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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결심'했다. 

 

언론노조는 오늘(26일) 새벽 6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에 나섰다. "방송을 끊어 방송을 살리고 신문을 비워 신문을 살린다"는 것이다. 

 

언론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현업에서 손을 털고 아스팔트로 나온다. 언론노조 단독으로 벌이는 총파업으로는 사상 최초다. 

 

새 정부 들어 언론노조의 활동은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낙하산 사장 반대, 민영 미디어렙 반대, 신문시장 정상화, KBS 사장 교체, MBC <PD수첩>탄압 반대 등 언론계를 관통하는 이슈마다 언론노조가 늘 맨 앞에 있었다.

 

한나라당은 대기업·신문의 방송 겸영 허용을 뼈대로 하는 '미디어 관련법' 7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 언론노조는 이를 '언론 7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성탄 이후 직권상정에 의한 처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인터뷰를 위해 24일 저녁 방문한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은 총파업 상황을 챙기느라 정신 없는 분위기였다. 연일 강행군한 탓으로 목이 완전히 잠기고 잦은 기침을 하던 최 위원장은 그러나 '승리'를 장담했다. 구속까지 각오한 상태였다.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극렬하게 싸운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언론을 고민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고민하게 했기 때문에 이 투쟁은 이미 이기고 시작하는 싸움"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제출해 둔 '언론 7대 악법'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할 이유를 못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 총파업 시점인 26일까지 이틀 남았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그렇다. MBC와 SBS CBS EBS 등 방송 노동자들이 확실하게 시작한 뒤 지역신문, 지역방송들이 따라붙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결합도도 높다. 이 위기 상황에 대해 언론 노동자들이 잘 이해하고 있고, 시민단체나 누리꾼들 역시 문제의 핵심을 잘 알고 지지하고 있어서, 준비가 잘 된 상태다."

 

- 총파업 출정 기자회견에서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이 "1~2달 정도 하다 마는 허망한 투쟁으로 끝내지 않겠다"고 했다. 총파업 투쟁이 길게 갈 것으로 보고 있나?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해서든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일단 임시국회까지 막는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통과시키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큰 싸움이 될 것이다."

 

- 공권력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지도부 부재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구속까지 결의하고 있나?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감옥) 안에 있거나 밖에 있거나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갖춰 놓았다. 안에 들어간다면 더 세게 싸움 붙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건다. 더 극렬하게, 처절하게 싸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려하지 않는다."

 

- 12월 말에 직권 상정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총파업 수위는 어느 수준에까지 올라가나?

"12월 29일이나 30일에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인 것 같다. 그럴 경우 전면적인 전쟁 상황이다. 정권 퇴진, 한나라당 해체를 목표로 하는 투쟁으로 수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언론 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부분이 결합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선, 바라는 바다"

 

- 한나라당에서는 7대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줄곧 '언론산업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언론 산업적 발전 꾀하는 길은 지금도 충분히 열려있다.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다양한 방송 진출해서 미디어 산업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뉴스는 여론 독점과 권언경의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하는 것이다. 방송뉴스가 산업의 기반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주장 자체가 모순이고 명백한 거짓말이다. 지금 추진되는 방향은 새 방송사 허용하는 게 아니라 지상파 약탈해서 조중동과 재벌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이때 최 위원장 손전화가 울렸다. 중학교 3학년 딸이었다. "언제 들어올 것이냐"고 물었던 모양이다. 최 위원장은 "아빠 앞으로 집에 못 들어갈지도 몰라"라고 말했다. 다시 그쪽에서 "왜?"냐고 물었나 보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 한번 뒤져봐"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총파업을 코앞에 둔 산별노조 위원장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이랬다. 

 

"방송사 허용 아니라 지상파 약탈해 조중동과 재벌에게 주겠다는 것"

 

 

-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IPTV 등으로 미디어산업이 다매체 다채널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기존 지상파 위주로 만들어진 방송법은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PTV만 출범하면 엄청난 재원이 마련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위성방송, DMB, 디지털케이블 등이 등장했지만, 무한대로 재원이 굴러들어오는 게 아니다. IPTV가 화수분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를 부가적으로 창출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것이다. 정 의원이 주장하는 것은 마치 멋진 양옥집을 짓는 것처럼 들리지만 종이로 짓는 집이다.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 등의 현실적 고민은 전혀 없다. 수신료만 올리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얘기한다. 연구나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광고시장도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재벌 방송, 조중동 방송 집어넣으면 모두 공멸하거나, 재벌 방송만 살아남거나 둘 중 하나다."

