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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에 매달린 물메기 부부? 물기가 빠질 정도로 살짝 말리면 국을 끓여도 고기가 부서지지 않고 입에서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 물메기 빨랫줄에 매달린 물메기 부부? 물기가 빠질 정도로 살짝 말리면 국을 끓여도 고기가 부서지지 않고 입에서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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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사는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덕담을 나누는 설날에 부침개와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을 안주로 술을 마셨으니 속이 지쳐 있겠네요. 거기에 고향을 찾은 사람은 귀향전쟁으로, 고향을 지키는 사람은 손님을 맞느라 심신이 피곤할 것이고요.  

명절을 전후해서 과음하거나 폭주를 하면 다음날 정신이 몽롱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수분과 전해질 부족 때문이라고 합니다. 괜히 짜증이 나고 속이 메스꺼운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국물이 들어가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물메기국을 추천합니다. 뜨끈한 물메기국 한 그릇 뚝딱 하면 속풀이는 물론 추위도 도망가거든요.

보기에는 흉하게 생겼으나 숙취해소에 탁월한 물메기는 지질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또 철분과 칼슘 함량도 높아 부종과 이뇨작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겨울철 보양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탕이나 국을 끓이기도 하고 말려서 술안주로 먹기도 합니다.

애주가들은 대부분 과음이나 폭주로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속을 달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지요. 요즘은 생선국으로 속을 푸는 분들이 많은데, 물메기는 다른 어종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 밥반찬으로 온 가족이 먹을 수 있어 추천하는 것입니다. 

겨울 생선인 물메기는 동해안에서는 '곰치' 서울과 일부 지방에서는 '물텀벙이'로 불리는데요. 50~60년대에는 뱃사람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버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선 취급도 받지 못하던 물메기가 요즘에는 한 마리에 1만원을 호가하면서 귀족 어종인 대구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선창가에 나가면 생선 썩는 냄새가 고약했는데, 그 속에는 물메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버림받던 물메기를 해풍에 꼬들꼬들하게 말려 해장국으로 끓여 먹었다니 진정한 미식가는 뱃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뱃사람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모르는 애주가가 없을 정도로 대중화되었으니까요.

옛날에는 고깃배들이 출어할 때마다 대두병 소주를 몇 상자씩 싣고 나갔고, 뱃사람들은 30도짜리 소주를 대접에 따라 마셨다고 합니다. 아버지에게 그 얘기를 듣고 '추운 바다에서 힘든 일을 하려면 술기운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이해를 하면서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싱싱한 생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건강했고 힘이 장사더라고요. 

가게를 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70년대 얘깁니다. 하루는 제가 술을 마셔서 그런지 밥맛이 없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시장에서 물메기를 한 마리 사오셨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 층에 사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계단을 내려오다 보고는 "하이고 징그러, 할머니, 그렇게 징그러운 걸 뭐 하려고 가져오세요"라며 혼비백산이 되어 이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저녁에 국을 끓여 한 그릇 주니까, 맛있게 먹었다며 생선 이름을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물메기'라고 하니까 쑥스러워하며 결국 끓이는 방법까지 배우더군요.

물메기국은 간단한 재료만 있으면 누구나 끓일 수 있는데요. 생물로 끓이면 고기가 부서지니까 내장을 빼내고 물기가 빠질 정도로 바람에 살짝 말렸다가 끓여 먹으면 쫄깃쫄깃한 맛이 더해져 좋습니다.

물메기국 끓이는 법

그릇에 담아놓은 물메기국. 재료가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맛을 내는 물메기국은 뼈만 발라먹어도 포만감을 느껴 다이어트에도 좋은 음식으로 여겨집니다
▲ 물메기국 그릇에 담아놓은 물메기국. 재료가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맛을 내는 물메기국은 뼈만 발라먹어도 포만감을 느껴 다이어트에도 좋은 음식으로 여겨집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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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물메기 1마리, 중간 크기의 무 1개, 대파, 다진 마늘, 소금

① 5~6토막으로 자른 물메기와 적당한 크기로 얇게 썬 무를 육수에 넣고 센 불에 끓입니다. 
② 국물이 팔팔 끓으면 고춧가루와 대파, 다진 마늘, 고추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중간 불로 한 번 더 끓입니다.  
③ 한 번 더 끓으면 국물이 시원하기로 그만인 물메기탕이 완성됩니다. 기호에 따라 후추나 식초를 넣어 먹는 분들도 있는데요. 물메기는 자체에서 특유의 맛이 나기 때문에 양념을 많이 넣으면 맛이 떨어집니다.   

'밭에서 나는 인삼'이라는 무는 시원한 맛을 더하려고 넣습니다. 해서 무가 없을 때는 끓는 육수에 물메기만 넣고 같은 방법으로 끓여도 시원하고 얼큰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간혹 물메기 껍질이 징그럽다며 버리는 분들이 있는데요. 물을 마시듯 후루룩 삼킬 때 느껴지는 감칠맛을 익혀보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북엇국'보다 '물메기국'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이 더 많았습니다. 생선이 흔한 부둣가가 더했는데요. 하루는 뱃사람들이 모여 해장국 얘기를 하는데 누군가가 '살코기만 들어간 '북엇국'은 뼈를 발라 먹는 재미까지 곁들인 '물메기국' 동생밖에 안 된다'며 '해장국은 물메기국, 아귀탕, 북엇국'이라고 서열을 정하자 사람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저 역시 해장에는 물메기국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메기국 끓일 때 참고하세요!

- 내장을 빼내고 물기가 빠질 정도로 바람에 꼬들꼬들하게 말려 끓이면, 씹는 동안 물메기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분홍색 빛이 돋는 알은 버리지 말고 함께 끓여야합니다).     

- 싱싱한 물메기를 고르는 것은 필수이고요. 반드시 소금과 재래간장으로 간을 맞춰야 합니다. 왜간장과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면 담백한 맛이 떨어지니까요. 

- 처음부터 뚜껑을 열고 끓이거나, 국물이 끓을 때쯤 뚜껑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국물이 넘으면 물메기 특유의 시원한 맛이 감소하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http://www.shinmoong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물메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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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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