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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5일자 '언론노보' 방송민주화 특보 제170호
▲ "그래도 '공정방송'은 꺾일 수 없습니다" 1992년 10월5일자 '언론노보' 방송민주화 특보 제170호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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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인 저는 이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여러분을 뵐 수 없게 됐습니다.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 모두 힘든 때, 행여 자사이기주의 그리고 방송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되지만 그 뜻을 헤아려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008.12.25.  MBC 뉴스데스크 박혜진 앵커의 클로징 멘트

1992년 MBC 총파업의 기억

드디어 새벽이 밝았다. '만나면 좋은 친구~우우우 엠비씨 문화방송'이 '총파업'의 깃발을 올린 바로 그 새벽 말이다. "언론노조 단독으로 벌이는 총파업으로는 사상 최초"라고도 한다. MBC 노동조합의 총파업은 1988년, 1990년, 1992년, 1997년, 1999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내가 뚜렷한 인상으로 기억하는 MBC 노동조합의 총파업은 1992년의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현실로 맞닥뜨린 방송사의 파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창 잘 나가던(?) 손석희, 백지연 두 아나운서가 MBC의 상징처럼 돼 버렸던 것도 바로 1992년의 총파업이다.

1990년 9월, 방영 예정이던 <PD수첩>(우루과이라운드 관련)이 2주간 방영이 연기된 것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던 노사 대립이 결국 1992년 9월 총파업을 불러왔고, 회사 측의 노조 간부 무더기 고소와 징계로 이어졌다.

1992년 10월5일자 '언론노보' 방송민주화 특보 제170호 뒷면
▲ "국민 여러분, 힘을 모아 주십시오" 1992년 10월5일자 '언론노보' 방송민주화 특보 제170호 뒷면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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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던 손석희 '아나운서'가 3461번의 수인번호를 단 푸른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여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MBC 총파업에 눈과 귀를 모으게 되기도 했다.

당시 파업의 핵심사항은 '공정방송 쟁취'였다. '공정방송 협의회'제도와 '보도·편성국장 등의 노조 추천제'를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어기면서 총파업의 불이 붙었다. 이는 결국 '국장추천제를 폐지하는 대신 공정방송협의회의 운영규정을 강화해 국장에 대한 해임건의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단체협약이 타결되면서 파업은 끝났다. 1992년 10월 21일이었다.

잘나가던 손석희, 백지연이 TV에서 사라진 이유

1992년 10월5일자 '언론노보' 방송민주화 특보 제170호
▲ MBC 화면에서 사라진 정다운 얼굴들 1992년 10월5일자 '언론노보' 방송민주화 특보 제170호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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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유물처럼 묵혀두었던 당시의 신문 자료들을 꺼내 보았다. 15년도 더 지난 신문인데 마치 오늘 내일 만나게 될 예언처럼 느껴졌다. 지면에 실린 이름과 얼굴들만 달라지겠지. 15년의 세월이 흘렀으면 역사도 최소한 열다섯 걸음 이상은 나아갔어야 옳은 게 아닐까. 치열했던 과거가 적어도 미래의 불행을 예언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오늘 MBC 노동조합이 다시 여섯 번째의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유는 당시보다 좀 더 격정적이고 절실하다. 이른바 '7대 언론악법'이 문제다. 그 악법 안에는 '공영방송' MBC의 '민영화'를 위한 내용도 담겨 있다. 돈 많은 재벌이 MBC의 주인 행세를 하게 생겼다. 그렇게 되면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우리와 MBC의 관계도 끝장 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친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 언제나 만나면 좋은 사이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박혜진 앵커의 어젯밤 고별인사를 기꺼이 받아들기로 했다. 날마다 뉴스데스크를 통해 볼 수 없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서운하지만 화면에서만은 잠시 잊어주기로 했다. 

"경제적으로 모두 힘든 때, 행여 자사이기주의 그리고 방송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도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오보'를 퍼뜨릴 사람들은 극소수 일부가 따로 있을 뿐이다. 그러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두고 오롯한 공영방송 MBC, 만나면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의 친구 MBC가 되는 일에 최선을 다 해 주시라.

우리는 당신을 그리고 MBC를 믿는다!

1992년 10월8일자 '공정방송' 속보 - MBC 정상화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상임대표 김찬국) 발행
▲ "공정방송 사수 MBC" 1992년 10월8일자 '공정방송' 속보 - MBC 정상화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상임대표 김찬국) 발행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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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MBC, #언론노조, #언론악법, #박혜진,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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