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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음력 정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용산 철거현장 참사의 충격과 공포 그리고 먹고 살기 힘들만큼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여느 해만큼 설날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정겨운 노랫말의 '우리우리 설날'은 무심하게도, 고된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들에게 찾아왔습니다.

 

그 명절을 앞두고 지역농협에서 선물을 한가득 보내왔습니다. 추석이나 구정이면 지역농협에서는 조합원들에게 농협 수익의 일부를 명절 선물 등으로 매해 환원하고 있습니다. 나이 육십을 넘기고 농사 지을 땅도 힘도 그리 남아있지 않은 아버지는 아직도 '영농회장' 일을 보고 계셔서, 농협에서 선물을 직접 수령해 집으로 가져오셨습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농협 트럭으로 배달될 선물을 부려놓기 위해 1층 현관의 자전거 2대를 2층으로 옮겨놓아야 했고, 큼지막한 종이박스를 바닥에 깔아두었습니다.

 

 

 

 

건강한 윤리적 소비는 땅과 지역을 살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올해 설날 선물은 20kg짜리 쌀과 흑태.흑미.찹쌀.보리 등등이 들어있는 잡곡상자 그리고 10만원권 상품권이었습니다. 쌀은 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맑게 갠 가을 날씨를 닮았다' 하여 '서곶 추정미'라 이름 붙은 쌀이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각 2포씩 배당되어 아래층에서 설선물을 지키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는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선물이 나왔으니 도장갖고 오셔서 수령해 가세요!"고 전하고 "쌀이 2포나 나왔으니, 구루마도 가져오세요!"라고도 알려줘야 했습니다.

 

그렇게 바삐 연락하고 움직인 덕분에 밤이 깊기 전에 설선물을 얼추 나눠준 뒤, 어머니는 올 설에는 농협에서 선물을 많이 보내왔다고 반가워 하셨습니다. 10만원짜리 농협상품권은 비료나 하우스용 비닐을 살 때 이용하면 될거라 하셨고, 잡곡상자에 담긴 보리와 찹살, 흑미 등 집에서 기르지 않는 것들은 꺼내서 따로 보관했습니다. 농협에서 설선물을 수령해 나눠준 다음날에는 또 다른 선물이 집으로 배달되어 왔습니다. 경남 통영에서 재래식으로 잡아 건조한 멸치였는데, 어머니는 값비싸 사 먹을 엄두조차 못내던 것을 선물 받았다며 좋아하셨습니다.

 

그렇게 한아름 설선물을 받고 나면 누구나 기분이 절로 좋아질 수 밖에 없을 듯 싶었습니다. 그래서 명절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고향 부모님과 가족과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 정겹게 보낼 이번 설날. 아직 설선물을 준비하지 않으셨다면, 몸에 좋지도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나쁜기업'의 화학물질로 가득한 공산품 선물세트보다, 우리땅에서 자라고 우리 몸과 살을 튼튼하게 살찌우는 '신토불이' 선물로 정을 나누시면 어떨까 합니다.

 

선물사실 때는 '나쁜'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는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이나 지역농협 매장을 이용하면 더욱 좋고요.

 

그럼 다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설선물, #설날, #명절, #농협, #신토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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