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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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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인권은 하늘 아래 말고는 어느 아래로도 깃들어서는 안된다.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제라는 이름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제멋대로 재단하겠다고? 이런 발상이야말로 행정 아래 인권을 복속시키는 근대 이전의 발상이다.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원을 30% 줄이고, 부산 대구 광주 등 3개 지역사무소를 폐지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행안부는 인권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놀랍다, 행안부는 국회 예산과 법원 직제도 간섭-통제하는가

프랑스 혁명이 있었던 1789년 8월, 프랑스 국민의회가 채택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인권에 대한 무지, 망각 또는 멸시가 공공의 불행과 정부의 부패를 초래하는 유일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아가 16조는 "인권보장과 권력분립이 확립되지 아니한 나라는 헌법을 갖지 않은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 이 문제는 전지구적 가치로서의 인권의 본질을 묻는다. 권력분립의 실질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결국 헌법의 문제요, 기본권의 문제요, 우리들 모두의 인간의 존엄에 대한 문제다.

놀랍다. 행정안전부는 국회의 예산과 조직에 대해서도, 법원의 직제에 대해서도, 지방법원에 대해서도 간섭하고 통제하는가.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도 '감 놔라 대추 놔라' 개입하는가. 넓은 의미의 정부에는 속하겠지만, 사실상 독립성을 보장받는 국가정보원과 감사원의 직제와 조직에 대해서도 개입하는가.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별도의 독립된 법률을 통해 설립과 업무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국가적으로 핵심 업무를 수행하지만 선거제도를 통하지 않는 기구의 구성에 대한 헌법상 통용되는 원칙이 있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의 구성방식이 그것이다. 대통령, 국회, 법원 등 각 권력기관이 동등한 비율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이 바로 이런 절차를 거쳐 독립성과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인권위원회법 제5조는 국회가 상임위원 2인을 포함해 4인을 선출하고, 대통령이 4인을 지명하고,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왜 직제령이 아닌 법이 이렇게까지 엄격한 구성절차를 마련해 두었을까?

국가인권위는 정부조직법 어디에도 없다, 왜 그럴까?

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구금시설 내 계구사용과 수용자의 인권 공청회에서 법무부 관계자들이 안면보호구 등 구금시설에서 사용중인 계구를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다. 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구금시설 내 계구사용과 수용자의 인권 공청회에서 법무부 관계자들이 안면보호구 등 구금시설에서 사용중인 계구를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구금시설 내 계구사용과 수용자의 인권 공청회에서 법무부 관계자들이 안면보호구 등 구금시설에서 사용중인 계구를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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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인권위원회법 제18조를 문제 삼을 것이다.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기로 한 조항이다.

대법원은 예산안 제출권이 없다. 정부만이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권한을 핑계로 대법원의 독립성을 맘껏 흔들어 대고 직제를 제멋대로 바꾸고, 대법관 등 법관 숫자를 맘껏 늘렸다 줄였다 해도 상관없을까? 합법적일까?

독립적 국가기구면서도 '규칙제정권'이 없는 한계를 실정법상 어떻게든 보완해 보려는 입법기술 중의 하나였음을 왜 구태여 외면하는가. 행정안전부 주장대로라면, 이런 중요한 근거조항을 지난 8년 동안 왜 그냥 방치해 두었는가 되묻고 싶다.

대통령 직제령은 어쩔 수 없는 입법기술 중 하나였다. 근본적 해결은 앞으로 헌법을 개정할 때 국가인권위원회를 아예 헌법상 독립기구로 못 받는 일이다.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마치 뻐꾸기처럼 남의 둥지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정부는 국회의 인권위원회에 대한 입법 이유와 입법 정책을 무시한다. 대통령령에 불과한 직제령으로 국회의 입법 제량을 침해한다. 어떻게 대통령령이 헌법상 국회의 입법권한을 제멋대로 재단하고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인가. 권력분립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정부조직법'은 좁은 의미의 국가 행정기관의 설치와 조직에 대한 대강을 정한 법이다. 대통령 소속기관은 제2장에서 정했고, 행정 각부는 제4장에서 정했다. 행정 각부 아래 일곱 번째로 행정안전부가 있다. 제29조는 행정안전부의 핵심 업무 중 하나로 '정부조직과 정원'을 규정한다.

행정안전부는 자신들이 어느 법, 어느 장, 어느 조문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그 자리에서 자신들의 권한과 업무를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인권위는 정부조직법 어디에도 없다. 이 말은 김대중 정부 당시에 국회가 인권위원회를 처음 설립할 때 인권위원회에 대한 조직과 정원의 임무는 당신들의 관할이 아니라는 분명한 규정이었다.

