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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오바마 미 행정부가 정식 출범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진보적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과 공동으로 국제정세 및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대외 정책방향을 살펴보고,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모색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글은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집필했습니다. 이 글의 원문 및 관련 자료는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www.knsi.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오바마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

오바마가 미국 외교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치열한 국가 간 경쟁 속에서 국가이익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외교는 행정부가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큰 변화가 이루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은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전통적 외교 흐름에서 보아도 돌연변이와도 같은 것이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전통적 외교로 회귀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대외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부시의 대외정책이 이처럼 극단적인 양상으로 진행된 것에는 소위 '네오콘'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전통적 현실주의자들이 힘의 균형을 중시한 것에 비해 이들은 민주주의와 전제주의, 자유민주주의와 이슬람파시즘 등과 같은 이분법에 따라 세계를 선과 악으로 나누고 악을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소멸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접근에 따라 부시는 일방주의에 따른 국제조약의 파기, 예방전쟁론에 입각한 이라크 침공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했다. 이는 결국 지구적 차원에서 다양한 수준의 반발을 초래했고 그에 따라 미국의 국제적 지위도 크게 하락했다.

오바마는 네오콘이 미국 대외정책에 남긴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바마가 1월 26일 취임 후 첫 TV 인터뷰의 대상으로 아랍계 TV인 <알 아라비아>(Al Arabia)를 선택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로저 코헨(Roger Cohen)은 1월 29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인터뷰 중 오바마가 “우리 행정부는 폭력과 테러를 신봉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알카에다 같은 조직들과 우리 행정부와 행정부의 어떤 행동들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자신들의 나라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갖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매우 명확하게 구분할 것이다. 우리는 정당하게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서로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했는데 필자도 이 발언에 매우 중요한 변화지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미국이 자신의 견해를 세계에 강요하려고 한 것이 가져온 부작용에 대해서 오마바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오바마가 미국 대외정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부시행정부와 차별화한다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네오콘은 결코 갑작스럽게 등장하지 않았고, 1990년대 초 냉전체제가 해체되면서 미국 내에서 세계가 미국식 모델로 수렴되어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하는 분위기를 배경으로 영향력을 증가시켰다. 네오콘은 이러한 낙관론을 기초로 급진적인 세계개조에 나섰다는 점에서 다른 세력들과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오바마의 위의 발언은 세계가 이러한 낙관론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과, 차이를 인정하는 새로운 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세계질서가 지난 20여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재편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네오콘적 환상 속에서 출발한 이명박 정부의 외교

지난 1월 31일 미국 하원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 뒤로 대표적인 네오콘 세력인 체니 부통령(왼쪽)이 서 있다. 지난 1월 31일 미국 하원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 뒤로 대표적인 네오콘 세력인 체니 부통령(왼쪽)이 서 있다.
 2007년 1월 미국 하원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 뒤로 대표적인 네오콘 세력인 체니 부통령(왼쪽)이 서 있다.
ⓒ 백악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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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네오콘의 유령이 한국의 외교통일정책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통일정책은 단순히 대북정책에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의 엇박자만이 우려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질서,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추세와도 엇박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자주권과 국가이익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지정학적 위치에 처해있는 한국의 외교정책을 지구적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네오콘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네오콘과 같은 어떤 분명한 비전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출범 초기 이명박 정부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외교를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에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 것은 실용이 아니라 네오콘적 접근법이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정부 출범 초기 한미동맹의 강화를 주장하며 이를 가치동맹으로 규정한 것이다. 출범 초기 한미동맹 강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철학이 집약된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어떤 국가나 집단이 국제사회에서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특정한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제시된 가치들이 국내 정치 차원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받고 있는 대우를 생각하면, 이러한 외교철학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대외적으로 더 큰 문제는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과 관련된 것이다. 즉 그러한 노력에 군사적 개념, 그것도 어떤 적대적 대상을 겨냥해 사용하는 동맹이라는 개념을 붙이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러저러한 풍파를 겪은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러시아가 이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은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네오콘적 유산의 청산에 나서고 있는 미국이 한국이 강조하는 이러한 동맹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한국이 가치동맹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독트린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네오콘적 발상의 관성은 앞으로도 외교통일정책에 계속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급변하는 세계질서와 동아시아질서의 변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네오콘적 대북정책의 결과

이명박 정부 하에서 네오콘적 관성이 계속,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영역은 대북정책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이 네오콘적 발상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대외적으로 이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약간의 불편한 장면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자신의 가치를 앞세우는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작은 풍파들이 아직은 치유하기 어려운 균열로 발전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점진적 조정을 거쳐 한중, 한러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네오콘적 접근법이 힘의 한계에 직면해 자제될 수밖에 없었지만, 대북정책은 여전히 네오콘적 접근법의 지배를 받고 있다.

대선 당시 대북정책으로 제시된 '비핵·개방·3000'은 핵을 체제안전과 연관시켜 보고 있는 북한에 대한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네오콘식의 발상이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3월 합참의장의 선제타격 발언은 정권교체기의 한 에피소드로 간주할 수도 있지만, 6·15선언과 10·4선언을 계속 무시하고, 7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의 공동성명에서 10·4선언과 관련한 문구를 삭제하는 무리수를 둔 것 등은 이명박 정부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선거운동 당시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2008년 하반기에는 남북 간의 합의정신과 어긋나는 북한에 대한 전단 살포 등을 묵인하고, 김정일 건강악화설을 계기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문제를 정부관계자들이 반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등은 체제붕괴가 대북정책의 실질적 목표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상대방을 부정하는 식의 접근에서는 실질적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심각한 갈등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기초로 외교, 군사정책을 추진했던 네오콘도 이러한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작금의 남북관계는 네오콘적 접근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연이어 강경한 태도를 밝히고 있는 것을 북한의 초조함의 표현이라고 간주하는 경향도 있는데,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상대에 대한 이러한 태도를 용기로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모한 도박으로 보아야 할지는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단순히 남북관계만이 아니라 주변국가들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주변국가들이 북한의 강경한 태도를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달갑게 볼 나라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의 관성은 자칫하면 대륙에서 명이 청으로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중화'를 외치며 변화하는 세계에 눈과 귀를 닫았던 조선을 연상시킨다. 다른 정책영역과 마찬가지로 올해가 아마 외교통일정책에서 기존의 잘못된 프레임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시급한 변화가 요청되고 있다.

첫째, 북한의 체제 전환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이를 분명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남북관계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언젠가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방관적 태도는 붕한붕괴론이나 급변론에 기대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이는 남북 사이의 불신과 적대감을 더욱 증가시킬 뿐이다.

둘째, 한미동맹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한국이 동아시아와 동북아에서 어떤 지역질서를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주변국들이 한국 외교가 한미동맹에만 모든 것을 다 쏟아 붓고 자신들과의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역내에서 한국 외교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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