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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생태하천사업 착공식을 축하하는 축포가 터지고 있다.
 영산강 생태하천사업 착공식을 축하하는 축포가 터지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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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운하 백지화 광주전남시민행동' 소속 활동가 두명이 시린 영산강에 들어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산강 운하 백지화 광주전남시민행동' 소속 활동가 두명이 시린 영산강에 들어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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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마른 강 위로 축포를 쏘며 공사 시작을 축하했고, 또 다른 한편에선 시린 강물에 들어가 "미친 운하 파는 것을 포기하라"고 외쳤다.

'짝퉁 한반도 대운하'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4대강 하천정비사업' 중 '나주 영산강 생태하천 사업 착공식'이 29일 오후 3시 30분 전남 나주 영산대교 둔치에서 열렸다.

착공식에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참석해 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를 확인했다. 또 박준영 전남지사와 신정훈 나주시장을 비롯한 영산강유역행정협의회 소속 8개 지자체 시장·군수도 참석했다. 주민 700여 명도 내빈으로 초대됐다. 초대장을 받지 못한 주민 200여 명은 행사장 주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착공식을 지켜봤다.

"영산강 하천사업으로 2만개 일자리 창출"

사업시행기관인 익산지방국토청은 사업현황 보고를 통해 "오는 2011년까지 사업비 1조 6천억원을 투입해 영산강 생태하천 조성공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산지방국토청은 "이 사업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2조6천억원에 달하며 약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영산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건강한 영산강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우리의 젖줄이자 생명수인 영산강이 퇴적물과 폐수로 신음하며 농업용수로도 사용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사업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지사는 "일각의 염려하는 목소리와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며 "영산강 정비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질개선과 치수"라고 못박았다. 박 지사의 이 같은 언급은 '영산강 정비사업이 한반도 대운하의 한 축인 영산강 운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역민과 시민사회의 의혹과 우려에 대한 '안심시키기'용 발언으로 해석된다.

신정훈 나주시장과 서삼석 무안군수 등 영산강유역행정협의회 소속 자치단체장 8명은 '녹색생명의 터전을 위한 다짐'을 발표했다. 신 시장이 대표로 낭독한 다짐에서 8개 자치단체장들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생명터전 영산강의 거듭나기에 동참한다"면서 "영산강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영산강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데 앞장 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치사를 통해 "4대강 정비사업은 경제위기 극복과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이라며 "4대 강이 홍수 등으로 인해 2조7천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를 복구하는 데만 4조2천억원이 들어가고 있다"고 사업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총리는 "4대강 정비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다"면서 "4대강 정비사업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전기가 되는 사업이며, 녹색성장의 거점이 되는 한국형 '뉴(new) 뉴딜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영산강 정비사업 착공식에 참석한 한승수 총리(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공사시작을 알리는 기념발파를 위해 버튼을 누르고 있다.
 영산강 정비사업 착공식에 참석한 한승수 총리(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공사시작을 알리는 기념발파를 위해 버튼을 누르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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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정비사업 착공식을 기념하는 불꽃 폭약이 영산강 위로 쏴올려지고 있다.
 영산강 정비사업 착공식을 기념하는 불꽃 폭약이 영산강 위로 쏴올려지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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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찬성 시민단체, 하천사업 착공식엔 왜 왔나

한 총리 일행은 기념발파를 마친 후 공사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상경했다.

한편 착공식이 열리는 돔형 텐트 앞에는 '녹색미래실천연합' 소속 회원 30여 명이 펼침막을 들고 고사를 지내며 4대강 정비사업 착공을 환영했다. 자신을 이 단체의 홍보기획단장이라고 밝힌 한재욱씨는 "똥물이 돼버린 4대강을 정비하겠다고 하는 것을 한반도 대운하와 연계해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4대강 정비사업을 찬성하는 전국의 단체 63개가 모여 만든 단체연합"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한반도 대운하는 추후 문제이며 그때 가서 국민들 뜻에 따라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는 전남지역 단체의 한 인사는 "우리가 전에는 한반도 대운하를 지지하는 일을 했다"며 "이것은 기사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기자에게 내민 명함에는 '한반도 대운하 호남본부 000'이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었다.

한반도 대운하 찬성운동을 펼쳤던 이들이 조직적으로 4대강 정비사업 찬성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살 만한 일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녹색미래실천연합' 소속 회원들은 이날 오전 안동에서 열린 낙동강 정비사업 착공식에도 조직적으로 참석해 찬성 펼침막을 들고 공사 시작을 환영했다.

자신들을 '녹색미래실천연합' 소속 회원들이라고 밝힌 이들이 4대강 정비사업을 환영하는 펼침막을 들고 환영제사를 지내고 있다.
 자신들을 '녹색미래실천연합' 소속 회원들이라고 밝힌 이들이 4대강 정비사업을 환영하는 펼침막을 들고 환영제사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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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영산강에 들어가 대운하 반대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던 활동가 두 명을 제지하고 있다.
 경찰이 영산강에 들어가 대운하 반대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던 활동가 두 명을 제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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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 대운하 반대 펼침막 들고 강에 들어간 활동가들

이와는 반대로 광주환경운동연합과 전남환경운동연합 등 50여 지역시민단체로 구성된 '영산강 운하 백지화 광주전남시민행동'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하천정비사업'으로 위장한 운하사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박준영 지사의 현재와 같은 영산강 뱃길 복원 주장은 한반도 운하를 추진하려는 이명박 정권에 영산강을 팔아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흐르지 않는 영산강 강바닥을 깊이 긁어낸다고 강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영산강 뱃길복원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광주전남시민행동 소속 활동가 두 명은 착공식이 시작될 무렵인 오후 30분부터 40분까지 약 10분 동안 영산강에 들어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손엔 '이명박 정부는 미친 운하 파기를 포기하라'는 주장이 담긴 펼침막이 들려 있었다.

경찰은 이들의 주장이 담긴 펼침막을 빼앗고, 두 사람을 인근 지구대로 데려가 자술서를 쓰게 한 뒤 돌려보냈다. 경찰이 이들의 펼침막을 빼앗는 동안 영산대교 주변에 있던 주민들이 "그냥 내버려 둬"하고 소리 지르기도 했다.

착공식을 지켜본 주민들은 영산강의 생태복원은 환영하면서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함평에서 마을사람들 4명과 함께 구경왔다는 최복식(75) 할아버지는 "비록 착공식에 초대장에 못 받았지만 영산강 주변에 살고 있는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해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최 할아버지는 "영산강 수질이 좋아지면 농민들 농사짓기도 편하고 후손들 위해서도 여러 모로 좋은 일 아니냐"면서도 "그렇다고 이것이(영산강 정비사업)이 대운하로 이어지는 것은 말도 안될 뿐더러 절대 반대한다"고 말하자 함께 온 주민들도 "그라제(그렇지)"하며 추임을 넣었다.

나주가 고향인 이성민(49)씨도 "영산포에 옛날처럼 배가 들어오고 그러면 관광수익도 늘 것이고 상인들 생업도 나아지지 않겠냐"면서 "나주 사람들은 나주가 예전처럼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이씨 역시 "영산강이야 원래 작은 배가 다녔으니까 그런다지만 멀쩡한 산을 뚫어 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대운하는 될 수 없고 억지로 추진한다고 해도 대부분 주민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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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반도 대운하, #영산강, #한승수, #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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