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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꽃보다 남자>. (왼쪽부터)김준(송우빈역), 김범(소이정역), 이민호(구준표역), 김현중(윤지후역).

방영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선전을 펼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동명의 원작 만화는 베스트셀러, 대만에선 드라마로 일본에선 드라마에 영화로까지 제작되며 종전의 히트를 기록한 <꽃보다 남자>였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흥행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철저하게 10~20대 여성의 취향에 맞춘 트렌디 드라마인 KBS2 <꽃보다 남자>(월·화 밤 10시)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고(TNS미디어코리아) 6회 만에 24.8%에 올라(이하 동일기준) 동시간대 최강자인 <에덴의 동쪽>을 턱밑까지 추격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경쟁작 SBS <떼루아>의 유선과 기태영도 <꽃보다 남자>가 이 정도까지 선전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니, 가히 기현상이다.

 

지금 전국은 그야말로 <꽃보다 남자> 열풍에 휩싸였다. 시청률의 수직 상승 그래프만 봐도 그 열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 및 드라마와 관련된 각종 콘텐츠의 인기도 굉장하다.

 

극중 F4(Flower 4인방)라 불리는 4명의 주인공들, 특히 그중에서도 구준표 역의 이민호는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으로 <과속스캔들>의 박보영과 함께 2009년 가장 확실하게 뜬 신인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수 출신으로 첫 연기에 도전하는 김현중(윤지후 역)은 수려한 외모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김범(소이정 역)과 김준(송우빈 역)은 바람둥이 콘셉트에 어울리는 화려한 용모와 패션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전국은 지금 <꽃보다 남자>로 '들썩'

 

 <꽃보다 남자> 한 장면. 학교 내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의 수위가 높아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시청률 상승에 도움을 줬다.

OST 역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현중이 소속된 아이돌 그룹 SS501이 부른 '내 머리가 나빠서'를 비롯하여 티맥스의 '파라다이스', 썸데이의 '알고 있나요' 등도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단번에 수십 계단을 뛰어 오르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인공들의 패션과 소품도 화제가 되고 있다. 재벌 2세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입는 '프레피 룩(Preppy look)' 스타일의 옷이 인기를 끌면서 동대문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 방문자 수와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또 김범의 피어싱, 김준의 페도라 등 주인공들이 착용한 패션 아이템에 대한 시청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며 역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꽃보다 남자>의 성공에 KBS도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 2년여 동안 KBS 월화드라마는 시청률 면에서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권상우·이요원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못된 사랑>, 오지호·허이재의 <싱글파파는 열애중>, 청와대 경호실의 이야기를 다룬 <강적들>, 에릭·구혜선 주연의 <최강칠우>, 김지훈·김민희의 <연애결혼>, 그리고 현빈·송혜교 주연에 표민수·노희경 콤비가 뭉친 최근작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동시간대 1위는 고사하고 종방에서 두 자리대 시청률을 거둔 작품도 드문 형편이었다. 시청률의 부진은 자연히 광고 급감으로 이어졌고, 이 탓에 KBS 월화드라마는 '광고의 사각지대'라는 오명까지 들어야 했었다.

 

그러나 <꽃보다 남자>는 광고 판매에서도 무서운 힘을 보여줬다. 첫 회 3개에 불과했던 광고가 지난 21일 6회에선 28개로 늘어났다. 3주 사이에 9배가 넘는 판매 상승률을 올린 것이다. 이는 70분 드라마 기준으로 '완판(광고 완전 판매)'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광고 완판에 KBS뿐만 아니라 외주제작사인 '그룹에이트'도 덩달아 웃음꽃이 폈다. 통상 광고수익은 고스란히 방송사의 몫이지만, <꽃보다 남자>는 제작계약 당시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주는 제작비를 최소화 하는 대신 광고수익에 따라 러닝개런티를 지급하기로 했었다. 따라서 광고가 완판된 만큼 외주제작사가 받는 보너스도 늘어날 전망이다.

 

누구도 예측 못한 <꽃남>의 성공... 이유가 뭘까?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것일까? 일단 <꽃보다 남자>는 재밌다. 드라마건 영화건 연극이건 모든 '극'의 성공 요인의 첫 번째는 단연 '재미'다. 재미가 없으면 흥미가 생기지 않고, 흥미가 없으면 관심이 없다.

