노동당 지역당원의 강한 거부감과 관련, "다른 정당의 후보에 대해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그런 논리라면 진보신당 안에도 특정인의 비토 분위기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조승수 전 의원과 한 인터뷰 전문이다.

 

"후보단일화, 분당과 연결할 문제 아니다"

 

- 진보신당은 울산 북구 재선거 후보를 결정한 상태인가?

"아니다. 오늘(3일) 회의를 열어서 일정만 확정한다. 3월 12일 확정판결이 나면 바로 선거공고를 해서 후보등록, 선거운동,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23일 후보를 선출하는 것으로 일정이 확정될 예정이다."

 

- 지난 2월 25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울산 북구 후보단일화 추진에 공식 합의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그간 우리도 공식, 비공식으로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러한 국민 여론과 각 당의 생각이 모여 그런 자리가 마련됐다고 본다. (그 논의에) 성실하게 임할 생각이다."

 

- 분당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재선거가 실시된다고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같은 당 안에서 있으면 그런 얘기가 필요없다. 분당의 이유와 과정이 어찌 됐든 독립적인 정당이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자기 후보를 낼 권리가 있다. 다만 선거구 상황이나 국민여론상 (진보정당끼리) 연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 북구에서는 후보단일화 요구가 굉장히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유불리를 떠나서 그런 요구를 성실하게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후보단일화는 분당과 연결할 문제는 아니다."

 

-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울산 북구의 분위기는 어떤가?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노동) 현장도 그렇고, 지역도 그렇다. 후보단일화가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은 후보단일화를 해야 선거판이 제대로 만들어진다는 것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최대 필요조건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측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구청장도 하고 국회의원을 중도에 하차한 것 때문에 '조승수로 단일화하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무협상에서 가장 논쟁이 될 부분이 후보단일화 방식인데, 어떤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기 때문에 개인 의견을 강하게 얘기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 누구나 인정하고 동의할 수 있는 후보단일화 방안이 나오야 한다. 지금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는 안도 고려하되, 이번 선거가 재선거이고 울산 북구의 변화된 지형을 잘 반영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

 

-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란 여론조사방식을 말하는 것인가?

"후보단일화 방식에는 여러 안이 있을 수 있다. 여론조사방식만 고집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방식까지 포함해 논의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 강기갑 대표 등 민주노동당에서 주장하는 '민중경선제'에는 동의하나?

"어떤 방안이든 논의가 가능하다. 그런데 민중경선제라고 하지만 울산 북구에는 전농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있지 않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경선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 북구 유권자의 구성을 보면 민주노총 조합원이 다수가 아니다. 오히려 소수다. 민주노총 관련 선거도 아닌데 민주노총만으로 후보를 결정할 때 지역에서 반발할 수도 있다. 지역정서에 위반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이 (노동) 현장을 어떻게 반영할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 (민중경선제) 한 가지 방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이 없어진다면 민중경선제 수용이 가능한가?

"그 배타적 지지 방침이 형식적 걸림돌이긴 하지만, 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 과연 (민중경선제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안이냐? 실제 투표할 대다수 유권자의 의견이나 정서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민중경선제로만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여론조사방식(일반유권자)과 민중경선제(핵심지지층)를 절충할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좀 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안으로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민중경선제는 한 당에서만 이루어지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법상 문제도 있다. 한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기 위해 여러 정당이 같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는 사례는 없다. 그런데 민중경선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제대로 제시된 바 없다."

 

- 후보단일화를 하면 승산은 확실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후보단일화는 선거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후보단일화하면 누구나 나간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느냐?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지 않으면 후보단일화를 해도 만만치 않다."

 

- '이길 수 있는 후보'론은 후보단일화 방식(여론조사방식 등)과 연동된 것인데.

"그렇다.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후보단일화에 참여하는 후보도, 그 후보를 내는 정당에서도 후보단일화해서 이길 수 있는가 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출마설이 나돌았는데. 

"그 얘기가 조금 나오다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확정판결이 안 나왔기 때문에 후보 공모 등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 여당 대표가 출마할 경우 '이길 수 있는 후보'론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전략공천으로 거물급 인사가 온다면 더더욱 승리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

 

"'특정 후보는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 우문 같지만, 이번 재보선의 의미를 진보대연합까지 염두에 둔 후보단일화와 승리를 통한 의석 확보 중 어디에 두고 있나?

