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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 타는 아이들 09겨울우둥불에 참여한 아이들이 성공회대 교정에서 장다리를 타고 있는 모습
▲ 장다리 타는 아이들 09겨울우둥불에 참여한 아이들이 성공회대 교정에서 장다리를 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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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성공했다!”
“에이~ 다시 하자, 시~이작!”

여느 때 같으면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하고 적막하기만 했을 교정 곳곳에 아이들의 자잘한 탄식과 경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14일, 서울 구로에 있는 성공회대학교 곳곳에서 열린 ‘겨울우둥불공연예술놀이터’의 열기는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높바람도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뜨거웠다.

올해로 4번째 열리는 ‘2009 겨울우둥불공연예술놀이터’(2009.1.12~1.16)는 성공회대학교동아시아연구소(소장 백원담)와 나무닭움직임연구소(소장 장소익)가 문화를 통해 지역을 어떻게 소통시키고 공동체를 가꿔갈 수 있는지 고민한 끝에 만들어진 지역아이들의 공연예술놀이터다. ‘우둥불’이란 낯선 이름 안에는 그런 의지가 담겼다.

‘우둥불’은 순 우리말로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들이 한겨울 시린 만주벌판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나라의 독립과 장래에 대해 의논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토론하면서 몸으로 실천하던 그런 불을 뜻한다.

동아시아연구소의 백원담 소장은 개막식 때 아이들에게 우둥불에 담긴 뜻을 설명하면서, “우둥불은 모여서 서로 토론하고,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자리다. 나무는 더불어 숲이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답듯이 여러분 모두가 우둥불이 되어달라”는 당부를 매회 이어가고 있다.

언뜻 들으면 낯설고 어려운 말 같지만 첫 회부터 지금까지 계속 참가한 아이들은 이제 우둥불의 사전적인 의미는 몰라도 우둥불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직접 느끼며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이런 반응은 어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이제 4회째 접어든 이 행사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 또한 뜨겁다. 아마도 여느 방학 캠프와는 다른 우둥불만의 남다른 매력 때문일 것이다.

09 겨울우둥불 춤놀이반 아이들 09겨울우둥불의 춤놀이반 아이들의 놀이터 모습
▲ 09 겨울우둥불 춤놀이반 아이들 09겨울우둥불의 춤놀이반 아이들의 놀이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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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둥불공연예술놀이터는 장다리, 탈놀이, 버나돌리기, 공동체인형극, 춤, 포이돌리기(저글링) 등 여러 가지 모둠별 놀이터로 나뉘어 있다. 장다리와 탈놀이, 버나 등은 옛날 남사당패가 하던 여러 놀이 가운데 하나이고, 포이돌리기는 뉴질랜드 원주민들의 사냥에서 유래된 전통놀이다. 우리의 전통놀이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의 전통놀이가 함께 어우러진 모양새인데 이 놀이들을 선택한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놀이터별 기획과 진행을 맡은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임은혜(37)씨는 수십 가지 놀이 가운데 아이들이 하기에 가장 쉬운 것을 우선으로 정했지만 그 안에는 다 뜻이 담겼며 각 놀이가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장다리는 긴 나무다리를 타고 키다리가 되어 움직임을 익히는 놀이인데, 장다리를 타고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단다. 낮은 곳에서 주눅 든 채 살아가던 아이들이 높은 곳에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는 경험은 무척 새롭고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마을의 모습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경험 또한 쌓을 수 있다고 한다.

버나돌리기 09겨울우둥불에 참여한 아이들이 우리 전통놀이인 버나돌리기를 연습하고 있다
▲ 버나돌리기 09겨울우둥불에 참여한 아이들이 우리 전통놀이인 버나돌리기를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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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버나돌리기도 접시 모양의 원반을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해 돌리는 놀이인데 버나라는 놀이도구는 우주를 상징하고 이를 돌리면서 우주와 나, 나와 우주를 하나로 만드는 그런 뜻이 담겨 있는 놀이다. 무엇보다 각 놀이터마다 아이들이 놀이의 뜻을 알고 이를 경험하며 변화하는 모습에서 이 놀이들이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을 확인한다고 한다.

