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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진행된 마지막 국무회의 모습
 30일 국무회의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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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이니, 한 마디씩~"

배꼽을 틀어잡고 웃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모드로 이끄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뻔하디 뻔한, 그렇고 그런 평범한 얘기로 무난하게 마무리짓는다.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독선과 자기만족의 아집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말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그날 술 맛도 뚝 떨어진다.

좀 식상하기는 하지만 2008년 역시 여느 해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다사다난'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책임자 내지 당사자들이 밝힌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듣고 있자니, 딱 '자가당착'이다.

30일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마지막 국무회의, 한승수 국무총리의 진두지휘로 전체 국무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소회를 한 '말씀'(?)씩 밝혔단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한 것이니, 거짓말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어야 하지 않을까?  

강만수 "역대 재무 책임자 중 가장 많이 돈 써본 사람"

먼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다.

"오랜 교수 생활하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습관이었는데, 국무회의 하면서 아침 회의와 조찬 때문에 일찍 일어나면서 아직도 잠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아니, 취임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MB코드의 핵심인 '얼리 버드(Early Bird)'를 체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KBS 사장 교체 등 MB식 코드 인사가 안 장관을 빗겨간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장관 후보자 내정 당시 제기된 자기 논문 표절·전별금 논란 등을 뚫고서 살아난 끈질긴 생명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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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생명력'하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따를 자 없겠다.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그의 이름 뒤에는 '사퇴설'이 끊임없이 따라붙었다. 그의 '남다른' 소회를 들어보자. 

"본인은 과거 왕조시대에 호조판서를 포함하여 역대 모든 재무 책임자 중 가장 많이 돈을 써본 사람일 거다. 원 없이 돈 써본 한 해였다."

이동관 대변인은 "올해 감세니, 추경이니, 엄청난 재원 지출을 했지 않았느냐"며 "그래서 그런 얘기를 농담으로 한 것"이라고 '친절하게' 부연 설명까지 해줬다. 그러나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이게 어디 나라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할 소리인가?

게다가 지금이 어느 때인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속에서 모든 책임론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는 때 아닌가? '원 없이 돈 쓴' 결과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반쪽난 펀드를 들고 가슴 쥐어 뜯었던 백성들 대부분의 내년 소망이 바로 "원 없이 돈 써보는 해"일 게다. 무지한 백성들은 차치하고서라도, 경제·경영 학자들이 그를 '교체 1순위'로 꼽은 이유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대운하 특수' 맞은 정종환 장관 "일하기 쉬워졌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방문하여 면담을 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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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관들의 인식 역시 '오십보 백보'다. 특히 한승수 총리는 "과거에는 정상이 외국에 나가시면 조마조마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통령께서 워낙, 특히 대외관계 일들을 잘 하시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나라로서도 복된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 때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으니, 그가 언급한 '조마조마'한 역대 정상은 둘 중에 한 분이겠다. 그런데 정말 이 대통령은 '조마조마' 하지 않았을까? 캠프 데이비드(미 대통령 별장)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값비싼 숙박료'를 지불해야 했다. 일본 정부에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선심을 쓰더니, 일본 교과서 해설서의 '독도 영유권 명기'라는 뒷통수를 맞았다. 그래도 '조마조마'하지 않다는 말인가?

"과거보다 집단행동이 많이 자제되고 노사문제도 어느 때보다 상당히 안정된 편"이라며 "촛불시위 때 한 백여 일간 동분서주했는데, 그래도 잘 극복이 됐다"는 김경한 법무 장관의 소회는 '남의 다리 긁는 소리' 듣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차라리 "자기모양 갖추기나 좌고우면 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말이 솔직해 보인다. '사법권 독립'은 쓰레기통에 내팽개친 채 '권력의 주구'로 탈변해 무차별적인 불법과 폭력 진압을 자행했던 그가 내년에도 '충성'을 다짐한 것으로 들린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자가당착은 또 어떤가?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실용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했나? '유연한 실용주의'가 우익 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 방치인가?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한 술 더 떴다. "6·25 전쟁, 군의 정치개입, 이념갈등까지 군 조직의 60년 역사의 침전물을 극복하는 한 해였다"고 한다. 이 장관에게 한번 묻고 싶다. 혹시 침체된 출판업계를 살리기 위해 '몸빵'에 나선 것인가? 아니면 이 참에 출판업계 홍보대사로 나선 것인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국방부로부터 불온서적 딱지가 붙은 책은 오히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해당 출판사들은 '불온서적'이라는 문구를 광고에 넣어 판촉활동에 나서고, 인터넷서점은 불온서적 특별전을 마련해 수입을 올렸으니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장관은 전공 부처를 국방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바꿔야 맞겠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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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특수'를 맞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너무 기분이 좋았는지, "과거에는 장관이 1년에 대통령 보고를 몇 번 하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수시로 보고하고 토론하고 하기 때문에 정말 일하기 쉬워졌다"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럴만도 하겠다. 이 대통령 눈에는 '삽질'로 대표되는 '4대강 정비' 등 국토부의 업무 실적이 얼마나 기특해 보였겠나.

그러자 '광우병 쇠고기 파동'의 주역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끼어들었다. 지난 7월 정운천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장태평 장관은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역시 신뢰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절감할 수 있었고, 멜라민·직불금 등을 거치면서 더욱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들어줄 만하다. 다음이 문제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지난번 대통령께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가셨던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쇠고기 파동과 멜라민, 직불금 논란 등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시장에 가서 상인에게 목도리 하나 건네준 것으로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국민 신뢰'는 올바른 정책에서 나온다. 이런 인식이라면 정운천 전 장관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을 어떻게 하겠나?

오세훈 시장 "자율토론이 활성화되었으면..."

 30일 진행된 마지막 국무회의 모습
 30일 진행된 마지막 국무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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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쇠고기 파동 때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이나 "여러가지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서 마음이 무겁다"는 유인촌 문광부 장관의 말은 차라리 솔직하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국무회의 참석 멤버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회 대신 "자율토론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뒤집어 보면, 그동안 국무회의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활성화되지 못하거나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변의 직언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소문'과 맥을 같이 하는 얘기다.

이제 '충성 맹세'로는 안된다. 이 대통령도 말하지 않았는가? "조직에 대한 결심이 서야 하고 (공공기관 개혁을) 그렇게 할 자신이 없거나 그 역할을 맡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에 대해 국무위원들이 자신의 목을 걸고 직언을 하지 않는 한 내년 마지막 국무회의 모습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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