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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벽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가는해 오는해> 제작진이 '정부 비판'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에 대해 KBS 제작진은 "왜곡방송이라는 주장이 모순"이라며 "오히려 우리 행사가 방해 받았다"고 적극 반박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KBS 예능제작국 오세영 국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야의종 타종) 행사는 우리 국민이 2008년을 보내고 2009년 새해를 맞으면서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라며 "축제는 아니지만 그런 의미를 담는 행사에서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우리는 시위를 방송하려고 중계하러 나간 것은 아니다"라며 "(시위가 오히려) 행사 목적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을 폈다. 그는 또 "촛불시위를 취재 나갔는데 그것을 중계하면서 왜곡한다면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지만, 행사 자체는 시위 현장이 아니지 않느냐"며 "(누리꾼들의 주장에) 화가 난다"고도 덧붙였다.

 

"시위 현장 왜곡한 것도 아니고... 화가 난다"

 

오 국장에 따르면, 1일 새벽 특별생방송은 미리 연출된 대로 진행됐을 뿐이고, '반정부 시위'가 행사와 방송의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를 벌인데 대해서도 오 국장은 "시위를 하려면 다른 데 가서 해야지 않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행사가 끝난 뒤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괜찮지만, 행사 자체는 존중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일 행사 도중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개됐을 때 쏟아진 야유가 예능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박수 소리'로 처리된  데 대해 오 국장은 "어느 프로그램에나 쓰이는 방송 테크닉"이라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또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아나운서가 1일 밤 클로징멘트에서 KBS 방송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 대해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왜곡되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오세영 국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식 방송 등 굵직한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아온 중견 프로듀서다. 다음은 오세영 국장과의 일문일답.

 

- 누리꾼들은 KBS '가는해 오는해' 생방송이 반정부 시위를 벌인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왜곡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 행사는 우리 국민이 2008년을 보내고 2009년 새해를 맞으면서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다. 그런 행사에서 시위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본다. 시위를 하려면 다른 장소에 가서 시위를 해야지…. 우리는 시위를 방송하려고 중계하러 나간 것은 아니다. 행사 목적에 위배되는게 아닌가? 사실은 우리 행사가 방해받은 것이다. 그 분들 의사가 있으니까 그 행사가 끝난 뒤 목소리를 내는 것은 괜찮지만, 행사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행사장에서 시위대 구호 소리가 들렸을 때 행사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장면이라서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돌렸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연출자 의도대로 연출하는 것이다. 시위 현장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러니까 (방송 장면은) 우리 연출자 판단이다."

 

- 오세훈 시장이 소개될 때 시위대가 함성을 지르고 야유했는데, 나중에 예능 프로그램 박수소리로 처리된 것도 누리꾼들이 비판하고 있는데.

"행사장에서는 워낙 스피커 소리가 커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방송에 안 잡힌다. 박수소리를 넣은 것은 현장 행사에서 어느 프로그램에나 쓰이는 방송 테크닉이다. 현장음이라는게 여러 가지 소리가 다 들어오기 때문에…."

 

- KBS 게시판에 보면 의도적으로 현장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본다. 집회 시위하는데 현장을 왜곡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만, 우리 행사는 시위가 아니잖나? 가는 해 오는 해를 맞았다는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충실했을 뿐이다. 시위대 주장을 왜곡했다는 얘기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촛불시위를 취재 나갔는데, 그것을 중계하면서 왜곡한다면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지만 행사 자체는 시위 현장이 아니잖나? 행사에 와서 시위를 한다는 것은 행사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 아니냐? 그걸 어떻게 왜곡했다고 할 수 있나. 모순이라고 본다."

 

 

"누리꾼들 비판, 무리한 요구라고 본다"

 

- 시위대는 '제야의종' 타종처럼 전 국민적 행사에서 정부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측면도 있다. 조금이라도 반영하는게 맞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시위를 다른 데서 한다면 당연히 우리가 취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시위 모습)을 방송했다면 그 목소리를 원치 않는 국민들은 당연히 반발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세웠던 행사 취지와 다르지 않나? 그렇게 얘기하는 것에 화가 난다."

 

- 누리꾼들의 비판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무리한 요구라고 본다."

 

- 1일 MBC 신경민 아나운서가 클로징멘트에서 '방송 구조가 바뀌면 현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 열공했다'는 요지로 비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경민 아나운서 발언을) 직접 못 들었지만, 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공중파 방송에서 왜곡해서 얘기한 것으로 본다. 좀 더 알아보겠다."

 

- 누리꾼 비판에 대해 KBS나 예능본부 차원에서 입장을 낼 계획은 있나?

"지금 말한 것도 내 개인적 생각이다.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회사 차원에서 협의를 해 보겠지만, 아직 얘기된 것은 없다."

 

KBS "시위대 소음 너무 커 현장 음향 방송 불가능"

<가는 해 오는 해> 관련 공식 해명... "MBC 공식 대응 검토 안 해"

 

1일 새벽 KBS 1TV로 방송된 특별생방송 <가는 해 오는 해> 프로그램 '왜곡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KBS 제작진이 공식 입장을 내고 누리꾼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KBS 제작진은 2일 "'가는 해 오는 해' 프로그램은 제야의 종 타종식을 매개로 한 음악공연 축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며 "그래서 시위대의 구호나 시위 홍보물이 방송의 주된 내용이 아니었고 화면과 음향도 공연 위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KBS 제작진은 또 "당시 현장은 미리 설치된 마이크가 있는 지역에서 시위대의 징, 꽹과리, 사물놀이 소리 등 잡다한 소음이 너무 커 보신각 현장의 음향을 방송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이 때문에 효과음과 시위대 현장음을 미싱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야유'를 '박수소리' 효과음으로 처리한 데 대해 KBS 제작진은 "대규모 공개방송 제작 시 관객의 모든 소리를 수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경우 통상적으로 일부 지역에 설치된 마이크로 잡은 객석 소리와 효과음을 섞어 '관객의 소리'를 만드는 것은 모든 공개 방송 제작의 기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들은 "방송가에선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고, 이를 왜곡․조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다른 단체의 다른 행사였더라도 제작진은 똑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 제작진의 공식 해명은 1일 밤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클로징멘트에서 KBS를 비판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하지만 KBS는 "MBC에 대해 정정이나 반론보도를 청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닷컴>은 2일 '조작방송 논란 두고 KBS-MBC 전면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예능제작국 고위관계자의 멘트를 빌려 "KBS가 공식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썼다.

 

그러나 KBS 홍보팀 관계자는 "공식 대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조선닷컴 보도는 잘못 나간 것"이라고 못 박았다. KBS의 설명대로라면 <조선닷컴>이 오보를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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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KBS, #가는해 오는해, #오세영, #신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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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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