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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된 쓰레기봉투(왼쪽)와 일반 주민이 쓰는 쓰레기 봉투(오른쪽)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된 쓰레기봉투(왼쪽)와 일반 주민이 쓰는 쓰레기 봉투(오른쪽)
ⓒ 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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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강동구 천호1동의 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은 매달 구청으로부터 무료로 지급받고 있는 쓰레기 규격봉투를 받고 황당했다. 매달 10L 용량의 쓰레기 규격봉투 6매씩을 지원받아 왔는데 2008년 12월분이라며 지원받은 봉투가 일반 규격봉투와 형태가 달랐던 것.

모양도 작고 활용도도 떨어져 보여 처음엔 경기가 어려워 새해 들어 봉투규격도 바뀌었나보다 생각했으나 이내 수급자들에게만 이러한 봉투가 지급된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힘들게 살아가는 것도 서러운데 쓰레기를 버릴 때에도 주위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수치심이 들어 새해 벽두부터 신세만 한탄해야 했다.

최근 서울 강동구 일부에서 일반 규격봉투와 상이한 수급자용 쓰레기봉투가 유통돼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에 천호1동 기초생활수급대상 600여 가구를 비롯해 일부 동 수급자들에게 지급된 쓰레기봉투는 일반 규격봉투가 아닌 재사용 종량제 봉투. 재사용 종량제 봉투는 2002년 환경부 지침에 의거해 2003년 일부 제작돼 주민들에게 판매됐던 것으로 당시 유통매장의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강동구의 경우 동별로 나뉜 쓰레기 수거 위탁업체가 상이하고 유통매장에서도 주민들의 구매가 거의 없어 이후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남아있던 것들이다.

2003년 재사용 종량제 봉투의 유통이 중단되면서 구청을 비롯해 위탁업체들은 상당한 양의 재고를 안게 됐다. 이후 재사용 종량제 봉투의 제작목적과 달리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하다 당시 수급자들로부터 일반 주민과 차별화된 봉투가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등의 항의가 일자 지급을 중단했었다.

그러다 최근 강동구 쓰레기 수거 위탁업체 3곳 중 규모가 가장 큰 G업체가 재고봉투를 소진하기 위해 다시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공급한 것.

일선 동 담당자들조차 수급자들에게 지급되는 봉투가 차별된다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천호1동 관계자는 "이번에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지급된 봉투도 똑같은 쓰레기봉투로 위탁업체 재고가 있어 지급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라며 오히려 위탁업체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관리 감독하고 있는 구청 또한 이러한 사실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재사용 종량제 봉투는 유통되고 있지 않다고만 이야기 하고 있다. 구청 청소행정과 담당자는 "재사용 종량제 봉투는 구청이나 위탁업체가 일부 재고를 가지고 있으나 현재는 유통되고 있지 않다"며 "재고 소진을 위해 올해 당초 목적대로 수급자가 아닌 판매점을 통해 재고를 소진할 계획은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 강동송파구 주민의 대변지 서울동부신문(21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동구, #쓰레기봉투,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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