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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을 삭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을 삭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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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유가족들이 스크럼을 짜고 행진을 벌이고 있다.
 23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유가족들이 스크럼을 짜고 행진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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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취재 : 손병관 박상규 기자, 김환 김하진 인턴기자
사진 : 권우성 남소연 기자
동영상 : 김호중 기자

[최종신 : 24일 0시 20분]

귀향객들 "우리만 고향에 가서 미안"
추모 시민 3천명, 체감 영하 20도 추위 녹이다

"명박 퇴진! 독재 타도!"
"김석기를 구속하라!"

1980년대에나 어울릴법한 구호 소리가 서울 시내 곳곳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2008년 촛불정국 때처럼 시민들은 경찰이 막으면 돌아가고, 밀면 뒤로 돌아서면서 서울 시내 곳곳을 휘저으며 행진했다.

23일 저녁 서울역에서 시작된 '이명박 정권 퇴진,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는 밤 11시께 마포 홍익대 앞에서 마무리됐다. 추모대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애초 용산 참사 현장으로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이 길을 막자 반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서울역 반대편 서부역 인근에서는 경찰과 시민들이 충돌을 하기도 했으나 큰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맹추위 속에서 서울 서부역-충정로-이화여대 앞-신촌로터리-홍익대 정문까지 행진했다.

한 시민은 "정부가 1980년대로 돌아가니까, 아니 전두환도 하지 않았던 철거민 학살을 현 이명박 정부가 했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우리도 21세기 방식으로 세련된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었으나 정부가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설 연휴와 한파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귀성객에게 용산 참사를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했고 "이명박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은 "이렇게 우리만 고향에 가서 미안하다"며 "다가오는 봄날을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설 연휴가 끝나도 '철거민 참사 정국'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의 활동은 이날 행사를 기점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 철거민 희생자 유가족은 "우리들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많은 시민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이 나라가 돈 많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돈 없고 '빽' 없는 철거민들도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치자"고 외쳤다.

대책위는 설 연휴 내내 용산 참사 현장에서 추모 행사를 열기로 했다. 또한 오는 31일 청계광장에서 2차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 계획이다.

23일 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홍대앞에서 이명박 정권 규탄 현수막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3일 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홍대앞에서 이명박 정권 규탄 현수막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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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 보강 : 23일 밤 11시 30분]

"김석기를 구속하라"... 시민들, 홍대 앞 진출

신촌에서 잠시 연좌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은 홍대 쪽으로 이동했다. 시민들이 이동하던 도중 창천동 3거리에서 전경들이 튀어나와 대열을 흩어놓기도 했다.

시민들은 홍대 앞까지 진출했다.

이날 행진에는 지난해 촛불 정국을 주도했던 촛불시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촛불시민모임카페-부천시와 동작구' 회원 20여 명은 '공권력에 의한 용산 참사, 살인정권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홍대 앞에서 경찰과 대치할 때 선두에서 현수막을 펼쳐들고 전경들과 맞섰다.

닉네임 '웃으며 죽자'는 "우리들은 지난해 5월 촛불 집회에 혼자 가기 싫었던 부천 시민들과 동작구민들이 만든 카페 소속"이라며 "한겨울에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살인에 항의하기 위해 나왔다, 촛불 시민들이 계속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 이명박 정부의 일방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 11시께 시민 1000여 명은 "생존권을 보장하라", "김석기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지하철 2호선 홍대 역 쪽으로 이동했으나 경찰이 막았다.

23일 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홍대앞에서 이명박 정권 규탄 피켓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3일 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홍대앞에서 이명박 정권 규탄 피켓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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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 23일 밤 10시 22분]

시민 3000명, 신촌로터리 '점령'

서부역에서 서소문 쪽으로 향하던 시민들은 길을 가로막아선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민 3000여 명은 결국 경찰 저지선을 뚫고 충정로와 아현동을 거쳐 신촌로터리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밤 9시 20분 현재 신촌로터리를 완전 '점령'한 상태다. 경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신촌로터리에서 연좌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23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행진을 시도하는 가운데, 서부역 부근에서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행진을 시도하는 가운데, 서부역 부근에서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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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끝나면 나도 참가하고 싶다"


23일 저녁 7시부터 밤 9시까지 용산참사 추모대회가 열리는 동안, 서울역은 추모대회에 참가한 사람들과 고향에 가려는 귀성객이 몰리며 발 딛을 틈이 없었다. 몇몇 귀성객은 추모대회가 시끄럽다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대부분은 관심을 보이며 발걸음을 잠시 멈춰 추모대회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서울역 내부에서는 대책위 소속단체들이 모여 귀성객들에게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전단지를 나눠줬다. 또 역 입구에서는 간이 분향소와 용산 참사를 알리는 사진들을 전시했다.

