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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한 뼈다귀해장국 상차림 뚝배기에 뼈다귀해장국 한 그릇이 차려졌다.
▲ 먹음직한 뼈다귀해장국 상차림 뚝배기에 뼈다귀해장국 한 그릇이 차려졌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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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봄 대학에 적을 두었다. 그러나 정작 강의다운 강의를 받은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시국이 탐탁지 않아 휴교령이 내려졌던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몇몇 동기끼리 모여 대낮부터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게 날거리였다.

물론 술맛을 알고 마신 것은 아니었다. 시시껄렁한 우리 사회의 부정의하고 부조리한 것을 안주 삼은 벌술이었다. 그러다가 취기가 돌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길거리를 방방 댔다. 종국에는 하숙방 자취방에 나뒹굴었지만…. 아무튼 암울했던 그 시절은 누구에게나 술을 권하는 사회였다. 그래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엄청 술을 마셨다.

그러나 문제는 아침이었다. 밤새 술에 전 창자가 새벽녘부터 쓰라렸다. 빠듯한 용돈에 해장국은 언감생심. 단지 임시변통할 수 있는 거라곤 바가지째 찬물을 들이키는 것 밖에는. 당장에 해장국은커녕 아침밥도 구경하지 못했으니 젊은 몸뚱이는 내내 골았다.

암울했던 그 시절은 누구에게나 술을 권하는 사회

그러한 때 지금도 잊히지 않는 일 하나가 있다. 식객이 머물었던 자취방 주인 아저씨는 연세가 그렇게 많으신데도 매일 같이 술을 마셔도 전혀 취기가 없어 보였다.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별스러운 비책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체력이 좋아서 그렇거니 했다.

헌데, 어느 날 순식간에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하려고 불쑥 인근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주인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소주에다 국 한 그릇을 안주 삼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섬진강 재첩으로 끓인 재첩해장국이었다. 그때 재첩을 처음 보았다.

마침 한 그릇을 내놓기에 먹어 봤더니 그 맛이 혀끝을 시원하게 감췄다. 갓 스물에 난생 처음으로 해장국을 맛본 것이다. 이처럼 식객의 벌술과 해장국에 대한 이력은 삼십 년에 이른다. 그 후로 숱하게 많은 해장국을 맛보았다. 

해장 효과가 가장 탁월한 해장국은 무엇?

시래기해장국, 선지해장국, 콩나물해장국, 뼈다귀해장국, 황태해장국, 김치해장국, 장어해장국, 굴 해장국, 무콩나물해장국, 두부조개국, 우거지해장국, 된장해장국, 소고기해장국, 몸국, 물메기탕, 재첩국, 다슬기(올갱이)해장국, 소뼈다귀해장국, 북어해장국, 얼큰뼈해장국, 복국, 복매운탕, 복지리, 대구지리, 대구탕, 성겟국, 갈칫국, 파국, 내장탕, 도가니탕, 설렁탕, 추탕, 뼈다귀감자국, 순대국밥, 황태두부해장국, 뼈해장국, 선지국, 별미해장국, 김치콩나물해장국, 해물해장국, 사골해장국, 콩나물북어해장국, 야채해장국, 순두부해장국, 소고기해장국, 얼갈이탕, 사골우거지해장국, 콩나물라면해장국, 조개해장국, 조개탕, 해장국수, 우렁해장국, 천엽해장국, 아구탕, 홍합해장국, 홍어탕, 소고기콩나물해장국, 대구알탕, 양평해장국, 청진동해장국, 홍천뚝배기해장국, 마포해장국, 청주해장국….       

짐짓 일천한 식객의 경험으로 해장 효과가 가장 탁월한 것은 끓이기에 간편하고 가격도 싼 콩나물해장국이다. 그것도 마른 고춧가루를 확 풀어서 팔팔 끓여낸 콩나물해장국이 숙취제거에 으뜸이다. 좀 더 나은 콩나물해장국을 원한다면 무를 함께 썰어놓고 푹 끓였다가 식혔다가 그 국물을 마시면 좋다. 시원하게 속이 풀리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무와 콩나물의 어우러진 맛은 과히 환상적이다. 우거지나 선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콩나물해장국은 우거지나 선지에 비할 바 아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식객의 해장은 달라졌다. 질펀하게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으레 뼈다귀해장국을 챙겨먹는다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감자탕과 맛은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단지 감자탕에는 감자를 넣어서 전분 때문에 시원한 맛이 조금 줄어든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명 감자탕집에 가면 감자를 넣을지 말지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뼈다귀해장국 밑반찬, 무깍두기, 배추김치, 풋고추, 양파, 그리고 된장
 뼈다귀해장국 밑반찬, 무깍두기, 배추김치, 풋고추, 양파, 그리고 된장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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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다귀해장국 속에서 건져내 뼈다귀 잘 고였다.
 뼈다귀해장국 속에서 건져내 뼈다귀 잘 고였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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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자탕은 2인분 이상을 정량으로 하기에 해장국으로는 걸맞지 않다. 그보다 뼈다귀해장국은 큼지막한 뚝배기에 한 그릇씩 담기기에 그 자체가 해장하는 데 충분하다. 또한 감자탕은 돼지 등뼈만 쓰지만 뼈다귀해장국은 등뼈와 잡뼈를 함께 쓰기 때문에 한층 더 감칠맛이 우러난다.  

