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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새로 산 보라색 자전거를 타고 집인 인천에서 서울까지 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수송도로를 타고 인천과 김포시의 경계지점, 경인운하 공사가 한창인 곳을 둘러보고, 복잡한 김포대로에서 개화동길로 접어들어 김포공항으로 향하지 않고 행주대교로 나아갔습니다. 행주대교로 가다보면 강서습지 생태공원과 연결된 길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김포대로에서 행주대교로 나아갔다.
 김포대로에서 행주대교로 나아갔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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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꺼운 자동차 배기가스와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갓길을 조심스레 달려 행주대교로 나아가다 올림픽대로와 연결되는 지점에 가까워졌을 때, 야트막한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보였습니다.

대부분이 단독주택으로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어우러져 파란 겨울하늘 아래서 한껏 멋진 모습을 자랑했습니다. 예전에 서울로 출퇴근 할 때 차창 너머로 보아오던 곳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올림픽대로와 이어지는 마을 입구로 접어들어 마을 구경을 해봤습니다.

김포대로에서 올림픽대로 입구에서 상사마을로 접어들었다.
 김포대로에서 올림픽대로 입구에서 상사마을로 접어들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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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을은 멀리서 보는 것만큼 생기있지 않았습니다. 한강으로 흘러가는 대두둑천과 오래된 단독주택들과 골목에선 생동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날이 몹시 춥고 한낮이라 그런거라 생각되었지만,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팡이를 집고 마실(을)가는 할머니 한 분만 눈에 띄였습니다. 그리고 개화산을 관통하는 개화터널도 흉측했습니다.

개화산을 관통하는 개화터널과 상사마을, 그 앞에 대두둑천이 흐른다.
 개화산을 관통하는 개화터널과 상사마을, 그 앞에 대두둑천이 흐른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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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지붕이 어울린 아담한 마을을 구경해봤다.
 알록달록한 지붕이 어울린 아담한 마을을 구경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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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니 이 마을은 서울시 강서구 개화동 '상사마을'이었고, 마을 뒷산 인공터널은 지난 1996년 11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려 뚫은거라 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서울로 대학을 다닐 때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시외버스를 타고가다 보았던 개화터널 공사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도 왜 산을 저리도 파헤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지금보니 터널 때문에 정겹던 마을 모습도 변한 듯 싶었습니다.

단독주택들이 모여사는 강서구 개화동 상사마을
 단독주택들이 모여사는 강서구 개화동 상사마을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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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 그런지 인적이 뜸했다.
 날이 추워 그런지 인적이 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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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터널을 뚫기 위해 포스코건설이 엄청나게 다이너마이트(남포)를 터트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70여 채 집이 기울었고 벽에 금이 가고 소음에 시달렸지만, 피해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했다 합니다.

뿐만 아니라 비가 많이 오거나 큰 눈이 내리면 인공터널 외벽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이 곧바로 마을로 쏟아져 불안에 떨어야 했고, 터널 개통 후 까만먼지가 마을로 날아와 여름에도 창문 열기가 힘들다 합니다. 터널공사 때문에 마을을 떠난 주민들도 있다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멀리서는 먼지가 소복이 내려앉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거짓 녹색을 부르짖는 정부는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망령' 경인운하까지 경제성 왜곡·조작의혹을 받고 있으면서도 경인운하건설단까지 만들어 강행하고 있습니다. 암튼 경인운하 예정지인 개화동 일대 그리고 상사마을 주민들이 또다시 운하공사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지팡이를 집고 마실가는 할머니
 지팡이를 집고 마실가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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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구멍가게
 마을의 구멍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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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흔히 볼 수 없는 장독대도 보였다.
 요즘에 흔히 볼 수 없는 장독대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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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알 수 없는 금이 가있다.
 담벼락에 알 수 없는 금이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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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상사마을, #개화터널, #경인운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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