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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제윤경 기자가 쓴 '집에 투기한 사람은 당해봐야 한다?'에 대한 논쟁이 진행중이다. 어떤 분은 이런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실릴 수 있는지 반문하지만 언론과 편집방향과 일치하는 내용만 기사화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른 생각을 가진 기자도 글을 쓸 때 <오마이뉴스>는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이런 논쟁이 일어난 것만으로도 <오마이뉴스>가 한쪽 이념만 보도하는 일부 신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성을 지닌 언론임을 보여준다.

나의 눈길을 가장 끈 대목은 첫 문장이었다.

"20대에는 20평, 30대에는 30평, 40대에는 40평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집 크기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인 자산 증식 방법이라고들 했다."

솔직히 나는 처음 듣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말에 따르면 내 나이가 마흔셋이니 40평(132.23m²) 아파트에 기거해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하다. 집 평수는 148.76m²(45평)이지만 교회와 함께 쓰고, 전세이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2500만원이니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다.

솔직히 말해서 부동산과 집값이 폭락했다는 언론 보도가 많지만 25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나에게는 아직 먼나라 이야기이다. '집에 투기한 사람은 당해봐야 한다?' 기사에 나오는 학원 강사 이씨의 절박함이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

제윤경 기자도 집을 '주테크' 개념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제윤경 기자도 집을 주테크 개념으로 보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을 '주테크'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 나는 '담보' 대출을 갚기 위하여 카드로 돌려막기 한다는 학원 강사 이씨의 행동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자산 3천만원으로 1억 8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럴까? 내가 생각하는 자본주의는 일한 만큼 소득과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한 번 투자에 6배를 남기는 것이 정말 자본주의 경제원리일까?

이씨는 빚이 1억 6천만원이 있었지만 또 다시 집을 팔고 더 넓은 아파트에 도전했다. 1억 6천만원 부채가 그만 4억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방 한칸 씩 주기 위해서 늘린 아파트가 빚만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제윤경 기자는 "소득도 불안정한 학원강사가 이렇게 엄청난 빚을 져서 주테크를 한 것을 두고 손가락질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은 많은 사람들을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 기분에 젖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소득도 불안정한 사람이-월수입 400만원이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 빚을 4억이나 지면서 주테크를 한 것을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분위기였지만 그 바보가 되는 길을 택한 사람도 많다. 이씨가 1억 8천만원짜리 아파트에서만 머물렀다면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3천만원 가지고 이씨는 빚이지만 4억에 투자했다. 이는 '주테크'가 아니다. 투기다. 좋은 말로 '주테크'이지 '투기'다. 한 번 투자에 6~10배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주테크인가?

덜 먹고, 덜 쓰고 10년 이상을 저축하여 집을 샀는데 갑자가 떨어진 이자 갚는 데 어려워하면 국가가 저리로 지원해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자산도 없이, 부동산 바람에 휩쓸려 20-30-40-50 늘려가는 주테크(?)를 한 사람에게까지 국가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

제윤경 기자는 "펀드나 부동산 투자에 소극적인 사람들조차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허탈함과 소외의식을 경험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 누구도 부자 열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런 일반화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부자 열풍에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지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 열풍에 빠지지 않았다. 덜 먹고, 덜 입고, 덜 쓰면서 착실하게 저축하고 집 한 채 구입하는 것에 만족한 사람 많다. 한 채 집으로 온 세상을 다 가진 기쁨을 누린 사람들도 많다.

아니 부동산 강풍이 언젠가는 폭락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기 자산의 6~10배 빚을 지고 주테크에 올인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2500만원 전셋집도 행복하다. 내 집이 없지만 우리 가정은 어떤 가정보다 건강한 정신과 몸을 가졌다. 마흔셋에 집 한 채 가지지 못한 무능력한 가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20-30-40-50 주테크가 내가 살아가는 삶의 철학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동산 값이 폭락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깨달아야 한다. 집을 가지고 부자되려는 욕망을 접어야 한다. 집은 안식처이지 돈 벌어주는 도구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아직도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살린다고 각종 규제를 풀고 있다. 부동산 광풍 망령을 다시 부추기고 있다.

온 나라를 토목공사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집값 폭등이 폭락을 만들었듯이 몇 년 동안 땅 값이 폭등하다가 폭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냉정해져야 한다. '주테크'에서 '땅테크'로 옮겨가면 안 된다.

집을 안식처로, 땅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고 돈 벌어주는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집과 땅은 반드시 우리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집값 폭락은 땅과 집이 마지막으로 주는 작은 선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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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테크, #집,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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