 

- 7대 법안을 한번 뜯어보자, 모두 악법인가?

"대표적으로 대기업과 신문이 방송을 경영할 수 있다는 건, 여론 독점을 가중시키는 것이고 방송 뉴스의 비판 견제 기능이 상쇄될 수밖에 없다. 제한된 시장에서 다수 방송이 허용되면 결과적으로 프로그램 질이 나빠진다. 교양 시사 프로그램, 다양한 편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일본 민방처럼 통속적이고 상업적인 프로그램이 난무할 것이다. 일본 방송의 문제가 예결산권이 정치권에 장악되어 있단 것이고 정치권력이나 대기업에 대한 비판기능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민방은 상업적 경쟁과 보수신문 계열사라는 한계 때문에 소수자에 대한 배려, 다양하고 지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없고 공정성 객관성이 훼손된다. 한국이 이를 그래도 답습할 것이다. 미디어 산업에서의 규제를 없애 버리는 것은 금융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것 못잖게 위험하다.

 

사이버 모욕죄도 문제다. 인터넷이 갖고 있는 긍정적 기능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면 통치하는 데 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 불만이나 정책 비판에 대한 여지를 없앤다는 건데, 결국 이렇게 되면 불만이 축적되서 폭발할 수밖에 없다. 20~30년전 있었던 공권력과 국민들의 직접적인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없애 버리면 갈등과 마찰을 조절하고 완화하는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다."

 

"방송 모두 공멸하거나 재벌 방송만 살아남거나 둘 중 하나"

 

 

- 한나라당은 23일 방송법 수정안은 내놔 "신문사나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지분 한도를 당초 49%에서 30%로 축소 조정한다"고 밝혔는데?

"어차피 같은 내용이다. 지금 상황에서 대기업과 조중동이 방송뉴스를 해도 되냐는 게 본질이다.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분이 핵심이 아니지 않나."

 

 - "과거였다면 여론 독과점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이미 100개 이상 케이블 채널이 있고, 공중파도 대부분 국민들이 케이블을 통해 시청하기 때문에 독과점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독과점이 안 될 수 있나? 방송 사업 재원의 90%가 상업적인 광고다. 지금 같은 금융위기에서 광고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데?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것으로 설득하려고 하니 설득이 안 된다. 댐 하나를 만든다 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언론 관련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 다수 의석 확보했다고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그러면 정권 바뀔때마다 법이 바뀌어야 한다. 현업 종사자들,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물어 절차와 과정을 밟아야 한다."

 

-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100분 토론>에 출연해 "언론노조 관계자와도 만났다"고 얘기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다. 사무처장 만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 절충 지점이나 양보 마지노선조차 없는 것인가?

"없다."

 

- 하지만 언론노조나 언론계에서 나오는 'MBC나 KBS2 민영화' '방송장악 언론장악' 얘기가 나오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펄쩍 뛰거나, 웃는다. "말도 안된다"고 하거나 "피해의식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하고.

"정상적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본다. 한나라당은 결국 전두환 군사정권과 맥이 닿아있는 정당 아닌가? 당시 언론 통폐합에 대해 사과라도 한 적이 있는가? 그런데 그때부터 뭔가 잘못됐다고 바꾼다? 황당한 논리를 펴는 집단이 되어 있다. 정상적 사고를 하는 집단이라면 언급하고 비판하겠지만 정말 딴나라 사람들 같아서 대화 필요 자체를 못 느낀다."

 

- 마지막으로 언론 노동자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오늘 파업 출정 기자회견에서 얘기했지만, 이 싸움은 우리 언론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큰 싸움이다. 방송을 멈추고 신문을 비워서라도 방송 신문을 살려야 하는 어려운 시기다.

 

재벌 방송, 조중동 방송이 일단 허용되면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이를 되돌릴 수 없다. 다시 고칠 수 있는 사안이라면 대화하고 숨 늦출 수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언론노조 출범 당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게 있다. '권력의 개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지켜면서 싸워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전선에 나서자."

 

노트북을 접으며 "상황을 낙관하느냐"고 물었다. 짧은 대답을 예상했었는데 아니었다.

 

"시민들이 언론에 대해 고민하고, 민주주의 고민하는 계기가 되는 싸움이다. 그래서 이기고 시작하는 싸움이다. 지난 10년동안 오히려 우리가 절차적 민주주의에 익숙해 지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던 권력과 언론의 문제에 대해서 전 국민이 공유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기고 들어간다. 그리고 언론노조가 싸워서 져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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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상재, #언론노조, #총파업,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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