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Ⅰ
             

한 발짝 다가섰을 뿐인데 너나없이 아우성이다.

내 따사로운 입김이 닿자마자 너즈러진 빙하는 힘을 잃고 빙글빙글 돌며 어디론가 떠내려간다. 어슬렁거리며 얼음지치기로 해동갑하던 순백의 북극곰은 이제 찾을 길조차 아득하다.

하늘의 먹장구름은 365일 비를 부르고, 바다를 호령하는 거친 너울은 어깨를 들썩인다.  으르렁대는 태풍도 자못 기세를 올린다.

영화 <투모로우> 해일 모습. 북극이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 도시가 잠긴다지요. 내 이야기입니다.
 영화 <투모로우> 해일 모습. 북극이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 도시가 잠긴다지요. 내 이야기입니다.
ⓒ 20세기폭스

관련사진보기


사시사철 푸른빛을 뽐내던 남산의 소나무는 붉게 타들어가고, 남대천을 타고 내려와 캄차카반도와 배링해를 거쳐 알래스카를 넘나들던 연어도 발길을 끊은 지 한참이다. 

나 때문이란다.

매서운 추위를 자랑하던 겨울이, 청아한 기운을 밝히던 가을이 주춤주춤 물러서는 것도 다 내 탓이란다.

아름다운 바닷가는 울근불근 달려드는 바다해일 차지다. 다옥한 숲과 너른 들은 잇달아 찾아드는 큰물과 가물에 시달려 볼썽사납게 죽어간다. 1500여 종 물고기와 24만 뭇 생명을 보듬은 지구별 허파-아마존-도 혀를 빼물고 숨을 헐떡거린다. 풀꽃을 헤집던 벌과 나비는 날갯짓을 멈추고 자취를 감췄다.

영화 <투모로우> 도시로 넘치는 물결. 사람들이 만든 도시는 더이상 안전하지 않답니다.
 영화 <투모로우> 도시로 넘치는 물결. 사람들이 만든 도시는 더이상 안전하지 않답니다.
ⓒ 20세기폭스

관련사진보기


‘인도양의 꽃’ 몰디브는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을 묻었다.

하늘로 솟은 알프스가 만년설을 내려놓고 검고 앙상한 알몸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나를 보고 손가락질이다. 북극의 까만 밤을 무대로 삼고 춤추듯 하느작거리는 오로라가 에메랄드빛을 잃고 가물거리자 희번덕거리는 눈길이 일제히 내 몸을 파고든다.

지구별이 휘청거리는 것이 과연 내 탓일까?

내 하소연은 여기까지입니다. 내가 누군지 혹 짐작이 가는지요? 신문과 방송에서 지구별을 망치는 흉악범처럼 모두 나만 몰아세우지만 정작 범인은 따로 있지요. 바로 내가 찾고자 하는 '너'랍니다. 나는 그가 만든 현상일 뿐. 나를 알아맞춰야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너를 공개 수배’할 때 도와 주실테니 먼저 나를 공개 수배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Ⅱ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를 찾을 줄은 몰랐어.

나를 금세 알아채는 것만 보더라도 지구별 처지가 얼마나 어렵고 다급한지 누구나 짐작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어?

너를 찾아 단죄하고 잡도리하는 일이 초를 다툴 만큼 급하게 되었다. 

하지만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어. 네가 포장한 군더더기를 저미고 해묵은 감정을 가라앉혀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그리려고 말이야.

너는,
수도꼭지와 시멘트로 물길을 가둔 도시를 거느렸지.
너는,
하늘이야 더러워지건 말건 바퀴와 석유로 조정하는 너만의 다리를 부리느라 정신없었지.
너는,
쇠붙이와 탐욕으로 몇 십억 가꾼 흙을 날리고 생목숨을 불태웠지.
너는,
자연에서 받은 몸을 거부하고 낭비와 욕심이란 쓰레기로 다시 태어나길 원했지.

네가 한 짓을 제대로 그려냈는지 모르겠다.
이것 만은 알아뒀으면 해.
지구별 어느 누구도 네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너는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것.
오히려 네가 없다면 훨씬 재미있고 평화로운 지구별이 될 지도 모르지.
이제 그만 으스대고 으르딱딱거리는 몸짓은 버려. 오만한 마음일랑 내려놓고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어울리자고 너를 공개적으로 찾는거야!

내가 찾는 '네'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어렵지 않지요? 벌써 다 아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추리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머리로 푸는 추리는 시시합니다. 깊은 성찰로 얻은 빠른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고 할 수 없겠지요. 자~ 열받은 '나'를 위해 '너'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알고 있어도 막상 몸으로 옮기려니 만만치 않지요.  

<나>를 이렇게 만든 <너>를 다시 공개 수배합니다.

                    "너! 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니?"              

덧붙이는 글 | '내 인생의 미스터리' 응모작.



태그:#지구온난화, #그래!숲, #이상기후, #고루살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무와 숲 그리고 조경일을 배웁니다. 1인가구 외로움 청소업체 '편지'를 준비 중이고요. 한 사람 삶을 기록하는 일과 청소노동을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