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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2일 주최한 언론 관련법 제·개정 공청회는 'MBC 압박 공청회'였다. 한 토론자는 법안의 내용보다는 MBC의 편파 왜곡 보도 사례만 늘어놨고, 심지어는 사회를 맡은 나경원 의원조차 MBC 보도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법안 공청회'라는 이날 행사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날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회(위원장 나경원 의원) 주최로 열린 '디지털 방통융합시대의 미디어산업 활성화'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의 발제는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맡았다.

 

"신문사 돈이 방송사에 들어가는 일, 일어나지 않아"

 

황 교수는 "현재 공중파 방송 사업자들은 다양한 사업자가 들어오면 여론의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한 사업자가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것은 착오"라며 지상파 방송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 철폐를 주장했다.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사 지분 참여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정 교수는 "신문-방송 겸영금지 조항을 삭제한 것이 미디어 법안 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라며 "실제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신문사의 돈이 방송사에 들어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것에 대한 우려는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과 신문이 지상파 방송사의 20%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KBS와 MBC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 협상의 몫으로 남기자"며 "SBS와 기타 지역 민방들에 대해서는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분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면 IT 강국 한국이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야당이 이 문제를 갖고 대안 없이 선전용 구호만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문재완 한국외대 법대교수는 "의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그것만 확보되면 산업적 측면에서 규제는 풀어줘야한다는 것이 헌법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민영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만 대기업과 신문의 지분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방송법에 명확히 집어넣으면 될 것"이라고 정 교수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기업-신문이 방송진입하면 고용 창출?"... "찬성자들, 얼마 전까지 반대했다"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토론자로는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정길화 MBC 정책협력팀장이 참석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언론 관련 법안 처리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디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대기업이 진입하고 신문-방송 겸영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예가 많다"며 "가까운 예로 KBS와 MBC, SBS 중에 대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는 SBS가 고용이 가장 적고, 신방-겸영을 하면 인력 통합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자리는 줄어들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지금 경제 상황에서 대기업과 신문의 미디어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반대편을 안심을 시키려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방송장악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법안을 왜 끌고가려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정길화 팀장은 황 교수와 정 교수 두 발제자가 해오던 주장과 현재 언론 관련 법안에 대해 내놓는 주장이 다르다는 지적을 내놨다.

 

정 팀장은 정 교수에 대해 "2007년 12월 27일 MB의 대통령 당선 직후에 같이 참여한 토론회에서 정 교수는 '너무 많은 미디어가 난립하고 있다' '신문이 지상파를 겸영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무한 경쟁은 또 다른 독점체제를 만들 수 있다'는 제한경쟁론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며 "그동안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입장 변화의 근거를 제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황 교수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이 발의되기 전인 작년 9월 '매체가 많아지면 여론 다양성이 증가하고 콘텐츠가 증가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는 칼럼을 쓰시지 않았느냐"며 "발제자 두분이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학자로서 비판적 입장에서 검증하는 부분이 없어서 아쉽다"고 비판햇다.

 

그는 공청회의 사회자인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도 "<100분 토론> 등에 출연해서도 '신문이 방송에 진입하게 한다고 해서 지상파까지 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정병국 미디어특위 위원장도 '언론독과점으로 가는 것은 안된다' 수차례 강조했다"며 "지난 12월 3일 한나라당 미디어법안 내용이 발표되던 지난 12월 3일에 이같은 입장이 전면적으로 뒤집어졌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회자가 나서 "MBC는 공정성에 문제" - 'MBC 압박 공청회'로 전락

 

정 팀장이 '전에 하던 주장과 지금 하는 주장이 다르다'는 식으로 법안 찬성측을 공격하자, 공청회의 공정성 유지를 담당해야 할 사회자인 나경원 의원이 나섰다. "정 팀장이 나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그 발언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나 의원은 "'말을 바꿨다'는 내용의 보도를 MBC가 <뉴스데스크>, <뉴스 후>, <PD수첩> 등에서 다 방송하면서 나에게 한번도 전화해서 물어보지 않았다"며 "공정한 보도라면 취재 대상에게 물어보는 것이 기본 아니냐"고 따졌다.

 

나 의원은 이어 "예전에는 규제를 지나치게 푸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지상파와 종합편성 PP(방송채널사용사업)에 대한 현재의 규제가 형평성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지상파 부분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이 더 형펑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간 입장이 바뀐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의 입장변화에 대해 설명한 나 의원은 이어 "최근 3년간 MBC가 공익성 문제로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주의나 제재를 받은 것이 SBS보다 2배 가까이 된다"며 "공익성을 얘기하기엔 MBC부터 자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MBC에 대한 불만들 드러냈다. 공청회 사회자라는 역할이 무색한 발언을 한 것.

 

이후 공청회장은 'MBC 성토의 장'이 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각종 MBC 왜곡·편파보도 사례를 열거하면서 "87년 민주화운동을 할 때도 이렇게 왜곡을 당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발제를 했던 황 교수도 "나는 MBC의 인터뷰는 거절하고 있다"며 "내 인터뷰 뒤엔 꼭 6~7명의 반박 인터뷰가 나온다"고 성토했다.

 

이날 공청회는 열띤 분위기에서 3시간여 진행됐다. 한나라당 미디어법안 찬성측 3명, MBC 편파방송 사례를 얘기하는 토론자 1명, MBC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사회자 1명 등 5명과 한나라당 미디어 법안에 반대하는 2명이 맞붙은 5:2의 공청회였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2명 2명씩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가진 분을 토론자로 모셨다"며 "MBC 공정성 문제제기도 정 팀장이 나에 대한 말씀을 했기 때문이지 MBC에 대해 말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태그:#언론 법안, #나경원, #정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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