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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안정성 때문에 최소한의 양심마저 희생'하는 영악한 사람들보다, 정직하고 듬직한 소의 해가 밝았습니다. 명박(命薄)했던 2008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밝아온 2009년 새해를 맞이하며 어머니는 추운날 손수 고추장을 담갔습니다. 한해동안 땅과 하늘 그리고 농부로 평생을 살아온 부모님의 정성과 땀으로 얻은 소중한 농작물들을 가지고 검은빛 도는 시뻘건 고추장을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우선 봄에 작은 고추모를 포트에 식재해서는 중간크기로 길러내 밭에다 옮겨심고 고춧대를 묶어주고 뜨거운 여름날 병이 들지 않게 정성껏 보살펴 선홍빛으로 잘 익은 고추를 하나하나 손으로 따서는 비닐하우스에 널어두었더니, 밤새 고추도둑을 맞아 미덥지 못한 세상을 한탄하며 힘겹게 따서 옥상에서 가을볕에 바짝 말린 태양초를 방앗간에 잘게 빻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둔 고춧가루를 대야에 담았습니다. 고춧가루 알맹이는 짙은 붉은빛이 도는 루비를 닮았습니다.

 작년 봄 고추모를 포트에 일일이 식재해서는 키워내야 했다.
 작년 봄 고추모를 포트에 일일이 식재해서는 키워내야 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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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크기로 자란 고추모는 밭에다 다시 옮겨심고 고춧줄을 쳐줘야 한다.
 중간크기로 자란 고추모는 밭에다 다시 옮겨심고 고춧줄을 쳐줘야 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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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은 고추도 손으로 일일이 따서는 가을볕에 잘 말려 빻아놓았다. 빻은 고춧가루는 김장김치를 담글 때 사용되었다.
 익은 고추도 손으로 일일이 따서는 가을볕에 잘 말려 빻아놓았다. 빻은 고춧가루는 김장김치를 담글 때 사용되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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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가 준비되었으니, 고추장에 들어갈 메줏가루 대신에 청국장을 믹서기에 "바바박"하고 갈아냈습니다. 옛날처럼 콩을 쑤어 메주를 띄워 먹을 수 없어 농협에서 메줏가루를 사다가는 밀가루(녹말), 소금을 이용해 고추장을 담가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메줏가루 대신에 밭에서 직접 재배한 콩을 쪄 발효시킨 청국장 콩를 이용했습니다. 고소한 청국장 콩뿐만 아니라 녹말도 밀가루가 아닌 우리쌀을 가지고 만든 식혜로 대신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고추장을 만들 때 식혜를 이용한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도 처음 시도해 보신다 하고, 이번에 "고추장이 잘 되면 계속 해먹어야겠다"는 기대도 품고 계십니다.

고추장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어머니는 고추가루와 식혜물이 뒤섞인 대야를 나무주걱으로 살살 휘저어가며 버무려줍니다. 그동안 솥에 소금물을 끓였습니다. 고추장에 간을 하기 위해 소금물을 끊여 넣는데, 새하얀 소금결정에 남은 불순물과 이물질이 가라앉아 있는 것을 분리해 넣는게 중요합니다.

 고춧가루와 식혜물, 청국장가루를 버무린다.
 고춧가루와 식혜물, 청국장가루를 버무린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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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쳐있는 것들을 풀어주는게 중요하다.
 뭉쳐있는 것들을 풀어주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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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인 소금물로 간을 한다.
 끊인 소금물로 간을 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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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추장 맛보시고 새해에는 닫힌 눈과 귀 번쩍 뜨시길!!

고추가루가 뭉친 곳을 풀어주며 소금물을 부어가며, 이제는 조금 더 세차게 나무주걱을 돌려 버무립니다. 고되고 암울한 세상이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쳇바퀴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듯 맴도는 주걱질을 수십차례.

어느덧 매운 고춧가루와 구수한 청국장, 짠 소금물은 한데 조화롭게 어울려 검붉은 빛깔의 고추장으로 태어났습니다. 이제는 잘 숙성만 시키면 됩니다. 지금은 달짝지근한 고추장이 숙성된 후 어떤 매운맛을 낼지 기대가 됩니다.

무척 아깝지만 천대받는 농부들이 땀흘려 키운 농작물로 손수 담근 추장의 매운맛을 나라님께도 맛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고추장의 매운맛에 새해에는 닫힌 눈과 귀를 번쩍 뜨시라고 말입니다.

 버무려지는 상태와 간을 봐가며 소금물을 첨가한다.
 버무려지는 상태와 간을 봐가며 소금물을 첨가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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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무리기를 수십차례
 버무리기를 수십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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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장이 되어간다.
 고추장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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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 담근 고추장. 검은빛이 도는 것은 청국장콩을 썼기 때문이다.
 손수 담근 고추장. 검은빛이 도는 것은 청국장콩을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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