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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다보스 포럼에서 CNN의 자카리아가 진행했던 토론회를 관심있게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World Leaders on the Crisis'라는 제목의 이 토론회에는 남아공 대통령, 영국 총리, 멕시코 대통령, 한국 총리 등 4명이 참석했지요. 사회자가 이들을 나란히 앉혀 놓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는데, 답변 내용이 과거의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때였어요. 방청석에서 아프리카 대표 한 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고 일갈하더군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은 물론입니다."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라운지에서 만난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가 인터뷰 중에 들려준 이야기다.

 

지난 17대 국회 당시 정치개혁협의회 회장과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뇌본주의(腦本主義)를 주창하는 미래학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날 김 교수는 '평생 꼭 한번 맡아보고 싶었다'는 교장(校長) 자격을 가지고 기자를 만났다. 희망제작소가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에 대비해 오는 27일부터 개교하는 제2기 '좋은시장학교'(이하 시장학교)의 교장을 맡은 것이다.

 

- 시장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맡으셨는데, 입학식에서 어떤 훈화(?)를 하실 생각입니까?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합리적 인간이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관계'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는 본질에, 갈릴레오와 노자는 관계를 보다 중시했지요. 나와 남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남도 남이지만 나부터 아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현 정부의 이론가들이 강조하는 선진화(박세일)나 탈근대(정정길) 같은 인식은 이제 버릴 때가 됐습니다."

 

- 패러다임의 전환과 시장학교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려면 정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역에서 인권운동을 하다가 정계에 투신한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을 읽으며 나는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지요. 오바마도 정치를 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터득했던 것이지요. 물론 정치 중에서도 풀뿌리 정치가 더 시급하고 소중하지요."

 

- 근본적인 변화는 어떻게 시작될까요?

"변화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뿌리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바로 지방이 그 뿌리이자 변화의 산파역을 담당하게 될 겁니다. 동시에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에게 역발상을 요구합니다. '부분이 곧 전체'인 시대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구현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그리고 시장학교에 지원할 분들에게 있습니다."

       

- 지난해 6월 20일 시작됐던 1기 시장학교와 가장 크게 달라진 콘셉트가 있다면요?

"포인트가 '과거'에서 '미래'로 바뀌었습니다. 세종과 정조의 리더십에서 교훈을 얻는 것도 전혀 무의미하진 않겠지만 과거지향적입니다. 미래 준비, 관계 맺기, 창조적 상상력, 몸으로 하기가 새로운 교육의 철학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과 현장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장에서 몸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고, 내 안에서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팀을 이뤄 움직이며 미래의 가상 상황을 함께 상상해야 합니다. 미래에 먼저 가 보는 것이 중요하지요. 선거가 가까워짐에 따라 실용성이 강화된 것도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대표와 함께 하는 1박2일 지피지기 캠프에서 선거의 기초, 전략, 홍보, 운동 등의 실용적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희망제작소 1기 시장학교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어땠나요?

"자치단체장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전문학교라는 명성은 이미 사회적 공인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사실 똑같은 현장을 간다고 해도 누가 가이드를 맡느냐에 따라 학습 효과는 전혀 다릅니다. 3개월의 교육과정이 끝나고 진행하는 '지역 청사진 발표회'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브랜드입니다. 경북 상주, 전남 여수, 진보신당 등 각 지역과 정당에서 우리 시장학교를 벤치마킹하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겁니다."

 

- 교수님은 중앙정부의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04년 총선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정부 안에서 진행되는 교육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요지만 언급하자면,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입니다. 정부 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의도통신 9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좋은시장학교, #희망제작소, #김광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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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론, 지역, 에너지,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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