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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9년 새해가 밝아온지 한달이 되어간다. 해가 바뀌면 그래도 뭔가 달라지리라 기대해 보고 싶지만 도대체 좋아지는 것,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세상 어디라도 가서 봄기운을 찾아보고 싶어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3호선 양재역에서 종로3가까지 가는 동안 참 다양한 잡상인들이 지나간다. 밴드 파는 사람, 하수 뚫는 물건 파는 사람이 지나가고,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위협하는 중노인이 지나가더니, 뒤이어 끼니를 굶었다고 자리에 앉아있는 여자 승객한테 돈을 달라고 손 벌리는 사람이 지나간다. 그러더니 또 다른 아주머니가 "여러분 몸의 때는 샤워로 씻지만 세상 사는 동안의 죄는 예수님의 피로 씻습니다. 빨리 예수 믿어 죄를 씻으세요" 하면서 지나가고, 그 뒤를 여자분이 한푼 달라면서 지나간다.  마음이 무겁다.

설 연휴가 지나니 기온은 확 풀려 따뜻해졌다. 그런데 날씨는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햇볕이 쨍하게 나는 것도 아니다. 찌뿌둥한 날씨다. 동대문역에서 내려 창신시장쪽을 향했다.

창신시장 입구 길바닥에서 야채 장사하는 아주머니
 창신시장 입구 길바닥에서 야채 장사하는 아주머니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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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길바닥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무슨 말을 걸어도 도통 고개를 들지 않고 파만 다듬고 계신다. 그저 열심히.....

문 닫은 창신시장 가게
 문 닫은 창신시장 가게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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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시장이 예전같지 않다. 이 시장 골목은 산동네 초입이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아 장사가 잘 되는 줄 알았는데 문 닫은 가게들이 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권리금도 포기한 채 가게를 내놓았을까?

골목엔 쓰레기 더미만 가득하다
 골목엔 쓰레기 더미만 가득하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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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서니 대낮인데도 쓰레기더미가 먼저 맞이한다. 이쪽 골목에는 봉제공장이 많이 있었는데 그 봉제공장이 있던 자리는 철문이 닫혀 있다.

봉제공장 문이 닫혀 미싱소리도 인적도 드물다
▲ 문 닫은 봉제공장 봉제공장 문이 닫혀 미싱소리도 인적도 드물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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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열려있는 공장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공장에서는 기계소리, 사람소리, 라디오소리가 요란해야 이 골목에 활기가 찰텐데......

창신동 골목에는 새벽 인력시장이 서는 곳이 있다. 이 곳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는데 그 골목에 있는 식당도 문이 닫혀 있다.

새벽 인력시장 근처의 식당도 낡은 간판만 골목을 지키고 있다.
 새벽 인력시장 근처의 식당도 낡은 간판만 골목을 지키고 있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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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으로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 본다. 옹기종기 무릎을 맞대고 앉은 마을이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고 정겹다.

성곽 너머 마을에도 따스한 햇살이 비추길......
▲ 성곽 넘어 창신동 성곽 너머 마을에도 따스한 햇살이 비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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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나무는 죽은듯이 보이지만 그 추위 속에서도 봄을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자세히 보니 나무 끝에 물이 오를 조짐이다.

죽은듯이 보이는 나무에서 봄 기운을 느낄수 있다.
▲ 봄을 기다리는 마을 죽은듯이 보이는 나무에서 봄 기운을 느낄수 있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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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언덕이 가로막고 터널이 있다 해도 언덕을 넘고 터널을 지나야만 한다.

힘겨운 터널과 언덕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찾아 떠나야 한다.
 힘겨운 터널과 언덕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찾아 떠나야 한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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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다 임금차별의 벽을 넘어 희망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비정규직도 서러운데 임금차별 왠말이냐
 비정규직도 서러운데 임금차별 왠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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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설이 지내자 마자 아직 입춘도 되기 전에 성급하게 봄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을 충신동 골목에서 만났다.

입춘도 오기전에 봄 채비를 하는 아저씨
▲ 성급한 봄맞이 입춘도 오기전에 봄 채비를 하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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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봄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싶은 마음에 아저씨가 봄맞이 청소를 하고 있다.

설 지났다고 성급하게 봄을 재촉하며 청소하고 있다.
▲ 성급한 봄맞이 설 지났다고 성급하게 봄을 재촉하며 청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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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명랑하다. 23년을 이곳에서 미장원을 한 아주머니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정을 나누고 사는 것이 늘 행복하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늘 이웃과 함께 나누는 정 때문에 웃을 수 있다.
 가난하지만 늘 이웃과 함께 나누는 정 때문에 웃을 수 있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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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힘없고 빽은 없지만 이웃과 서로 얼굴 맞대고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걱정없이 행복해지는 골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힘겨운 계단이지만 상처를 치유하고 예쁜 그림을 그려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길 기대합니다.
 힘겨운 계단이지만 상처를 치유하고 예쁜 그림을 그려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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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도 언제쯤 비눗방울같은 동심이 찾아올까요
 이 마을에도 언제쯤 비눗방울같은 동심이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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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신동, #충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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