김아무개(27)씨는 "고향 가는 길에 촛불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경찰은 국민의 세금을 받는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세금으로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며 "결과가 어쨌든 사람이 죽었다. 공개사과를 해야 하며 유가족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한 경찰이 색소 분사기를 메고 있다.
 23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한 경찰이 색소 분사기를 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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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향하던 김아무개(40)씨는 "무리한 진압으로 인해서 사망자가 생긴 것"이라며 "정부 측에서 적합한 조치를 취해줬으면 한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무개(30)씨는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집회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보도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지금 추모대회에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데 추운 날씨에 할 일 없이 나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지만 연휴가 끝나면 나도 집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아무개(29)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대통령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게 직접 강력진압을 지시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시장 때 했던 방법과 비슷하다"며 "그러나 마찬가지 방식으로 밀어붙였던 청계천 사업도 어쩌다가 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좀 더 국민들을 위한 정책에 머리를 썼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경찰과 철거민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아무개(23)씨는 "시너가 있는 걸 알았음에도 공격을 한 것은 무리한 진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공식 사과를 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철거민들의 공격적인 모습도 앞으로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아무개(28·부산)씨는 "양측 모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시켰다고 하지만 경찰은 아무튼 이를 이행했다, 철거민들도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켰어야 했다"며 "그러나 결론적으로 따지면 사람이 죽었고, 굳이 책임을 따진다면 경찰에게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져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 조중동은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4신 : 23일 밤 9시 35분]

경찰에 막힌 시민들, 서소문으로 향하다

시민들은 용산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으나, 지하철 4호선 서울역 14번 출구 쪽에서 경찰이 버스와 전경 병력으로 막아섰다. 경찰은 인도까지 막으면서 시민들이 용산 쪽으로 행진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시민 3000여 명은 다시 서울역 쪽으로 돌아갔다. 시민들은 서울역 뒤쪽 서부역을 지나 용산이 아닌 서소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버스를 동원해 시민들을 막고 있다.

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시민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시민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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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23일 밤 9시 23분]

시민 3000여 명, 용산 쪽으로 행진 시작

밤 9시 10분께 서울역 앞 용산 참사 추모대회가 끝났다. 추모 대회에 참석했던 시민 3000여 명은 용산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독재 타도, 명박 퇴진", "철거민을 살려내라", "국민들 다 죽이는 이명박은 살인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추모대회 참가 시민들 가운데 20여 명은 3~4개조로 나눠 서울역 청사 안으로 들어가 귀향객들에게 이번 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선전물을 나눠줬다.

경찰은 서울역 주변을 경찰 버스로 완전히 둘러싼 상태다. 따라서 시민들은 일단 인도를 따라 행진을 시작하면서 출구를 찾고 있다.

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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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가 무대에 올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가 무대에 올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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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3일 저녁 8시 30분]

체감온도 영하 20도...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서울역 앞 용산참사추모대회, 시민 3000명 참가

'이명박 정권 퇴진,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가 23일 저녁 7시 서울역에서 시민 3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차가운 공기에다 매서운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 영하 20도에 가까운 날씨였지만(저녁 8시 현재 서울 기온은 영하 10.4도),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 퇴진과 살인 책임자 구속"을 요구했다. 일부는 촛불을 들었고 일부는 '명박 퇴진 독재 타도', '김석기 원세훈 구속 수사'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대책위에서 만든 선전물을 귀향하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나눠줬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이정희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도 참석했다.

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시민들이 귀성객들을 향해 이명박 퇴진 구호를 외치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추모대회'에 함께한 시민들이 귀성객들을 향해 이명박 퇴진 구호를 외치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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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연의 한 간부는 무대에 올라 "용산 철거민들도 이번 설에는 용역들의 협박 없이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고인들과 유가족들은 폭도로 몰리고 있다, 우리들은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처벌될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올라갈 곳도, 내려갈 곳도 없다"고 말했다.

