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결혼하다 영화스틸컷

▲ 레이첼, 결혼하다 영화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레이첼, 결혼하다>가 2월 26일 개봉했다. 이 작품은 2009년 골든글로브 영화 드라마 부A문 여우주연상이 유력했지만, 북미 일부 언론에서 골든글로브가 이미 앤 해서웨이를 여우주연상으로 낙점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녀의 수상 여부에 약간의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한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 또한 나쁘지 않았지만, <레이첼, 결혼하다>에서 앤 해서웨이가 보여준 연기가 무척 뛰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쉬운 결과임이 틀림없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상당히 진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작품이다. 미국 일부 언론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할 만큼 작품성에 있어 어느 정도 공인받은 영화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인 정서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고 봐야만 이 작품이 전해주는 내용을 명확하게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붙기는 한다.

영화 주인공 앤 해서웨이는 극중에서 킴 역을 맡아 이전 작품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캐릭터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준다. 어린 시절부터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을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하면서 지낸 킴은 언니 결혼식 전까지도 약물중독을 치료하는 재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언니 레이첼(로즈마리 드윗)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족들과 재회한다.

그런데 킴이 가족들과 있는 모습이 어색하다. 그녀의 부모는 이미 오래 전에 이혼했고, 엄마는 재혼한 상태다. 항상 문제만 일으켰던 킴이 돌아온 것이 가족들 입장에서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언제 어떻게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그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가족이란 때론 상처를 주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

<레이첼, 결혼하다>가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 때문에 괴로워한 가족구성원이 어떻게 서로의 상처를 풀어내고 용서하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 것에 있다. 특히 앤 해서웨이이가 연기한 킴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담담하지만 진중하게 극을 이끌어간다.

영화는 첫 시작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녀가 왜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에 갔으며, 언니 결혼식을 위해 돌아온 그녀에게 보여준 가족들의 냉랭하면서도 차가운 시선은 무엇 때문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이 가족들에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슨 문제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초반부터 위태위태하던 가족들의 만남은 결국 어느 시점에 이르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을 숨긴 채 웃는 얼굴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그것이 남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라면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결국 킴이 보여주는 신경질적인 반응의 축사 때문에 가족들은 서로 숨기고 있던 상처를 폭발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족들 간의 심각한 말싸움은 도저히 이 가족들은 서로 화해하고 용서할 수 없을 것이란 절망감을 줄 만큼 격렬하다. 숨기고만 살고 싶었던 서로의 상처를 응시하면서 맞대응하는 것은 모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인내하지 않고 서로에게 감추기만 하는 것은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게 하는 속박일 수 있다.

<레이첼, 결혼하다>에서 가족들이 보여주는 서로간의 소통은 먼저 서로의 상처가 무엇인지 확인한 후에 가능했다. 오랜 시간 자신들의 상처를 숨기며 살기에 급급했던 가족들이 레이첼 결혼식에 참석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가 무엇인지 확인해가면서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은 인간들이 결국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보여주는 한 방편이다. 결국 숨기고 있으면 어떠한 마음의 상처도 치료할 수 없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연출이 뛰어났다

레이첼, 결혼하다 영화스틸컷

▲ 레이첼, 결혼하다 영화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이 작품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인물은 분명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앤 해서웨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녀가 없었다면 <레이첼, 결혼하다>는 이렇게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연기스타일을 보여준 그녀의 연기가 존재했기에 킴이란 인물이 보여준 상처가 더 돋보일 수 있었다.

분명 이 작품은 그녀의 영화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온전히 조나단 드미 감독의 영화라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빈틈없는 연출을 통해 배우들이 보여준 뛰어난 연기가 의도된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앤 해서웨이가 이전 작품과 완전히 다른 연기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조나단 드미 감독의 뛰어난 연출실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작품은 마치 <체인질링>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롱테이크를 이용하여 사실감을 배가시킨 것처럼, 긴 시간동안 카메라를 고정시키면서 배우들이 전달하는 감정을 풍부하게 살려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렇게 의도된 장면들 때문에 가족들이 서로 상처를 건드리면서 싸우고,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들이 설득력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특히 킴이 어떤 심리상태인지 보여주기 위해 가족들을 바라볼 때 흔들리는(핸드헬들 기법) 시선을 많이 사용해 불안한 심리상태를 여과 없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정돈된 연출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조나단 드미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가벼운 작품이 아니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하다

<레이첼, 결혼하다>는 분명 쉬운 작품이 아니다. 관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란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작품임이 틀림없지만 어느 정도 진지하게 영화에 접근할 마음을 가지고 가야만 한다. 그래야 이 영화에서 전해주는 실질적인 감동을 풍부하게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재미로 이 작품을 선택한다면 끝까지 관람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약간 어려움을 동반하는 작품이지만 그만큼 스스로 이 영화를 받아들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작품임이 틀림없다. 영화가 전해주는 감동이 그만큼 묵직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좋은 작품에 목말라 있는 관객들이라면 필수 관람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북미에서 흥행 역시 나쁘지 않았다. 처음 9개 극장에서 개봉하여 최대 391개 극장으로 확대 상영된 이 작품은 무려 136일이란 장기상영에 들어가며 북미에서만 총 1,208만불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제작비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만큼 작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건실한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이 작품은 영화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감독이 어떻게 영화를 연출하느냐에 따라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이 어떻게 영화에서 발휘되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과연 한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03 09:1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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