 전골냄비에 가득 담긴 감자탕 대(大)자다.
 전골냄비에 가득 담긴 감자탕 대(大)자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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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탕에 든 등속을 다 집어먹고나서 라면사리를 우려 먹는다.
 감자탕에 든 등속을 다 집어먹고나서 라면사리를 우려 먹는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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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감자탕을 알뜰하게 챙겨먹는 마지막 순서는 김치와 김을 듬뿍 넣어 만든 볶음밥이다.
▲ 볶음밥 감자탕을 알뜰하게 챙겨먹는 마지막 순서는 김치와 김을 듬뿍 넣어 만든 볶음밥이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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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 유래] 1883년경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시작

원래 해장국은 '술로 쓰린 창자를 푼다'라는 뜻의 '해정'(解酊)이라는 뜻이었는데, '해정'이 '해장국'으로 와전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흔히 쇠뼈를 넣고 고아 끓인 국물에 북어나 콩나물을 넣고 술 마신 다음날 먹던 국을 '해정국'이라고 했다. 또 원래는 '술국'이라고 했는데, 유식한 사람들이 '성주탕(醒酒湯)'이라고 하던 것이 '해장국'(解腸湯)으로 불리게 된 것이란 얘기도 있다.

해장국은 언제부터 유래되었을까. 아득한 얘기 같지만 실로 그다지 오래된 음식이 아니다. 처음에 시작된 해정국은 지금의 해장국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해장국은 1883년경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인천에는 항구건설과 화물출입으로 많은 일본인과 서양인들이 들어왔다. 이때 이들은 쇠고기의 안심, 등심 등 주요 부분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히 쇠고기의 내장, 잡고기, 뼈가 많이 남게 되었고, 인근 식당에서는 이것을 이용하여 국을 끓이게 되었다. 이 국은 끓이기도 먹기에도 간편해서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이들이 술 마신 다음날 해정하며 먹던 것이 유래가 되어 지금의 해장국으로 전해내려 온 것이다. 후일에 쇠고기가 나돌면서 각지로 퍼져 나간 것이다.

해장국으로 대표적인 게 '선지해장국'인데, 선지에는 흡수되기 쉬운 철분이 많고 단백질이 풍부하다. 콩나물, 무 등이 영양의 밸런스를 이루어 피로한 몸에 활력을 주고 주독을 풀어준다. 다음으로 꼽는 게 '콩나물해장국'으로, 최고의 해장국이다.

콩나물 속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돕는다.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특히 꼬리 부분에 집중 함유되어 있다. '북어해장국'은 다른 생선보다 지방함량이 적고 맛이 개운하며 혹사한 간을 보호해 주는 아미노산이 많아 숙취해소에 그만이다.

이밖에도 사골을 푹 고아 우거지를 넣고 된장을 푼 '사골우거지해장국'이 있다. 된장은 간을 해독하는 작용을 한다. 또 '조개해장국'도 일품인데, 조개국물의 시원한 맛은 단백질이 아닌 질소화합물 타우린, 베타인, 아미노산, 핵산류와 호박산 등이 어울린다.

이 중 타우린과 베타인은 강정효과가 있어 술 마신 뒤의 간장을 보호해 준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해장국으로 '파국'은 술 마시고 머리가 아픈 날 제격이다. 날파를 끓는 물에 데치고 조개국물이나 멸치국물에 넣고 끓여내면 된다.

'파국'은 술 마시고 머리가 아픈 날 제격

그러나 식객은 뼈다귀해장국만큼이나 선지와 양을 넣은 해장국을 더 좋아한다. 조리 방법은 양평해장국과 비슷하다. 우선 소의 뼈와 내장을 삶은 국물에 선지와 양, 콩나물을 뚝배기에 듬뿍 넣고 강한 불에 팔팔 끓여낸다.

이때 선지는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가운데 솟구쳐 놓고, 통통한 콩나물만 충분하게 넣을 뿐 배추우거지는 전혀 넣지 않는다. 그래야 국물이 깔끔하다. 소고기해장국의 경우 우거지는 차라리 필요악이다. 속을 조금 더 넣으려면 무가 훨씬 낫다. 상대적으로 우거지는 감자탕이나 뼈다귀해장국에 잘 어울린다.

일반적으로 해장국(解酲湯)은 소뼈와 내장을 푹 곤 국물에 된장을 풀고 배추우거지를 넣어 끓인 국을 지칭한다. 해장국은 재료나 조리방식, 맛 모두 특별한 자극성이 없다. 그래서 애주가들은 술 마신 다음 날 즐겨 찾는다.

아무리 쓰린 속이라 해도 해장국 한 그릇을 대하면 시원한 국물과 함께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간에 기별도 빠르다. 그게 해장국의 비결이다. 또한 배불리 먹어도 속이 편하고 영양가도 높다. 아무튼 식객은 해장국 예찬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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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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