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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천국 족발은 간을 강하게 하므로 알코올 해독과 숙취예방에 효과가 있다

 

2009 기축년 새해를 앞두고 값싸고 푸짐한 '돼지족발'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8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 년 내내 서민들 지갑을 허덕이게 한 경제공황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아껴 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혹, 그렇다고 족발이 맛이 없거나 건강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별 거 아닌 음식'이란 뜻은 아니다.  

 

족발은 예로부터 임산부들이 자주 찾는 음식이었다. 왜? 모유를 잘 나오게 할 뿐만 아니라 젤라틴(단백질)이 듬뿍 들어 있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족발은 중국에서 생일상에 장수를 비는 국수와 함께 올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독일에서도 훈제 족발요리 '슈바인학세'가 있을 정도니 그 인기를 알만 하지 않겠는가. 

족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마포 공덕시장 들머리에 있는 '족발골목'이다. 이 골목은 오래 전부터 가난한 서민들과 지갑이 얇은 샐러리맨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이름이 드높다. 이곳에 가면 지금도 짙은 갈빛 족발을 맛깔스럽게 수북이 쌓아둔 족발전문점 다섯 집이 시장 골목 양 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실, 이 다섯 족발전문점 중 어느 집에 들어가더라도 차림표와 가격이 같다. 쫀득쫀득 감칠맛 나게 씹히는 향긋한 족발 맛과 마주 앉은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국가 공휴일과 일요일에는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하루씩 쉰다. 이곳이 족발골목으로 불리는 까닭도 이런 살가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마포 공덕시장 족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마포 공덕시장 들머리에 있는 '족발골목'이다

족발 여기저기 족발이 수북이 쌓인 주방에서 족발을 썰고 있는 아주머니 손길이 어찌나 빠른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족발, 가장 중요한 맛 비결은 족발 맛액

 

족발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어렵지는 않다. 먼저 털을 없앤 돼지발을 잘 씻어 건진다. 그리고 큰 냄비에 족발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파와 마늘, 생강, 청주를 넣고 끓인다. 여기에 족발을 넣고 센 불에서 팔팔 끓이다가 중불에서 살이 무르도록 푹 삶아 건진다. 그 다음, 냄비에 설탕, 물, 간장을 넣고 끓이다가 삶은 족발을 넣고 굴려가며 조린 뒤 뼈를 발라내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새우젓을 곁들이면 끝.   

 

하지만 요즈음 족발은 다섯 가지 향이 나는 한약재를 넣고 만든 오향족발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팔각, 화조, 계피, 정향, 진피가 그것. 오향족발은 이 다섯 가지 한약재와 여러 가지 양념, 족발 맛액을 넣어 1시간 30분 정도 푹 삶아 만든다. 이때 가장 중요한 맛 비결이 족발 맛액. 이 족발 맛액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족발 맛이 180도로 달라진다. 

 

족발 맛액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성을 바쳐야 한다. 먼저 냄비에 족발을 물에 잠길 정도로 넣고 생강, 소주, 대파, 양파, 소금을 넣고 2시간가량 푹 끓인다. 그 다음, 기름을 거둬내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다음에 족발을 끓일 때 양념과 물을 더 부어 또 끓인다. 이렇게 수없이 되풀이해야 제대로 된 족발 맛액이 만들어진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돼지고기에는 메타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간을 강하게 하므로 알코올 해독과 숙취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이와 함께 "납·수은 등의 중금속 중독과 규폐병(硅肺病, 광산 등에서 규산이 많이 들어 있는 먼지에 노출되어 생기는 폐질환)에 걸렸을 때 독소를 체외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그 집에 가면 족발전쟁을 치러야 한다

 

"손님들은 저희 집 족발이 다섯 가지 향이 나는 독특한 맛이라며 특별한 비법이 있느냐고 자주 묻곤 하지만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꼭 비법을 말하라 한다면 미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저희는 족발을 꼬들꼬들하게 삶아내고 여기에 간만 맞추지요. 그리고 손님들 숫자를 헤아려 가면서 하루에 두어 차례 삶아내니까 맛이 더 신선하겠지요."

 

마포 공덕시장 족발골목에서 가장 맛있는 집을 콕 집으라면 시장 들머리에 있는 족발전문점이다. 이 족발전문점은 나그네가 지방에서 살가운 손님이 올라왔을 때나 가까운 벗들과 만날 때마다 즐겨 찾는 족발 전문점이기도 하다. 이곳을 자주 찾는 까닭은 지금까지 나그네가 먹어보았던 여느 족발보다 쫀득쫀득 부드럽게 씹히는 향긋하고도 깊은 맛 때문이다. 

 

지난 19일(금) 밤 9시에 찾았던 마포 공덕시장 족발골목 원조집. 5평 남짓한 이 집에 들어서자 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식당 안을 들락거리는 아주머니들도 여기저기서 손님들이 계속 시키는 족발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주방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 족발이 수북이 쌓인 주방에서 족발을 썰고 있는 아주머니 손길이 어찌나 빠른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비닐로 둘러친 골목자리에도 손님이 빼곡하다. 어쩌지?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족발을 나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손님! 여기 자리 났어요. 어서 앉아요"하며 나그네를 부른다. 마치 족발전쟁을 치르는 것만 같다.