09겨울우둥불 탈놀이반 아이들 09겨울우둥불 탈놀이반 아이들이 손수 만든 탈을 써보며 즐거워하는 모습
▲ 09겨울우둥불 탈놀이반 아이들 09겨울우둥불 탈놀이반 아이들이 손수 만든 탈을 써보며 즐거워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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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아이들은 5일 동안 각 놀이터별로 모둠을 지어 해당 놀이를 익히고 또 가르친다. 전문기술을 가진 선생님이 일방통행으로 기능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첫회 때 배운 아이들이 다음 회에는 모둠장이 되어 새로 들어온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는다. 선생님은 보조 진행자 역할을 하면서 모둠장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도울 뿐이다.

처음에 시도할 땐 걱정이 많았는데 어른들의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감 있고 따뜻하게 자신의 후배들을 가르치고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스스로 공연을 기획해서 전체 집체극을 만들기도 하고, 다음회의 개막공연을 꾸리기도 한다. 참가자가 해마다 바뀌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여느 캠프와는 확실히 다른 우둥불만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우둥불이 끝난 후에도 모임을 만들어 계속 포이를 돌리고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기도 한다. 당연히 다음 우둥불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인간적 자람은 뒷전이고 성적으로만 평가 받는 사회에서 어릴 때부터 공부에 매달려야 하고 놀이라고는 컴퓨터 게임과 온갖 소비문화에 노출되어 어른 흉내를 내느라 5학년만 되어도 구부정하게 어깨근육이 굳어버린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머리와 손끝이 아닌 ‘몸’을 움직여 ‘문화’를 알아가고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스스로 일의 주체가 되어보는 것, 남을 지도하는 리더십을 훈련하는 것, 그러면서도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깨닫는 것이 우둥불이 거둔 가장 큰 성과다.

특히 이번 4회 우둥불은 ‘구로를 넘어 아시아로’라는 주제를 달고 아주 특별한 친구들이 우둥불놀이터를 찾았다. 대만 중부 지역 남투시의 ‘가화초등학교실팽이팀’이 방문해서 한국의 아이들에게 대만의 전통놀이인 ‘실팽이(디아블로)’를 직접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로 구성된 실팽이팀은 5일 동안 여느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참여해서 실팽이 기술을 가르치는 한편 한국 아이들에게 포이돌리기와 버나돌리기를 배우고 있다. 부끄러워하며 기술을 배우던 아이들은 어느새 중국아이들의 별명을 부르며 놀릴만큼 친해져 있었다.

대만 남투시 가화초등학교 실팽이팀의 공연 가화초등학교의 실팽이팀이 09겨울우둥불공연예술놀이터의 개막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대만 남투시 가화초등학교 실팽이팀의 공연 가화초등학교의 실팽이팀이 09겨울우둥불공연예술놀이터의 개막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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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자기들이 가르쳐준 실팽이 기술을 우둥불의 아이들이 많이 퍼뜨려서 한국 아이들이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고, 한국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전해준 포이와 버나놀이가 대만에서 널리 퍼지기를 원했다.

아이들이 놀이와 문화와 교육의 주체가 되고, 서로 동등하게 소통하고 연대해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놀이라는 건, 문화라는 건, 교육이란 건 결국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구로를 넘어 아시아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둥불의 정신은 작지만 소중한 한걸음을 내디뎠다.

대만의 전래놀이 실팽이돌리기를 배우고 있는 한국 아이들 아이들이 대만의 전래놀이인 실팽이돌리기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 대만의 전래놀이 실팽이돌리기를 배우고 있는 한국 아이들 아이들이 대만의 전래놀이인 실팽이돌리기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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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둥불공연예술놀이터가 여기까지 온 데는 동아시아연구소 백원담 소장과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장소익 소장의 역할이 컸다. 뜨거웠던 80년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세대인 이들이 주목한 것은 ‘문화’와 ‘지역’이라는 가치였다.

혁명이나 민중 같은 달뜬 구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공허한 아이들의 눈빛, 경쟁이라는 가치 앞에서 슬프게 무너져버린 교육공동체의 꿈, 문화도 돈으로 소비해야만 소유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척박한 현실을 어떻게 ‘문화’라는 가치를 통해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공동체를 만들 것인가가 이들의 화두였다.

