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의 아기 영화스틸컷

▲ 로즈마리의 아기 영화스틸컷 ⓒ 파라마운트


여러분들에게 가장 미스터리한 영화는 무엇인가요? 이 주제에 걸맞는 영화를 떠올리면서  이번 주말을 보냈습니다. 주말동안 여러 영화들이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져갔습니다. 기막힌 시나리오로 관객을 사로잡은 <식스 센스>와 <이터널 선샤인>, 도저히 범인이 누군지 끝까지 모를 정도의 흥분을 주었던 <유주얼 서스펙트>, 영화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스릴러영화 <세븐> 등 비교적 최근에 나온 작품들이 가장 먼저 기억에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영화내용 자체가 미스터리한 것이지,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무엇인가 신비한 요소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강렬한 영화가 떠오르지 않아 적잖아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영화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이 작품이면 이 주제에 가장 맞는 영화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도 마니아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입니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거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1968년에 연출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개봉할 때 영화제목이 <로즈마리의 아기>가 아닌 <악마의 씨>로 개봉했습니다. 원제목 <로즈마리의 아기>란 타이틀로 들을 땐 도대체 이 영화가 뭐가 미스터리해 하다가도, 한국제목인 <악마의 씨>로 들으면 알 수 없는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영화 같습니다. 최소한 이 작품만큼은 원 제목을 한글로 번역할 때 가장 센스 넘치는 작명을 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적는 저 역시 원제목 <로즈마리의 아기>보다 <악마의 씨>로 이 작품을 더 자주 부릅니다.

<로즈마리의 아기>는 공포스릴러 작가로 유명한 이라 테빈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이후 '오컬트 무비'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심령공포영화의 효시로 불리게 됩니다. 오컬트 무비란 도저히 사람들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신비주의나 초자연주의를 다루는 공포영화를 이야기합니다. <로즈마리의 아기> 이후에 나온 대부분의 심령공포영화나 호러영화는 이 작품이 만들어놓은 극적 전개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걸작 공포영화를 거론하면 항상 빠지지 않고 거론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영화가 문제의 미스터리 영화로 남게 된 것일까요? 단지 이 영화가 오컬트 무비의 효시이기 때문에 미스터리 영화로 남은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 개봉 후 너무나도 이상한 일들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 주위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게 됩니다. 결국 영화 외적인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은 미스터리 영화로 영화역사에 이름을 올립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이 작품에서 미아 패로우가 맡은 로즈마리 역에 제인 폰다를, 그녀의 남편 역에 로버트 래드퍼드를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배우가 시나리오를 보고 도저히 맡을 수 없다고 거절하면서 그 행운이(?) 미아 패로우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제인 폰다와 로버프 래드퍼드의 배역 거절뿐만 아니라 카톨릭에서 이라 테빈 소설 자체가 영화화 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소설 내용이 너무나 반 기독교적이어서 이런 반대는 극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 데뷔작으로 이 작품을 끝까지 고집합니다.

1960년대 말 실제 미국에서 사이비 종교와 광신도 문제가 사회 골칫거리로 등장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당시 미국 영화팬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영화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핏빛 낭자한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극중에서 로즈마리가 만나게 되는 친절한 사람들이 악마숭배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초반 주인공의 여유로운 생활을 보여주며 천천히 진행되던 영화는 뒤로 가면 갈수록 관객들의 혼과 진을 빼놓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절대 잊을 수 없을 만큼 충격 그자체입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천재성이 단연 돋보이는 연출력과 뛰어난 원본소설이 이 작품을 오컬트 무비의 효시로 만들어줍니다. 영화가 전해준 심리적인 압박감과 공포감은 당시 미국사회에서 대두되던 사이비 종교와 광신도들의 문제와 겹치면서 그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기독교가 사회 근간을 이루는 국가란 것을 감안하면 이 영화가 전해준 충격이 얼마나 큰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즈마리의 아기 영화스틸컷

▲ 로즈마리의 아기 영화스틸컷 ⓒ 파라마운트


그렇다면 단지 이 영화가 당시 미국사회에 던진 충격 때문에 미스터리한 영화가 되었을까요? 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로즈마리의 아기>는 작품 그 자체로도 충격이지만, 영화보다 더 충격적인 일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주위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여러분 혹시 맨슨 패밀리를 아십니까? 이들은 1969년부터 살인을 시작한 4인조 살인마들입니다. 이들이 벌인 잔혹한 범죄는 미국범죄역사상 가장 참혹한 범죄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들에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이 살해당하게 됩니다. 당시 더 충격적인 일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 배우 샤론 테이트가 임신 중이었다는 것입니다.

샤론 테이트는 자신이 아이를 가지고 있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하나 맨슨 패밀리는 잔혹한 방법으로 그녀를 죽입니다. 당시 그녀만 죽은 것이 아니라 집에서 일을 도와주던 18살 스티븐 패런트, 친구 제이 세브링, 아비게일 폴거 등 모두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맙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맨슨 패밀리는 그들이 유명인을 죽인 것을 알고 더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자신들에게 집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집에서 살인을 한 후 하루도 되지 않아 다시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막힌 우연이 또 나오게 됩니다. 맨슨 패밀리에게 살해당한 희생자의 이름이 레노와 로즈마리 레비앵커 부부였던 것입니다. 영화 제목과 일치하는 사람이 맨슨 패밀리에게 살해당하면서 <로즈마리의 아기> 저주는 끝이 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맨슨 패밀리가 잡혀 자신들이 <로즈마리의 아기> 광팬임을 자처하는 부분에서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화에 출연했던 미아 패로우는 한동안 진짜 악마가 드리운 것은 아닌지 의심받는 일까지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헐리우드 명감독 우디 알레 작품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고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녀에게 행복이 찾아오는가 싶었지만 결국 우디 알렌 감독과 이혼하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됩니다.

이린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의 저주는 마무리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아직 더 큰 일이 남아있었습니다. 1978년 그는 미성년자에게 화보를 찍어주겠다고 접근하여 성폭행을 합니다. <로즈마리의 아기>가 1968년에 나왔으니 딱 10년 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일 때문에 미국에 있을 수 없게 된 그는 도망치듯 미국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범죄자 신분이 되고 맙니다. 세간에서 이 사건 역시 <로즈마리의 아기>의 저주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미국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데뷔작이자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해주었던 작품, 이후 오컬트 무비의 효시로 모든 공포/호러영화에 영향을 미쳤던 작품, 공포/호러영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최고 걸작 중 한편으로 거론되는 작품, 이렇게 영화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한편인 <로즈마리의 아기>는 정말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저주를 퍼부은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 상영 이후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니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과연 영화의 저주가 진짜 존재하는 것일까요?

덧붙이는 글 '내 인생의 미스터리'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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