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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여라. 그러면 산다.”

하루 스물 네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억척스레 일하는 3대 가족 권씨네 이야기를 보았다. <인간극장> ‘뭉쳐야 산다’편(2008.12.22~25 방영/KBS2)에 나온 이 3대 가족 일과표는 매우 박세다. 지난 15년간 꾸준히 해온 연탄배달을 기본으로 정수기 일과 편의점 일까지 도통 쉴 틈이 없어 보이는 이 억척스런 가족을 보며 처음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강원도 원주의 소문난 3부자라는 소개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제대로 땀흘려사는 이들에게서 평범하고도 중요한 생활 속 진리를 배울 수 있었다.

3대 가족을 이끄는 아버지의 명언 "움직여라... 그러면 산다"

2008년 12월 22~25일(4일간) 방영. 화면 일부 갈무리.
▲ <인간극장> '뭉쳐야 산다' 편 2008년 12월 22~25일(4일간) 방영. 화면 일부 갈무리.
ⓒ 민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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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 머리에 깊이 각인된 이 한 마디가 머릿속을 돌고 돌아 이제는 온 몸을 빙빙 돌아다닌다. ‘그래,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칠까. 열심히 사는 데 입에 풀칠이야 못할까’하는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그래도 너무 쉴 틈 없이 사는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만큼 이 3대 가족은 가정 경제를 통제(?)하시는 어머니와 일벌레 아버지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이 어려운 시대를 이겨내고 있었다.

왜 그 한 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지, 결국엔 자연스레 내 아비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를 만나지 않았으면 도대체 무엇으로 밥벌이를 하고 살았을까 싶을 만큼 내 아버지는 ‘일자무식’이다. 그게 뭐 자랑일까 싶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끄러울 일도 아니지 않은가. ‘일자무식’이 지휘(?)하는 대로 살았더니 시쳇말로 대학물 먹고 글 하나는 얼추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뭘 더 토를 달까. 그런데, 이 세상엔 그런 부모가 한 둘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는 새삼스레 놀라게 된다.

억척스럽다 못해 바빠도 너무 바쁘다싶을 만큼 꽉 차 보이는 삶에 많은 시청자들이 이런저런 댓글로 걱정스런 속내를 내비쳤다. 열심히 사는 건 좋아 보이지만 젊은 자식들이야 다 좋기만 할까, 하는 안쓰러움에서 하는 말들이었다. 그 마음들을 이해할 수 있기에 그럭저럭 담담한 마음으로 방송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단순명쾌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살아있는 지식이란 바로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옛 어른들 하시는 말씀 잘 들어서 나쁠 것 하나 없다는 생활 속 격언도 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아버지 철학을 그대로 읊어댄 첫째 아드님 말은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었다.

그렇게 빡빡하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 하는 말이다) 사는 것에 대한 이런 저런 평가는 아예 제쳐놓고라도 3대 가족을 이끄는 아버지 생활철학을 그저 거듭해서 되새길 뿐이다.

두 아들은, 목욕탕만 가면 살이 빨개지도록 때를 밀어주시는 아버지를 미워할 틈도 없이 어느새 자장면 먹을 생각에 신나라하던 어린 시절을 잘도 기억해냈다. 그 얘길 하며 두 아들은 아버지 옆을 지키고 앉아 구부정한 아버지 등을 밀어드리고 있었다. 목욕탕에서 오간 옛 추억 한 소절이었다. 그리고 그건 많은 '아들'들이 지닌 공통된 추억이 아닌가 싶다.

억척, 끈기로 이어온 삶은 입에 풀칠하고도 무언가를 조금씩 쌓아갈 힘을 주었고 아들들은 그렇게 또 다른 미래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작은 금액이나마 꾸준하게 저축하며 내심 좋아라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 그 자체였다. 내 빈약한 돼지저금통을 쳐다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가족 손자, 손녀들은 때때마다 받는 용돈을 그대로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이미 제대로 배워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 말 다 했다. 나도 그런대로 말할 만큼 다 말했다. 그래서 더 할 말이래야 이제는 말하는 사람이나 읽는 이나 지겨울 법도 한 똑같은 말을 다시 반복하는 것뿐이다.

"움직여라. 그러면 산다"


태그:#생활격언,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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