"민주노동당도 당세를 확대하기 위해 이번 선거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진보신당은 원내 진출에 실패함으로써 여러 가지 대국민 창구, 대국회 발언권과 활동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 어떤 방식으로 후보단일화가 진행되든 '조승수 대 김창현'의 대결구도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예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김창현 위원장과 이영희 최고위원 등 3명이 (민주노동)당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아직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들은 바 없다. 누가 후보가 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 두 사람의 경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이영희 최고위원이 시당위원장이고 선거에도 출마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김창현 위원장이 당내에서 더 인지도가 높다."

 

- 두 사람은 여러 모로 '라이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묘하게 비슷한 경력과 이력이 일치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데, 진보정치권의 건강한 경쟁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친구이기도 하고."

 

- 민주노동당 쪽에서는 조 전 의원의 대중인지도나 본선경쟁력을 나름대로 인정하고 있지만 울산지역 당원들의 거부감이 강하다고 들었다.

"최근에는 그런 얘기를 안 하는 것 같다. 다른 정당의 후보에 대해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진보신당 안에는 특정인의 비토 분위기가 없겠나?"

 

- 민주노동당의 분당을 후회해본 적은 없나?

"없다. 물론 분당 과정과 관련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똑같은 상황이 오면 또다시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합당에 부정적인 의견으로 들린다. 

"지금은 합당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두 진보정당이 자신의 정체성과 정책을 가지고 들어가서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게 필요하다. 또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반성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면 모를까 아직은 합당 얘기를 하는 것은 성급하다."

 

"종북주의 발언으로 상처 입은 사람에게 미안하다"

 

- 혹시 분당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종북주의' 발언을 취소하거나 사과할 생각은 없나?

"그 당시에도 여러 차례 얘기했다. 그 얘기만 한 게 아닌데 언론에서 그 얘기를 선정적으로 부각시켰다. 민주노동당 전체가 종북주의라고 얘기한 게 아닌데 (제 발언이) 그렇게 들려서 본의 아니게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미안한 마음이 있다."

 

- 후보단일화 문제를 잘 풀기 위해 종북주의 발언을 사과할 생각은 없나?

"없다. 후보단일화를 위해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제 본의와 다르게 (인터뷰 내용이) 민주노동당 전체가 그럴 것인 양 선정적으로 나가서 마음에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런 얘기를 여러 차례 해와서 그런 차원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 사과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 민주노동당이 조 전 의원으로 후보단일화를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종북주의 발언 사과'를 요구한다면 수용할 생각은 없나?

"수용할 수 없다."

 

- 종북주의 발언과 관련된 조치가 없을 경우, 이후 치러질 10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양당의 선거공조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판단의 문제다. 분당의 과정에 집착할 것인지, 현실정치의 판단으로 연대할 것인지…. (종북주의) 문제와 관련, 저로서는 섭섭한 마음도 있다. 제가 그런 얘기를 안 했다면 분당이 안 됐을까? 당시 혁신안이 부결되는 과정이 있었고, 비대위원장이던 심상정 의원이 탈당에 참여하면서 분당이 현실화됐다. 종북주의 발언만으로 분당된 것은 아니다. '조승수'를 특정해 분당 이유를 찾는 것은 그 수많은 분당의 과정과 이유를 외면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1국 1진보정당' 개념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 언제까지 진보정당의 분당체제가 지속되어야 하는가?

"지금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새로운 좌파정당이 만들어졌다. 많은 나라에서 진보정당의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도 (국민의) 이해나 요구가 복잡해졌기 때문에 '1국 1진보정당' 개념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진보정당들이, 기존 진보정당들이 대변하지 못하거나 빠진 부분을 대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서도 연대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선거에서 연합할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으로 제기된 문제가 개선돼 (양당간) 별 차이가 없어진다면 통합은 자연스럽게 내부에서 찾아올 것이다."

 

- 민주노동당은 '후보단일화'도 '반MB연대'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현 시기 '반MB연대'가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후퇴라는 정치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서민의 삶을 파탄 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정권이기 때문에 민생을 중심으로 한 '반MB연대'가 더 의미가 있다."

덧붙이는 글 | * 오마이뉴스는 김창현 민주노동당 전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태그:#조승수, #울산 북구 후보단일화, #김창현, #종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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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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