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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1시 20분이었지만 바람이 차웠다. 오후 2시 선고공판이 40분이나 남았지만 사람들은 벌써 200명이 넘었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궁금했다. 보니 다들 자기 돈 주고 온 사람들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자기 돈 내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토록 큰 사랑을 받는 사람이 누구였을까? '강달프'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다. 나 역시 강기갑 의원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 고향 지역구 의원이고, 우리 동네에서 선고공판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 아닌 취재에 나섰다.

 

한 젊은 무리를 만났다.

 

"어디서 왔습니까?"
"부산에서 왔습니다."


"학생들입니까?"
"예 '부경대련'입니다."

"강기갑 의원을 왜 존경하고 지지합니까?"
"국민을 사랑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의원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강기갑 의원이 가는 길이 좋고, 그가 탄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산에서 왔다고 했다. 우리 시대 꼭 필요한 의원이므로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은 마음으로 부산에서 버스 두 대에 100명 정도 왔다고 했다.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MBC와 KBS,  KNN, 연합뉴스 등 많은 언론사들의 취재열기를 보면서 강기갑 의원이 주는 상징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선고공판을 10여분 앞두고 강기갑 의원이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들어섰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지만 선고공판인지라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격려하였고, 본회의장 밤샘 농성을 한 사람 답지 않게 당당했다. 지지자들은 강기갑 의원을 보자 '강기갑'을 연호했다. 연호를 들으면서 강기갑 의원은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수백명이 모였기 때문에 법정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선고공판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 법정 앞에 응달이라 더 춥게 느껴졌다.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취재진까지 판결 내용이 어떻게 나올지 긴장한 가운데 지켜보고 있었다.

 

이어 2시 30분 경 법정 안에서 '이겼다'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법정 바깥에서 추위에 떨었던 지지자들이 '강기갑'을 환호했다. 갑자기 취재진들이 바빠졌다. 나도 그만 '강기갑'하고 외쳤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박효관, 진주지원장)는 강기갑 민주노당 의원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강 의원에 대해 벌금 80만원, 조수현 선거사무장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 선거법상 의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 선거사무장이 벌금 300만원 이상을 선고받아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1심 형량이 상급심에도 확정되면 강기갑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7일 열린 결심 공판 때 검찰이 강 의원에 대해 벌금 300만원, 조 선거사무장에 대해 징역 10월을 각각 구형했던 것과는 형량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강기갑 의원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었다. 어젯밤 추위에서 강기갑을 지키기 위하여 밤샘을 하였던 강기갑을 지키는 '반쥐원정대'도 기쁨을 함께 했다.

 

 

 

 

▲ 강기갑 의원 선고공판 강기갑 의원 선고공판 참관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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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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