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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244표, 반대 188표' 무슨 표결 결과일까? 오바마 대통령이 '2009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내세운 경기부양 관련 법안 표결 결과이다. 상원까지 통과되면 취임 후 서명할 제1호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바마는 표결을 앞두고 미 하원을 직접 방문하여 경기부양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설득했다. 공화당에게 찬성표를 얻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끝까지 야당인 공화당을 설득하는 오바마 모습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오바마는 의회를 직접 찾아가는 일 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정 수행에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이 부시에게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전화를 오바마 팀으로부터 받았을" 정도로 오바마는 자신이 원하는 국정 수행을 위해서라면 공화당을 설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 수상 재임 시절 뉴욕 타임스로부터 '식은 피자'로 비아냥을 들었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 총리(1998년 7월 30일-2000년 4월 5일 일본 84대 내각총리대신)도 전화를 많이 한 수상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오부치는 짬만 나면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돌렸다. 상대방은 유명인과 일반인, 나이와 계층,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자신에게 쓴소리를 한 기자에게는 "나를 알려줘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조언을 구했다. 야당 의원에겐 "오늘 질의에 제대로 답변 못해 미안하다"며 보충설명을 했다. 그러는 새 지지율은 취임 초 20%대에서 50%대로 수직 상승했다. 뉴욕 타임스는 "식은 피자도 데우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혹평을 철회했다.(중앙일보 '분수대' <전화 정치>- 2009.1.27)

 

이게 정치다. 설득과 타협, 배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인정하는 것이 정치다. 조금 늦게 가는 것 같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오바마와 오부치가 야당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전화와 의회를 직접 방문하여 자신이 구상하는 정책을 설명하고, 야당에게 협조를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5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44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새로운 미국의 변화를 주창하는 오바마 당선인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 꼴"이라고 말했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국정 철학이 얼마나 같은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국정 운영 방식은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난다. 언급한 것처럼 오바마는 설득과 타협이다. 노력한 것만큼 야당 지지를 받지 못해도 끝까지 야당을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철저히 외면했다. 한나라당이 야당과 합의한 법안까지 틀어버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 모두 '경제살리기'라는 일에 운명을 걸었다. 경제 살리는 목적은 같지만 방법은 너무 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에게 협조를 구하기 위하여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민노당 강기갑 대표에게 전화를 한 일이 있는가? 오바마처럼 직접 의회를 방문하여 읍소하면서 야당을 설득한 일이 있는가? 없다. 야당을 경제살리기 방해꾼이라고 비판만 할 뿐이다.

 

국회를 명령만 내리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부하직원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가 싫으면 왜 대통령이 되었는가?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이다. 어떤 조직이든지 최고 지도자는 정치력을 가져야 한다. 정치력이란 명령만 내리면 된다고 주어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비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사람들을 설득과 타협, 양보하는 정치가다. 해머가 등장하는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회의장이 점거되는 비극을 낳은 장본인은 무조건 밀어붙이는 이명박식 정치다.

 

오바마는 취임 열흘도 되지 않아 8000억달러가 넘는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표 전체가 민주당 표이지만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은 해머를 들지 않았고, 본회의장을 점거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오바마가 공화당을 마지막까지 설득했기 때문이다. 경제 살린다고 무조건 밀어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공화당은 표결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표결에 참여했고, 반대표를 던졌다. 오바마식 정치다. 이명박식 정치와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비전이 닮았다고 했던가? 믿어주겠다. 그럼 국정운영 방식도 닮아라.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많은 법안들을 통과시키려 할 것이다. 경제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했다.

 

정말 경제살리는 법안이라면 야당을 설득하라. 직접 찾아가라. 오지 말라고 해도 문을 다고 들어가서라도 야당과 협상하라. 대통령이 경제살린다고 야당을 찾아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하면 모든 책임은 야당이 지게 되어있다. 하지만 밀어붙이면 시민은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다.

 

여의도가 싫다고 야당하고 대화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왜 되었는가? '청와대' 없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듯이 '여의도' 없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옛말에 바쁠 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경제살리기가 지하벙커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급한가? 그렇다면 돌아가라. 돌아가는 방법은 야당과 만나야 한다. 반대세력과 만나야 한다. 자신에게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보다는 듣기 싫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렇게 하면 길이 보인다.

 

밀어붙이면 빨리 될 것같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바마를 보라 취임 열흘도 안 되어 자신이 구상한 첫 작품을 통과시켰다. 부러운가? 그럼 오바마를 본 받으라. 야당과 반대세력을 협상과 타협, 대화 대상자로 여기지 않는 한 이명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환영받지 못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처럼 쓸쓸한 퇴장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이명박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손길을 내밀면 된다.


태그:#오바마,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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