 

그런데 <꽃보다 남자>는 재밌다. 그것도 기가 막히게. 줄거리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세탁소집 딸인 금잔디(구혜선 분)가 어느날 우연찮은 기회로 대한민국 상위 0.1%만 다닐 수 있다는 명문 신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또 우연히 대재벌 신화그룹의 후계자 구준표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진부하기까지 한 이야기가 바로 <꽃보다 남자>의 전부이다.

 

그런데 이 진부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왜? 일단 예쁘다. 아름답다. 일본풍이 가미된 번드르르한 교복을 구혜선이 입으니 상큼·발랄하기 그지없고, F4로 대변되는 이민호·김현중·김범·김준의 옷맵시는 요즘 말로 '간지'가 넘쳐흐를 지경이다.

 

뿐인가. 스케일도 여느 신데렐라 스토리와는 차원을 달리 한다. 구준표의 대저택은 지금까지 봐왔던 재벌가의 저택수준을 사뿐히 뛰어 넘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치장에 1억원이 우습게 들고, 교내 식당에서 먹는 점심식사는 한 끼에 5만원짜리, 수학여행비는 자그마치 2천만원이라 한다. 전용기는 물론이고 그룹 소유의 섬까지 있어 언제든지 휑하니 날아가 여행을 즐긴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삶을 즐기는 주인공들이 다름 아닌 고교생이다. 물론 원작에서도 주인공들의 신분은 고교생이었다. 그러나 드라마화 되면서 우리 현실에 맞게 대학생 정도로 고쳐질 줄 알았지만 제작진은 원작 그대로 가는 걸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다.

 

비판+우려가 시청률로 이어져... 마케팅의 성공

 

 <꽃보다 남자> 한 장면. 현실에선 재벌 2세가 평범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물불 안 가릴 가능성은 극히 적다. 남녀주인공인 구준표(이민호)와 금잔디(구혜선)

<꽃보다 남자>의 주 시청자 층은 10대 여성으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4.5%나 된다. 주인공이 고교생이라는 설정은 이 10대 여성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되어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만들었다. 2006년 '입헌군주제'라는 독특한 소재로 큰 인기를 모았던 MBC 드라마 <궁> 역시 주인공들의 신분을 고교생으로 설정하여 비슷한 효과를 누렸다. 더구나 방영기간이 겨울방학과 겹친다는 점도 10대 여성 시청자를 브라운관 앞으로 모으는 데 일조했다.

 

물론 고교생, 즉 미성년자라는 신분적 제약 때문에 주인공들이 클럽에 가거나, 호텔에 투숙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한다든지 하는 에피소드 등에 대해 '과연 적절한가?'하는 논란이 파생되었고, 비판의 소지를 낳기도 했다. 또 극중 금잔디를 향한 동급생들의 집단 따돌림, 괴롭힘의 수위가 무척이나 높고 지나치게 폭력적이어서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우려한다는 뭇매를 맞기도 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비판과 우려는 도리어 <꽃보다 남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았다. 연일 쏟아지는 관련 기사, 팬과 안티팬 사이의 열띤 논쟁 등으로 '도대체 뭔데 이 난리냐?'와 같은 심리를 가진 대중들을 시청자로 편입시켰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제2의 IMF사태'라고 불릴만큼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 스케일을 달리하는 재벌 2세와 신데렐라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현실과는 너무 다른 화면 속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위화감을 느끼고 외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 가정의 따뜻한 가족애를 다룬 드라마가 먹히고, 반대로 럭셔리한 드라마는 고배를 마신다는 방송가 통념도 한 몫 거들었다. 그러나 <꽃보다 남자>는 이런 우려도 말끔히 씻어냈다.

 

사람은 현실이 힘들고 고달플 때 환상을 꿈꾼다

 

<꽃보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밝음'을 지향한다. '하이 판타지 로망스', 제작진에서 기획 당시부터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꽃보다 남자>는 현실이 아닌 판타지다. 현실에 신화 고등학교 같은 귀족학교는 없다. 현실에선 평범한 세탁소집 딸이 그런 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 현실에선 재벌 2세가 평범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물불 안 가릴 가능성은 극히 적다.

 

사람은 누구나 현실이 힘들고 고달플 때 환상을 꿈꾼다. 입시라는 관문을 앞에 두고 무한경쟁에 시달리는 10대 청소년들도, 최악의 실업률 속에서 혹독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고달픈 20대 여성들도 <꽃보다 남자>를 보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시름을 잊는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법한 꿈같은 이야기를 통해 잊고 살아온 설렘과 열정을 깨워 시청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제작진의 포부는 적어도 지금까진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재벌 2세와 신데렐라 간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돌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개인블로그에도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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