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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세상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오데트 공주와 지크프리트 왕자. 동화 속에 나오는 악당은 마법사 로트발트다. 마법이 풀린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처럼 큰고니들이 다정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이다.

 

천연기념물 제201호로 지정된 큰고니는 백조로 더 친근하다. 연하장에 자주 등장하던 그 새다. 백조는 해가 뜰 때 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역광을 받아 검은색으로 빛나던 백조는 태양의 높이에 따라 황금색에서 순백으로 옷을 갈아입기 때문이다. 연하장에 자주 등장하던 모습도 그것이다.

 

큰고니를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이른바 ‘백조의 호수’는 강진만 상류 구강포(九江浦)를 일컫는다. 탐진강 등 아홉 곳의 물길이 모여들었다는 포구다. 옛날 제주로 가는 지름길이고, 고려청자를 배로 실어내던 외길 항로이기도 하다. 이 구강포의 갈대밭과 갯벌 위로 백조가 군무를 선보인다.

 

백조는 강진만 북동쪽 칠량면 송로리 구로마을 제방, 그 반대편 강진읍 남포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품은 만덕산 아래 남포둑도 탐조장소로 좋다.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신평마을(해창포구) 철새관측소에서 남포마을에 이르는 비포장 제방길도 괜찮다.

 

이곳에선 이른 아침부터 갈대의 감미로운 속삭임을 선율 삼아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를 볼 수 있다. 입장료도 따로 없다. 구강포는 둑이 높은데다 백조 서식지도 가까워 망원경이 없어도 탐조할 수 있다.

 

백조들을 자세히 보면 우아한 몸짓으로 춤을 추는 것 같다. 긴 목을 활처럼 구부려 자맥질을 하는가 하면, 엉덩이를 잔뜩 들어올린 채 물 속으로 고개를 처박고 먹이를 찾기도 한다. 암수가 커다란 날개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밀어를 속삭이기도 한다. 진짜 ‘백조의 호수’다.

 

백조는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11월부터 찾아와 이듬해 3월까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이 기간 강진만은 큰고니를 비롯 큰기러기, 청둥오리, 물오리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예부터 청정했던 이곳에 갯지렁이나 게, 수초 뿌리 등 먹이가 풍부한 때문이다. 많을 때는 1000마리에서 적을 때는 500∼600마리에 이른다고.

 

백조는 몸길이 130∼140㎝, 몸무게가 7∼8㎏정도로 크다. 날갯짓도 보통 새와 다르다. 가창오리가 짧은 날개를 부지런히 움직여 나는 반면, 백조는 길고 커다란 날갯짓 몇 번으로 우아함을 뽐낸다. 백조가 ‘호수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하얀 몸뚱이 위로 S라인으로 굽어 올라간 가느다란 목, 순백이 퍼덕이는 힘찬 날갯짓에서 고고하고 우아한 멋이 퍼져 나온다.

 

백조라 불리는 큰고니는 기러기목의 오리과에 속한다. 오리과 대부분이 뒤뚱거리는 걸음새 때문에 우스꽝스럽지만 큰고니는 다르다. 덩치가 크면서도 고귀한 외모를 지녀 귀족철새로 분류된다.

 

특히 백조의 비상은 환상적이다. 큰 덩치 때문에 한 번에 날지 못하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듯 몇 번의 달리기 끝에 파문을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사람들의 시선도 독차지한다.

 

보통 새를 관찰한다는 게 어렵다. 가까이 다가가면 날아올라 버리고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조는 비교적 수월하다. 자동차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하여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보는 게 제일 좋다.

 

그러다가도 사람이 차에서 내려 움직이면 백조들 스스로 안전거리를 확보한다. 멀리서 고배율의 망원경으로 관찰해도 좋다. 밀물일 경우 좀더 가까이서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 물때를 맞춰가는 게 좋은 이유다.

 

백조의 호수인 구강포는 강진읍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강진읍에서 완도 쪽으로 가다가 다산초당, 백련사 이정표를 따라 도암 방면으로 접어들면 왼쪽으로 구강포가 펼쳐진다. 구강포는 칠량과 도암 사이로 파고드는 포구다.

 

강진엔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본 다음 가볼만한 곳도 많다. 특히 강진과 다산은 떼놓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0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처음 와서 머물렀던 주막집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가 있었는데 2007년 말 복원됐다. 다산이 묵었던 주막집 골방은 그가 당시 이름 지었던 대로 ‘사의재(四宜齋)’란 현판을 달았다. 복원된 주막에선 손님에게 주안상도 내놓는다. 강진읍에는 또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도 있다.

 

다산 정약용이 후학을 양성하고 〈목민심서〉와 〈경제유표〉 등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다산초당과, 그 초당과 백련사를 잇는 오솔길이 도암면 만덕산(411m)에 있다.

 

이 만덕산은 동백산으로도 불린다. 만덕산에서 구강포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는 백련사가 동백꽃 구경의 포인트. 절 주변에 수백 년 묵은 동백나무 수천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하나씩 꽃망울 터뜨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월출산 자락의 천년고찰 무위사(無爲寺)도 좋다. 단아한 건물인 국보 제13호 극락보전과 그 안의 불상 탱화인 수월관음도 등 미완성 벽화를 품고 있어 더욱 유명한 절이다. 절 이름 그대로 인위가 없는 자연스러움 그대로가 멋스럽다. 무위사 인근에는 (주)태평양에서 운영하는 차밭도 있다. 월출산과 조화를 이룬 차밭 풍경이 매력적이다.

 

조선시대 병마절도사가 있었던 병영도 괜찮다. 병영은 옛날 사람과 물자가 모이면서 상업의 중심지로 전성기를 누렸던 곳으로 병영성지가 있다. 마을 한복판엔 옛 돌담길이 있는데 돌담의 높이가 2m를 넘는다. 말을 타고 다닌 병사들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높인 것이라고.

 

모양도 빗살무늬 형식으로 특이하다. 지그재그로 15도 정도씩 눕혀 촘촘하게 쌓았다. 다른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이 형식은 네덜란드 사람 하멜(?∼1692)의 영향을 받은 것이란다. 제주에서 표류하다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압송된 하멜은 1656년부터 7년 동안 병영에 머물렀다. 담장도 이때 쌓은 것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는 와보랑께박물관도 병영에 있다. 강진은 맛있는 먹을거리도 지천이다. 강진은 가히 한정식의 일번지라 할만하다. 그만큼 이름난 한정식집이 많다. 장어와 짱뚱어 요리, 돼지불고기 백반 등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강진군 군동면에 가면 된장마을과 대형 파프리카온실도 있다. 한번 돌아보고 맛있는 된장이나 파프리카를 사는 것도 좋겠다.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으로의 여행, 백조의 호수와 함께 남도답사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태그:#백조의호수, #백조, #강진만, #구강포, #남도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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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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