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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의 1월 회원한마당 강연자들. 왼쪽부터 지식채널e를 만든 김진혁 피디, 문래예술공단에 위치한 랩39대표 김강 예술가, 연세대 비정규직의 연대를 이끈 김세현 학생
 참여연대의 1월 회원한마당 강연자들. 왼쪽부터 지식채널e를 만든 김진혁 피디, 문래예술공단에 위치한 랩39대표 김강 예술가, 연세대 비정규직의 연대를 이끈 김세현 학생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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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는 '상상하라 더 낮은 세상을 향해'라는 제목으로 회원한마당(주최: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이 열렸다. <지식채널e>를 만든 김진혁 PD, 문래예술공단에 자리를 잡고 있는 랩39의 김강 대표, 대학교 비정규직의 연대를 이끈 연세대 김세현 학생의 순서로 이어진 강의는 세 시간을 훌쩍 넘기며 뜨거운 열의 속에 진행되었다.

[첫 번째 마당] 수단이 아닌 본질의 상상력 - 김진혁 EBS PD

상상력은 더 이상 예술가에게만 필요한 '자질'이 아니다. 논술을 공부하는 초등학생부터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들까지 상상력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상상력은 몇몇 천재들의 전유물과 같이 느껴진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범인들에게 거리가 멀다. 누구에게나 있다는 상상력을 가르치는 학원과 책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이다.

김진혁 PD는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은 작용한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상상력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얘기되는 상상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김진혁 피디가 말하고자한 것은 처세서에서 말하는 상상력이 아니다. "상상력을 단순히 창의력으로 치환시켜서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원하거나 평가되는 도구로 한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 주제를 정해서 자연스럽게 글을 적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자유롭게 적어간 상상을 통해 발견된 '그 무엇'은 나 자신과 괴리가 없습니다. 수단으로서의 상상력이 아닌 본질로서의 상상력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김진혁 피디의 말은 상상력을 고급아이템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두 번째 마당] 낭만이 아닌 현실의 상상력 - 랩39 대표 김강 예술가

문래동 철공소 단지가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변모하고 있다. 철공소 대문의 일러스트와 벽화, 설치 미술품들은 짙은 회색의 도화지에 정감있고 즐거운 색을 칠한다. 철공소 단지의 예술가와 거리의 풍경이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문래창작촌은 굉장히 현실적인 공간이다. 김강 대표는 "저녁 6시 이후 예술가들이 문래동에 집합을 하죠. 굉장히 현실적인 거예요. 예술가들이 대부분 투잡을 하기 때문에 저녁에 문래동에 모인다는 것을 낭만적으로만 보시면 안되요"라고 말하며 철저히 현실에 뿌리박고 있는 문래동의 상황을 설명한다.

문래창작촌의 형성과 진행 역시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홍대 지역과 대학로의 지가상승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넓은 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유입한 곳이 문래동이다. 예술가들은 '벽을 뚫어도 주인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건물을 개조하여 문래동을 자신들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창작실 밀집 지역이 오랜 재개발 예정지여서 현재 창작촌 유지에 심각한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지역을 매개로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지역사회의 새로운 주체로 창작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가 예술가들에게 그리 녹록하지 않다.

예술가의 상상력이 캔버스에서만 펼쳐 친다는 생각은 착각이였다. 일상의 삶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민하고 대안을 생상해내는 과정에서 예술은 함께 하고 있었다. 김강 대표는 "더 낮은 세상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 비마이너(Be Minor)가 되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존재가 마이너가 되는 것, 현실의 한계를 온몸으로 인지하는 것부터가 예술의 시작이고 상상력의 시작이다.

[세 번째 마당] 똑바로 보는 것이 아닌 사시의 상상력 - 김세현 연세대 학생

삶은 항상 인간을 자연스럽게 초청한다.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일상의 사건에 내포된 수많은 의미는 허공을 떠다니며 사람을 유혹할뿐이다. 결국 본다는 것은 다양한 인생의 초청을 알아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초청에 응했을 때 사람은 다양한 인생의 길을 걷게 된다.

연세대 비정규직 운동을 함께한 김세현 학생은 사람들에게 다르게 볼 것을 제안한다. “세상을 사시하세요. 옆으로도 보시고 거꾸로도 보시고.. 사시하시면 안 보이던 것이 보입니다.” 김세현 학생이 활동하는 살맛은 연세대에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학교와 하청업체의 횡포에 학생과 노동자가 연대해 투쟁했고 결과적으로 고용 승계, 체불임금 3억 5천만원 환급, 주 5일제 근무, 식대 지급 등을 이루어 냈다.

삶의 의미는 다르게 보는 김세현 학생에게 끊임없이 손짓한다. 남자는 손에 물을 묻히면 안된다고 말씀하시는 노동조합 아주머니를 설득해 설거지를 하는 것부터 학교 비정규직의 지역적 조직화를 이루는 것 까지 삶의 전 영역은 그에게 초청의 연속이다. 청중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알았다면 제가 노조 위원장을 했겠죠. 하지만 거북이처럼 걷다보면 느리지만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겠습니까"라며 한걸음씩 인생의 길을 걷는다.

존재로 자유롭게 상상하기

기발하고 뛰어난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는 능력'을 상상력이라고 했을 때, 자유를 꿈꾸는 상상력은 경쟁의 구도에 계급화 되어 갇혀버린다. 철저한 현실에 지평을 둔 '나'의 존재가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과정에 작용하는 그 무엇이 상상력이다. 훈련을 통해 획득되어지기 보다는 존재에서 자연스럽게 우려져 나오는 것이다.

2009년 한해에는 더욱 많은 이들이 마이너(Minor)의 존재로 자유롭게 상상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참여연대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상상력, #김진혁 피디, #문래동, #랩39, #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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