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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MBC연기대상 공동수상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 MBC연기대상 대상 후보로 유력했던 배우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과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이었다. '신들린 연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강마에'라는 캐릭터를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확산시킨 명배우 김명민과 창사 47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시청률 30%의 성공 반열에 끌어올린 장본인 송승헌.

 

이 둘 사이에서 과연 MBC는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 MBC는 멋지게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김명민과 송승헌 둘 모두에게 대상을 안겨준 것이다.

 

사실 연기대상, 연예대상과 같은 연말 시상식에서 공동수상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이번 MBC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 시상자로 나온 이준기는 수상자 발표 전에 "수상자는 두 분입니다"라고 말하며 공동수상임을 밝히기까지 했을 정도로 공동수상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에게나 익숙한 일이 됐다.

 

MBC 연기대상, 공로상 빼고 모두 공동수상

 

올해 MBC연기대상 수상 내역만 봐도 공동수상이 아닌 부문을 찾기 어려웠다. 남녀 최우수상에는 각각 조재현, 정준호, 배종옥, 이미숙이 공동수상했고, 남녀 우수상에는 조민기, 이동건, 한지혜, 문소리가 공동수상했다. 이밖에도 남녀 신인상, PD상, 아역상 등에서도 공동수상이 넘쳐났다.

 

연말 시상식 특유의 몰아주기, 나눠주기 관행도 이어졌다. 지난해 <태왕사신기>에 이어 올해에는 <에덴의 동쪽>이 그 수혜자가 됐다. 대상에 송승헌, 여자 최우수상에 이미숙, 남녀 우수상에 조민기, 한지혜, 남녀 신인상에 박해진, 이연희, 남녀 인기상에 송승헌, 이연희, 베스트 커플상에 송승헌, 이연희, 그리고 황금연기상, 아역상에 PD상까지…, 무려 14개 상을 거머쥐었다.

 

 

<에덴의 동쪽>에서 연기력 논란이 일었던 이연희는 신인상, 인기상,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며 3관왕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시상식에 참가한 <에덴의 동쪽> 출연진 중 트로피 하나를 손에 쥐지 않은 사람이 드물 지경이었다.

 

이런 까닭에 남자 최우수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 모두가 상을 받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후보에 오른 김명민, 송승헌, 조재현, 정준호 중 조재현과 정준호에게는 각각 최우수상이, 김명민과 송승헌에게는 각각 대상이 주어지면서 고배를 마신 이 없이 모두 손에 트로피 하나씩을 사이좋게 들고 내려가는 웃지 못 할 진풍경, MBC연기대상의 현실을 단적으로 비추는 한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통이 터지는 것은 시청자다. 인터넷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이번 연기대상 공동수상과 관련해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느 해와는 달리 강마에로 대변되는 김명민의 연기가 독보적이었던 차에 대상마저 공동수상으로 이어지자 누리꾼들의 허탈함과 분노는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해마다 논란이 되는 공동수상을 해마다 남발하는 방송사의 입장도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연기대상이란 주어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조하여 극을 이끌고 나아가 사회적 현상까지 만들어내는 뛰어난 연기자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방송사의 입장에선 더불어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내고 해외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한류스타에 대한 배려 또한 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의 경우에는 차라리 쉬웠다.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을 열연한 김명민과 <태왕사신기> '욘사마' 배용준의 대결구도로 이어졌지만, <하얀거탑>이 연초에 방영되었다는 불리함과 최고의 한류스타 배용준의 존재감은 그가 대상으로 낙점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처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 한 해 <온에어>의 '오승아'와 더불어 양대 캐릭터로 손꼽히는 '강마에'를 열연한 김명민의 연기력은 누가 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연기대상감이었다. 더구나 경쟁 방송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바람의 화원>과 <바람의 나라>, 두 '바람'을 잠재우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끝까지 수성한 공도 김명민에게 있었다. 김명민에게 연기대상을 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 그런데 경쟁자는 다름 아닌 한류스타 송승헌이었다. 더구나 <에덴의 동쪽>은 시청률 30%를 넘는 고공행진으로 벌써 몇 개월이나 월화드라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 결국 MBC는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 연기대상마저 공동수상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고육책의 결과가 공동수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MBC연기대상의 권위는 땅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주는 사람은 멋쩍고 받는 사람은 민망하다. 무엇보다 보는 사람은 맥이 빠지는 시상식, 30일 MBC연기대상이 바로 그 꼴이었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7일 있었던 2008 KBS연예대상은 '연말 시상식은 이래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올해 KBS연예대상은 여타 시상식과 여러 면에서 대비를 이뤘는데, 무엇보다 시상 부문에서 상의 수를 줄었다. 전년도 19개 부문에서 올해 17개 부문으로 그 규모가 축소되었다. 특집 프로그램상, 최우수 코너상, 우수 코너상,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등을 없애고 대신 최우수 아이디어상 등을 신설했다.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으로 무려 3명에게 공동수상한 MBC연예대상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KBS연예대상이 차별화된 이유는 공동수상을 일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수상한 17개 부문에서 단 한 명도(단 한 프로도) 공동수상이 나오지 않았다. 전년도 KBS연예대상이 공동수상을 남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 바뀐 모습이었다. 이런 까닭에 올해 KBS연예대상의 권위는 그 어떤 시상식보다 높았다. 올 연말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도 바로 KBS연예대상이었다.

 

특히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은 큰 화제를 일으켰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웃겨드리겠다"는 황현희의 소감이나 "신부화장 대신 바보분장을 하고 싶다"는 박지선의 소감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연이은 공동수상으로 수상 소감도 제대로 다 하지 못하고 내려가기 바빴던 여타 시상식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갑자기 인터넷에서 <온에어> 오승아의 대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마치 오늘 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 똑같은 상황에 드라마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온에어>에서 연기대상을 공동수상하게 된 오승아(김하늘 분)는 자신의 소속사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상에 공동이 어디 있어? 이게 개근상이야? 선행상이야? 어떻게 연기대상을 공동으로 받아? 장난해? 내가 바보야? 시청자가 바보야? 결국 나눠먹고 떨어져라 이거 아니야!"

 

오승아의 말대로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시청자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연기자 챙기기에 바쁜 '그들만의 잔치'가 계속된다면 언젠가 연기대상, 연예대상 역시 폐지된 가요시상식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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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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