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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러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왼쪽)과 후임에 내정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19일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개각의 뚜껑이 열렸다. 국민은 '1·19 개각'이라는 이름처럼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들이 대거 등용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1·19 개각은 그렇지 않아도 소외된 집권여당 한나라당에 불을 지르고 야당과 국민을 실망시켰다. 18일 단행된 권력기관장 인사에 이은, 개각의 인선 결과는 한마디로 말해 '낙제점'이다.

 

TK 친위세력의 전진 배치는 '형님 인사의 완결판'

 

우선, 인사발표의 절차와 형식부터가 양명하지 않고 비겁했다.

 

청와대는 개각에 앞서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인사를 단행했다. 결과는 부산-경남(PK) 출신인 김성호 국정원장과 어청수 경찰청장을 대구경북(TK) 출신인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과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으로 교체하고, 임채진 검찰총장은 유임, 한상율 국세청장은 사퇴하는 것이었다. 누가 보기에도 'PK에서 TK로'의 권력 이동이다.

 

TK 친위세력의 전진 배치는 이른바 '형님 인사의 완결판' 성격을 띤다. 정치권에서는 김석기씨가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될 때부터 일찌감치 어청수 경찰청장 후임으로 거론돼 왔다. 그가 이명박(MB) 대통령 형님의 친구이자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고교 후배라는 점에서 대표적 '형님 인사'로 지목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야당이 이번 인사를 두고 "TK 목장이 부활의 신호탄을 올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계주인 친목계 인사가 이번 인사인 것 같다"고 비판하는 것은 정당한 정치공세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런 야당의 정치공세마저 무력화할 요량으로 권력기관과는 무관한 주미대사 내정자를 슬쩍 끼워 넣어 함께 공개하는 '꼼수'를 썼다.

 

한덕수 주미대사 내정자는 전북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행정의 달인' 혹은 '처세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고건 전 총리에 빗대어, 그를 '제2의 고건'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이도 있지만, 한-미 간 최대 현안으로 등장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구원투수로 기용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한덕수 전 총리를 2주 전에 주미대사 내정자로 결정하고도, 외교관 직군과는 무관한 TK 출신의 권력기관장(국정원장, 경찰청장) 후보와 함께 발표한 것이다. 또 외교사절을 파견하는 데는 상대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함에 비추어 아그레망 절차를 무시하고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면서 언론에 공개한 것도 TK 권력기관장 인사를 '물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챙기지 않은 청와대의 당 무시

 

청와대는 개각을 단행하면서 사전에 집권여당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상의하기는커녕 당 지도부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철저한 집권당 무시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각이나 이런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당과 청와대 사이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면서 "인선 과정은 둘째치고라도 당 대표나 나중에 청문회를 진행하는 원내대표에게는 기자들이 듣기 전에 통보가 와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는 일요일인 전날 골프장에서 기자의 문의전화를 받고 권력기관장 인선 내용을 알았다고 한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전화로 개각 명단을 통보받은 박희태 대표도 심기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청와대의 개각 발표를 3시간 남겨두고서도 이날 발표가 미뤄진 행정안전부 장관 후임에 대해서 "내가 지금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되는 건지…"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청와대는 집권여당 지도부에 대한 의전은커녕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챙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새해를 맞이해 국정운영의 면모를 일신할 목적으로 단행된 1·19 개각이 오히려 지난 연말부터 청와대를 대리해서 치른 '입법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한나라당에 불을 붙였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19일 "국민 마음을 얻는 인사"라고 의례적인 논평을 냈지만, 정작 한나라당 의원들의 마음조차 얻지 못한 인사였다. 민주당은 "국민들에 대한 반란 수준의 인사"라고 혹평했다.

 

4대 권력기관장 인사 역시 'YS 시즌 2'

 

인사의 내용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임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내정자)과 윤진식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모두 IMF 긴급구제금융을 초래한 김영삼 정부 시절에 경제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꿈이었으면 좋겠다"면서 "강만수 장관에 이어 윤증현 내정자라는 IMF의 악령이 다시 우리를 덮치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고 비꼬았다.

 

환란 위기 당시 강만수 장관은 YS 정부에서 재정경제원 차관을, 윤증현 내정자는 금융정책실장을 지냈다. 결국 강만수로 대표되는 MB 정부 1기 내각에 이어 이번 개각도 'YS 시즌 2'를 떠올리게 하는 인사다.

 

현재 진행형인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인사 역시 'YS 시즌 2'를 떠올리게 한다.

 

검찰총장-경찰청장과 국세청장 그리고 국정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지만 장관급 이상의 힘을 갖는 권력기관장이다. 이들은 각각 국민의 인신을 구속하고, 세금을 부과하고, 정보를 장악함으로써 권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역대 정권은 늘 친위세력으로 이 네 자리를 채웠다. 그중에서도 YS 정권은 임기 종반에 4대 권력기관장과 법무장관까지를 경남고 출신의 PK 인사로 채운 적이 있다. 임기말을 앞둔 정권의 초조함과 불안감의 표출이다.

 

이번 1·19 개각에도 불구하고 MB 정권 권력기관장의 진용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지만, 미정인 국세청장을 제외하더라도 김경한 법무장관(경북 안동)과 임채진 검찰총장(경남 남해), 원세훈 국정원장(경북 영주), 김석기 경찰청장(경북 영일), 방송통신 권력을 쥐고 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경북 영일) 등이 모두 영남 일색이다. 정권으로선 PK가 TK로 바뀌었지만, 국민의 눈에는 'YS 시즌 2'를 떠올리게 하는 인사다.

 

MB의 인사도 YS와 닮은꼴

 

지난 연말 개각을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은 정치적 친소관계를 떠나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을 폭 넓게 기용하는 이른바 '탕평인사'를 주문했다. 그런데 1·19 개각은 누가 보기에도 '탕평인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돌격내각' 혹은 '친위내각'의 성격이 강하다.

 

일부 야당이 주장해 온 비상거국내각은커녕 박근혜 전 대표측 인사를 기용하는 탕평-화합내각의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능력만 있으면 정적도 중용하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드림팀 내각'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집권 2년차에는 대개 새 정권이 가진 관성의 힘으로 통치하고 동력이 떨어지는 3~4년차에는 친위세력을 전진 배치해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런데 MB 정권은 집권 2년차에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그만큼 조급하고 초조하다는 방증이다. 단기적으로 이른바 MB악법 통과를 위한 '돌격내각'이고 길게는 '제2의 촛불'을 몸으로 막기 위한 '친위내각'이다. 

 

YS는 재임중 '인사는 만사(萬事)'라면서 인사를 중시했지만 그의 '인사는 망사(亡事)'

라는 조롱을 받았다. MB의 인사도 YS와 닮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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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is free, but facts are sacred! 팩트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오마이뉴스 정치데스크를 세 번 맡았고, 전국부 총괄데스크,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편집주간(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국정원과 정보기관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