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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별미인 오뎅요리라면 뭐니뭐니해도 오뎅꼬지다.
▲ 오뎅꼬지 겨울철 별미인 오뎅요리라면 뭐니뭐니해도 오뎅꼬지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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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소한이 지났는데도 맹추위는 아직 잰걸음이다. 연일 옷깃이 여며진다. 겨울을 좋아하는 체질이었으면 오죽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즘 같은 날씨가 정말 미욱스럽다. 헌데, 이런 때일수록 더욱 생각나는 게 있다. 장작불로 뜨뜻하게 데워진 아랫목이다. 그러나 역시 겨울에는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국물이 최고다. 맛깔스런 순댓국 한 그릇, 선짓국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일정한 시간과 자리를 꿍쳐야 만난다. 때문에 자투리 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성가시다. 더구나 이즈음 계절에는 그냥 부담 없고 후루룩 가볍게 마시는 게 좋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겨울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군입거리는 단연 오뎅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는 떡볶이나 순대, 호떡과 붕어빵을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겨울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군입거리는

필자가 오뎅을 겨울철 별미에 우선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직접 거리를 걸어 보면 안다. 길거리 모퉁이마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집에 어디 오뎅솥을 내놓지 않은 집이 있는가. 꼭 간이음식점이 아니어도 하다못해 문구점에도 겨울엔 오뎅장사가 주업이다. 그만큼 오뎅이 우리와 친숙한 음식이다. 겨울철 국민대중음식이 된 것이다.
         
그런데 오뎅하면 많은 추억들이 떠오른다. 어렸을 때 가끔 어머니 따라 장마당에 갔을 때, 싸전 한 모퉁이에서 기름 익는 냄새가 코끝을 솔솔 풍겨 났다. 마침 찾아간 그곳에는 커다란 튀김솥이 걸렸고, 어른들 손바닥만한 게 지글지글 튀겨지고 있었다. 주인은 연신 밀반죽 같은 것을 틀에다 대고 죽 밀고서는 능숙하게 튀김솥으로 던져 넣었다. 잠시 후 다 튀겨져 나온 것을 어른들은 ‘덴푸라’라고 했다. 어머니가 한 점 손동냥해 준 덴푸라는 맛이 기가 찼다. 그런데 그게 오뎅이라는 것은 정말 한참 뒤에 알았다. 

한 아이가 오뎅꼬지를 집어들고 있다. 아이를 통해서 유년의 오뎅에 얽힌 추억을 생각해 본다.
▲ 유년의 오뎅 한 아이가 오뎅꼬지를 집어들고 있다. 아이를 통해서 유년의 오뎅에 얽힌 추억을 생각해 본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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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은 일본어 ‘おでん’(御田,oden)에서 온 말이다. 항간에 '꼬치' 또는 '꼬치안주'로 부르기도 했다. 요즘은 ‘오뎅’ 대신에 ‘어묵’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 추세다. 이는 ‘가케우동’이 ‘가락국수’로 바뀐 것과 같다. 그러나 오뎅과 어묵은 전혀 다른 음식이다.

즉, ‘오뎅’(おでん)은 생선묵·유부·무·곤약 등을 꼬챙이에 꿰어 장국에 익힌 일본식 술안주 또는 반찬이며, 꼬치안주고, ‘어묵’(かまぼこ)은 생선의 살을 으깨어 반죽한 뒤 가열·응고시킨 음식으로 생선묵이다.

오뎅과 어묵은 전혀 다른 음식이다

오뎅을 영어로 표기하면 어떻게 될까. 떡을 ‘ricecake’이라 하듯 오뎅은 ‘fishcake’이라고 하지 않을까. 영어 어감으로 보더라도 fishcake가 맞는 듯하다. 근데도 오뎅을 Tempura 혹은 boiled fish paste라고 표기하고 있는 예문이 적지 않다. 오뎅과 덴푸라, 우리나라에서 '덴푸라'하면 흔히 오뎅이라고 부르는 튀긴 어묵을 말하지만, 일본의 덴푸라는 우리와는 달리, 각종 야채나 어패류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 요리를 총칭한다.

갖은 국물에 잘 익은 오뎅고지, 먹음직스럽다.
▲ 잘 익은 오뎅 갖은 국물에 잘 익은 오뎅고지, 먹음직스럽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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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은 일본 음식임은 누구나 다 안다. 어떻게 전래되었을까. 오뎅은 일제시대에 어묵과 함께 일본에서 우리나라에서 들여왔다. 해방 후 어묵은 사라지고 오뎅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전국에 걸쳐 어묵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체인점이 성업 중일 정도로 어묵 또한 옛 명맥 그대로 살아있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오뎅을 먹는 방법이 다양하지 못했다고 한다. 즉 오뎅을 볶거나 국을 끓여먹고, 길쭉한 막대에다 오뎅을 끼워 끓는 물에 담가두었다가 간장으로 간을 하여 먹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느끼한 맛이 강하게 나고, 오뎅 특유에 묘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먹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오뎅의 느끼한 맛을 싫어하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강원도 사람들이 고춧가루와 고추장 등 갖은 양념을 하여 간이 배이도록 끓여 먹기 시작하면서 ‘빨간오뎅’이란 것이 생겼다. 그 시작은 언제쯤인지는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20년 전에도 먹어보았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시작은 훨씬 이전이라 생각된다.

왼쪽 꼬지는 일반 오뎅, 오른쪽 꼬지는 매운 맛 오뎅이다.
▲ 오뎅 꼬지 둘 왼쪽 꼬지는 일반 오뎅, 오른쪽 꼬지는 매운 맛 오뎅이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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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 자체는 빨간 것이 아니다. 그런데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양념을 하여 빨갛게 보이므로 ‘빨간오뎅’ 또는 ‘양념오뎅’으로 불리기 시작하였으며, 포장마차나 분식집 같은 곳에서 상용화 도면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대중적 먹을거리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중적 먹을거리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빨간오뎅' 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뎅이 남의 나라 음식이라는 거부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부산오뎅'을 오뎅의 원조로 생각하여 우리나라가 오뎅의 종주국임을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서민 음식으로 깊게 뿌리내린 이 오뎅의 종주권은 유감스럽게도 일본에게 있다. 가까운 중국이나 대만에도 '오렝(黑輪)'이라는 이름의 오뎅 요리가 있지만, 이는 통상적인 중국의 전파 경로가 아니다.

서민들의 겨울철 별미 오뎅 가게는 늘 분빈다.
▲ 오뎅을 찾는 손님들 서민들의 겨울철 별미 오뎅 가게는 늘 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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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은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다. 따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저녁, 구수한 멸치 국물에 무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 파며 마늘, 간단한 양념을 넣어 모락모락 희뿌연 김을 쏟아내는 오뎅의 정겨운 맛이 그립지 않은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부> 오뎅의 종류와 그 맛이 이어집니다.



태그:#오뎅, #오뎅꼬지, #군입거리, #대중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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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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