행안부의 직제령은 행정 편의주의이자 위헌명령

 7월 22일 오전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단 출범식에서 참가사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의 정맥류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며 아픈 다리 문제 해결이 1순위라고 밝혔다.
 2008년 7월 22일 오전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단 출범식에서 참가사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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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분립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 예산이 바로 그 증거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예산은 도리어 전년 대비 0.1% 늘었다. 인건비는 1.7% 늘었다.

예산은 법이다. 정부는 제출하고, 국회가 통과시킨다. 예산을 이렇게 통과시켰다는 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과 운영과 활동에 대해, 국회가 최소한 올 한 해만큼은 동의했다는 말이다. 그대로 가도 좋다는 말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가 직제령이라는 가위를 들고 인권위의 법과 예산과 조직과 활동을 재단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중대한 결핍이다. 나아가 우리 헌법이 정한 기본권 보장 방법의 하나인 '위헌명령규칙심사권'도 제시되어야 한다. 대통령령이 헌법을 거슬러서는 안된다. 이런 방식으로 행정안전부의 직제령이 법률을 거스르고, 실질적으로 헌법을 거스른다면 그 직제령이야말로 행정 편의주의요, 좀더 근본적으로는 위헌명령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따로 두지 않고도 일종의 '인권위원' 제도를 두고 기본권 침해를 감시하고 집행하는 나라로 독일이 있다. 독일헌법은 '병사수임위원' 제도를 규정한다. 국회가 가지는 국방업무에 대한 통제권 행사의 한 수단이다. 국회의 명령을 받기도 하지만, 독자적인 결정으로도 활동한다. 임기 5년이고, 국회가 선출한다. 수임위원 제도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지, 그리고 직접적으로 기본권 침해 사례를 진정하고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이렇듯 기본권 침해에 대한 접근성 보장은 기본권 보호의 본질적 기능이다. 그리고 이 기능은 인권위원회라는 기관의 존립 여부를 넘어선다. 어떤 이름으로도, 누구 이름으로도 기본권 침해와 보장에 대한 접근권한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문턱이 없어야 한다. 거리도 없어야 한다. 어떠한 제한도 없어야 한다.

새로운 정부이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는 26일 오후 경남종합사회복지관 세미나실에서 인권토론회를 열었다.
 인권토론회를 열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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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지방사무소를 폐지하라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주민근거리행정'은 의미가 없다. 오로지 '주민접촉행정'이다. 지방사무소는 지방분권이 미약한 대한민국 헌법 질서 하에서 어쩔 수 없이 요구되는 기본권에 대한 실질적 보장이며,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적 다원주의의 실현이다.

행정안전부는 여전히 모든 행정기관 위에 군림하려는 것 같다.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의 발현이다. 일극주의다. 지방분권은 헌법적 명령이다. 하지만 그 실천은 가깝지 않다. 그래서 지방사무소 제도가 있다. 인권위에 대한 진정을 위해서 사회적 소수자가 오로지 서울로, 서울로만 찾아오라고.

조선시대 신문고 제도가 있었다. 신문고 한번 치기 위해 한 달이나 걸리는 길을, 짚신을 수백 켤레 등에 지고 서울까지 올라왔던 시절이 있었다. 인권위 진정도 그래야만 한다는 게 행정안전부 발상이다. 참으로 왕조시대다운 발상이다. 지방민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이 정한 기본권 보장의 기초다.

인권은 늘 사회적 약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평균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오로지 가장 낮은 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남북분단도 힘에 부친데, 인권보장에 대한 기능마저도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고, 단지 서울에만 인권보장 기능이 주어지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전율한다.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몰인권적 발상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부이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처음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권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전환키로 했었다. 토론과 재검토가 있었다. 이 방안은 포기됐다. 이 말은 무슨 말인가. 인권위를 이 정부아래서는 독립기구로 존속시키기로 했다는 분명한 증거다. 연혁이 잘 말해 주고 있는데도 행정안전부는 직제령을 통해 인권위를 재단하겠다고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행정안전부 위에 인권위원회가 있고, 직제령 위에 인권위원회법이 있다. 행정안전 위에 인권이 있다. 인권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정부기관, 권력기관, 독립기관의 목적은 오로지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그 목적에만 충실한다면 행정안전부의 인권위원회에 대한 통보는 스스로 회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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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