특히 성공회대가 위치한 구로라는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공단이 처음 들어선 산업화의 일번지로 노동운동도 활발히 이루어져왔고 많은 문화일꾼들이 생산의 문화를 만들어온 우리 현대사의 축도와도 같은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의 낙후한 지역으로 각인되어 있고, 사각지대라는 말도 무색할 만큼 문화에서도 열악한 지역이 되어 있다.

아이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을 부끄럽게 여기는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공동체를 말할 수 있는가, 구로지역의 아이들이 자신의 삶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생산문화의 거점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우둥불은 시작되었고 첫회 우둥불에 참가한 아이들은 ‘이런 우둥불이 있는 구로가 자랑스러워요’라는 말로 이들의 간절한 바람에 화답했다.

09겨울우둥불에 함께 한 아이들 14일 대만 실팽이팀의 공연 후 우둥불에 참여한 아이들 일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09겨울우둥불에 함께 한 아이들 14일 대만 실팽이팀의 공연 후 우둥불에 참여한 아이들 일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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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와 지역연구의 결합 속에서 전국에 모범이 될만한 지역문화운동의 모델을 만들어 이를 다시 전국으로 확산시키고자 한 동아시아연구소의 목표 또한 지역의 공부방교사들, 참여 아이들의 부모들, 지역문화운동가들이 함께 하면서 점점 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년쯤 후엔 첫 회부터 참여한 아이들이 모두 모여 구로 일대를 장다리와 포이와 버나와 탈을 쓰고 퍼레이드를 벌일 계획이다. 이런 순환이 10년만 이어진다면 어른이 된 아이들이 이 놀이터를 계속 만들어가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계속 다음 세대의 아이들과 함께 지역의 공동체 문화를 엮어갈 수 있다는 작지만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참여한 아이들에게 물으니 5년 뒤, 10년 뒤, 어른이 되더라도 계속 우둥불에 참여하겠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아이들의 씩씩한 몸짓과 단호한 눈빛이 있어 아마 이들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구로의 끝자락 성공회대에서 소박하게 지펴진 우둥불은 이미 문화공동체, 지역공동체를 만들 커다란 들불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인터뷰] '대만남투시남투현가화초등학교실팽이팀(台灣南投縣南投市嘉和國小扯鈴隊簡介)'
지도교사 장혜연(張惠宴, 여, 41)



가화초등학교 실팽이팀의 장혜연 지도교사 대만의 남투시 가화초등하교실팽이팀 장혜연 지도교사가 성공회대동아시아연구소에서 우둥불참여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가화초등학교 실팽이팀의 장혜연 지도교사 대만의 남투시 가화초등하교실팽이팀 장혜연 지도교사가 성공회대동아시아연구소에서 우둥불참여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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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둥불놀이터에 초청받게 된 인연은?
"대만에서 민중연극운동을 하는 리타라는 분을 통해 한국의 우둥불놀이터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초청을 받아 오게 되었다."

- 학교 아이들과 실팽이 놀이를 하게 된 계기는?
"처음 발령받은 학교에서 방과 후에 무료하게 배회하는 아이들을 보고 뭔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대학 때 배웠던 실팽이 기술이 있어 아이들에게 가르치게 되었는데, 무척 재미있어 하고 금새 다른 아이들과 같이 연습하면서 흥미로워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전통문화를 전달할 수도 있고, 고난도 기술을 습득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것에 보람을 느껴 계속 하고 있다."

- 한국 아이들은 시험과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대만은 어떤가.
"물론 성적이나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는 모두 있다. 그러나 대만은 한국처럼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실팽이, 제기차기, 연날리기 같은 다른 전통놀이들을 학교에서 많이 배우는 것도 한국과 다른 점이다."

- 우둥불놀이터를 접한 느낌은 어떤가.
"우리 아이들은 한달에 2-3차례 공연을 다닐 정도로 많은 공연경험이 있다. 미국이나 싱가폴 등 해외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땐 단순한 기예공연이었지만 한국의 우둥불은 그 취지나 진행 면에서 차별성이 있어 이번 공연이 좋다."

- 한국의 아이들에게 한마디.
"이번 만남을 계기로 다음번에도 계속 교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도 돌아가서 한국의 놀이를 소개하겠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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