 

족발 순대국 한 그릇과 송송 썬 순대와 머리고기, 족발 한 접시 또한 왁자지껄한 소리를 타고 식탁 위에 올려진다

족발 새우젓에 족발을 찍어먹는 기막힌 맛!

1985년 개업, '값 싸고 푸짐한 맛'으로 서민들 입맛 사로잡아 

 

이 집 주인 한등자(65)씨는 "오래 전 집안이 망하고 이대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다가 1985년에 이곳에 처음 들어왔다"고 말한다. 한씨는 "그때는 족발을 하루 이상 둘 수가 없어서 많이도 버렸다. 처음엔 참 힘들었다"며 "3~4년이 지나고 나서야 장사가 좀 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자 다른 집들이 잇따라 들어섰다"고 귀띔한다.

 

나그네가 "그래도 다른 집보다 이 집에 손님이 제일 많은 것 같다"고 말하자, 한씨는 "원조집이라서 그런 것 같다. 처음 장사가 좀 되기 시작할 때도 싸고 푸짐한 것이 입소문 나서 그랬고, 지금도 그런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한씨는 "요즈음은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예전보다 찾는 손님이 더 늘었다"며 빙그시 웃었다.

 

'싸고 푸짐한 맛'? 그랬다. 차림표를 바라보니 족발 큰 것 한 접시가 1만5천 원, 적은 것 한 접시가 1만2천 원이다. 50대 남짓한 종업원에게 족발 적은 것 한 접시와 막걸리 1병을 시키자 1분도 지나지 않아 식탁 위에 막걸리와 함께 김치, 깍두기, 송송 썬 마늘과 풋고추, 새우젓, 된장, 상추와 속배추가 척척 놓이면서 왁자지껄한 리듬을 탄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마악 잔을 내려놓았을 때였을까. 순대국 한 그릇과 송송 썬 순대와 머리고기, 족발 한 접시 또한 왁자지껄한 소리를 타고 식탁 위에 올려진다. 투박하게 썰어놓은 족발이 마치 가난한 서민 속내를 엿보는 것만 같다. 근데, 족발 양이 너무 많다. 어찌나 푸짐한지 적은 것 한 접시가 3~4명은 느끈하게 먹고도 남을 것만 같다.

 

족발 쫀득쫀득 부드럽게 씹히는 구수한 감칠맛이 혀를 까무라치게 만든다

 

애인 입술처럼 부드럽게 혀를 사로잡는 기막힌 맛

 

막걸리 한 잔 더 쭈욱 들이킨 뒤 족발 한 점 새우젓에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쫀득쫀득 부드럽게 씹히는 구수한 감칠맛이 혀를 까무라치게 만든다. 혀가 살살 녹아내리는 것인지 족발이 살살 녹아내리는 것인지 마구 헛갈린다. 초록빛 상추와 노오란 속배추에 송송 썬 마늘과 풋고추를 올려 싸먹는 족발 맛도 향긋하고 보들보들하다.         

 

얼큰하면서도 아주 뜨겁고 뒷맛이 깨끗한 순대국은 소주를 마시는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한 가지 재미난 것은 순대와 머리고기가 식어 퍽퍽해지면 뜨거운 순대국에 넣어 먹으면 금세 애인 입술처럼 부드럽게 혀를 사로잡는다는 점이다. 가끔 집어먹는 상큼한 김치와 새콤달콤한 깍두기 맛도 족발과 궁합을 잘 맞춘다.

 

그렇게 열심히 먹다 보면 아랫배가 든든해지면서 어느새 족발 한 접시가 다 비워지고, 커다란 왕뼈 하나만 덜렁 남는다. 씨름선수 팔뚝 만한 이 큰 왕뼈가 이 집 족발을 보호하고 다스리는 왕자다. 사실, 이 왕뼈 하나만 하더라도 소주 몇 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왕뼈에 붙어 있는 쫄깃한 살점을 뜯어먹는 맛! 이 맛이야말로 이 집 족발을 더욱 유명세 타게 하는 숨은 공로자다. 

 

자리를 함께 한 시인 윤재걸(61·언론인) 선생은 "동아일보, 한겨레 다닐 때 사흘이 멀다 하고 선후배 기자들과 함께 이 집에 들러 족발을 먹곤 했다"며 "이 집 족발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은은한 향이 나는 듯한 뒷맛이 깔끔해서 참 좋다. 몸이 피로할 때나 술을 많이 마시고 났을 때 이 집 족발이 자주 생각난다"고 말했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올 한 해는 그 어느 해보다 주머니가 너무 얇아 살가운 사람을 만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런 때 마포 공덕시장에 있는 '값싸고 푸짐하고 맛도 좋은' 족발집으로 가보자. 족발 한 접시에 술값까지 다 합쳐도 한 사람이 1만 원만 내면 푸짐하고도 맛깔스런 저녁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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