박진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아직 화재 및 사망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는데 검찰은 계속 철거민에게 책임을 씌우고 있다"며 "고향 가는 시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 가족, 친지들과 토론하고 이명박 정부의 만행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역에서 고향인 대구로 향하던 시민 원아무개(36)씨는 "지난해에는 촛불 집회에 많이 갔는데 이번에는 설날과 맹추위 때문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고향에 다녀오면 이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를 규탄하겠다"고 말했다. 원씨의 부인인 김아무개(35)씨도 "지금은 겨울이라 시민들이 동참을 많이 못하지만, 곧 봄이 오면 시민들의 분노는 크게 일어날 것"이라며 "현재 우리 국민들이 이 정부의 행태에 동의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명박 정부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신 : 23일 오전 9시 49분]

"증거도 없이 철거민에 책임 떠넘겨"... 오늘 저녁 대규모 추모대회

용산 철거민 참사가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22일 저녁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이명박 규탄 및 희생자 추모대회'에서 시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며 경찰들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용산 철거민 참사가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22일 저녁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이명박 규탄 및 희생자 추모대회'에서 시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며 경찰들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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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23일 저녁 7시 서울역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 대규모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20일 참사 당일부터 추모집회를 열어왔던 대책위는 연휴를 앞두고 국민들의 분노를 하나로 모은다는 방침이다.

범국민 추모대회는 규모와 내용면에서 이전의 추모 행사와는 크게 다르게 치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대책위는 2차 추모행사 때부터 힘을 비축하며 범국민 추모대회에 집중해 왔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진영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동참도 호소해왔다.

대책위의 분노 "이제 행동으로 뭔가 보여주겠다"

현재 대책위는 검찰의 수사 진행과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강한 불만과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검찰은 "철거민의 화염병 때문에 망루에서 화재가 난 것 같다"며 용산에서 농성을 진행한 철거민 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상 혐의 등으로 22일 구속했다. 또 이번 주 내로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경질 여부도 설 연휴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아직 객관적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계속 '화염병 화재 원인설'을 흘리고 있다"며 "이는 결국 정부가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며 이번 참사의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종회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22일 추모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설날이 지나면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이젠 뭔가 다른 행동을 보여줄 때가 왔다"고 밝혔다. 

또 이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2008년 촛불을 힘으로 강제로 껐다고 자만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오판이었다는 걸 현실로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설연휴와 한파, 상황 안 따라주지만...

그러나 현재 대책위를 둘러싼 상황은 썩 좋지는 않다.

대형 참사로 인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높아졌지만 우선 설 연휴 때문에 대규모 인원 참여가 쉽지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파가 23일부터 다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참사 이후 급하게 꾸려진 대책위는 아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2일 추모행사에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참여한 양모(40)씨는 "날씨 등 여러 조건이 일반 시민들이 쉽게 촛불을 들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주제와 상항 등이 지난 2008년 촛불 정국과 확연히 다른 만큼 시민들 참여를 위한 대책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책위는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고 23일 추모 촛불 대회를 힘있게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추모와 애도의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YMCA는 23일 오후 2시 용산참사 현장과 순천향병원 빈소를 '공동조문' 할 예정이다. 이들은 "밀어붙이기식 개발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맞섰던 서민들이 희생되었다"면서 "YMCA는 용산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웃들을 조문하고, 생명 경시 공권력에 항의하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공동 조문을 갖는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도 이날 오전 11시 용산 참사 현장에서 합동 위령제를 갖는다.

'범국민'의 지지 누구에게 향할까

한편 정부 쪽은 촉각을 세우고 여론을 지켜본 뒤 사태 수습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설 연휴 이전으로 점쳐지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경질은 설 이후로 넘겨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내정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설 이전에 국회에 내지 않기로 했다. 김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염두해 둔 것이기도 하지만 설을 전후한 민심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중도 깔려 있다.

대책위 쪽도 이런 정부 의중을 파악한 듯 "국민들 분노의 절정은 설 이전이 아닌 그 이후가 될 것"이라며 "우리 대책위는 23일은 물론 31일에도 서울 청계천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모아내는 대규모 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의 수습과 정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거민 5명 구속에서 알 수 있듯 정부는 이번 사건을 "철거민들의 불법 행위"으로 몰아가고 있다. 반면 대책위는 정부의 무리한 진압과 비민주적 행태를 참사의 근본원인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희생자 국가 배상과 철거민 이주 보상 및 대책 문제까지 얽혀 있다. 정부 인사 몇 명의 진퇴로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누가 '범국민'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사태 해결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23일 저녁 서울역에서 열리는 범국민 추모대회의 규모와 분위기는 이를 가늠하는 1차 기준점이 될 것이다.


태그:#용산 참사, #김석기,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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