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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남지 않은 2008년 브라운관을 휘어잡고 있는 드라마 3총사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 KBS1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 그리고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방송 3사의 드라마가 고루 포진한 형국인데, 이들 3개의 드라마는 각각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경쟁작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체제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에덴의 동쪽>은 이번주 시청률 30%대에 재진입했고, <너는 내 운명>은 40%에 육박하여 일일드라마의 강자다운 면모를 과시했으며, <아내의 유혹>은 20%를 돌파하면서 연일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이들 3개 드라마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바로 시청자의 '원성'이다. 특히나 최근 들어 이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 연일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욕하면서도 본다, 혹은 '욕먹는 드라마가 효자 드라마'라는 방송가 통설이 그대로 맞아떨어지기라도 한 듯,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시청자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에덴의 동쪽>, 석연치 않은 이다해의 중간 하차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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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은 최근 이다해의 하차설로 언론과 대중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극 중 민혜린 역을 맡고 있는 이다해는 송승헌, 연정훈, 박해진, 한지혜, 이연희 등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급으로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중도 하차설이 불거진 것이다. 하차설이 흘러나오고 얼마 뒤, 이다해는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여 하차설이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이다해는 글에서 "민혜린을 연기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가 민혜린을 이해하지 못했다. 연기하는 자신이 배역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시청자를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할 수 있겠냐"면서 하차의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다해 하차의 원인을 불가피하게 수정된 극본을 이유로 꼽는데, 이는 이다해가 밝힌 사유와 맞닿는 측면이 있다. 원래 <에덴의 동쪽>의 초기 시놉시스에 따르면, 민혜린(이다해 분)은 극 초반 이동욱(연정훈 분)과 연인이었다가 결별한 후, 그의 형인 이동철(송승헌 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극이 중반을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이 둘의 사랑은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동철과 민혜린이 사랑에 빠지고, 후에 이동철이 이동욱의 형인 것을 알게 되면서 겪는 삼각 갈등구조는 <에덴의 동쪽>의 중후반을 이끌어갈 한 축이 될 예정이었지만, 이는 극본의 수정으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어정쩡한 캐릭터가 되고 만 민혜린을 연기하는 이다해의 입장에선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분량마저 나날이 줄어들었다. 일부 시청자들이 극 중 송승헌의 비중이 너무 크고, 연정훈과 이다해의 비중은 너무 작다며 주연배우 간의 형평성 문제까지 거론한 까닭은 그 때문이다. 극이 지나치게 송승헌 위주로 흐른다는 것이다.

몇몇 시청자들은 이번 이다해 하차설과 관련해 송승헌 측에서 대본 수정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주연급 배우들을 이끌고 가기에 극 중 비중 논란은 언제나 불거질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내부적으로 잘 조율하는 것도 제작진이 할 일임은 분명하다.

느닷없는 백혈병? 억지 설정으로 욕먹는 <너는 내 운명>

KBS 드라마 <너는 내 운명>
 KBS 드라마 <너는 내 운명>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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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이 시청자로부터 '욕'을 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억지설정'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자극적인 사건과 장면만 이어졌고, 그게 쌓이면서 시청자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최근 내용을 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어머니 민정(양금석 분)이 실어증에 걸린 것이 사실은 자신들을 갈라놓기 위한 거짓이었음을 안 호세(박재정 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새벽(윤아 분)과 함께 미국으로 떠날 것을 결심한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민정은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되고, 민정은 호세에게 새벽과 헤어지라고 말한다. 결국 병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호세는 새벽에게 이별을 통보하게 된다.

작위적인 설정의 절정이다. 이전까지는 티끌만한 징후조차 보이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난데없이 등장하는 백혈병이라니, 더구나 그걸 빌미로 아들에게 며느리와의 이혼을 요구하는 민정의 태도는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고 밖엔 볼 수 없다.

<너는 내 운명>의 억지설정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호세와 새벽이 결혼하면서부터 민정의 비정상적인 시집살이는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난데없이 배추 100포기를 하루 사이에 절이게 한다든지, 혼인신고 서류를 대신 제출하겠다고 한 뒤 찢어 버린다든지, 남편과 아들 앞에선 실어증에 걸린 행세를 하다가 며느리 앞에선 이혼을 종용한다든지 하는 행동들은 비정상 그 자체였다.

뿐만 아니다. 어느날 난데없이 찾아 온 윤희(박민지 분)의 생부 상기(정재곤 분)는 태영(이필모 분)의 처가이자 소영(김정난 분)의 친정에 자리를 잡고 떠날 줄 모른다. 이미 태영이라는 사위가 있음에도 상기를 내쫓지 않는 화란(선우용녀 분)이나 그의 거주를 묵인하고 있는 소영의 태도는 이해하기에 어렵다.

더구나 딸 윤희의 병간호 때문에 친정에서 상기와 소영이 함께 생활한다는 설정 역시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상기라는 캐릭터가 소영과 태영 사이를 방해하는 악역이라는 설정은 납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밖의 사건 전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뿐이다. 사건을 위한 사건을 만들고, 자극적인 설정만 들이붓는 까닭에 드라마가 갈수록 이상해진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전형적인 통속극을 벗어나지 못한 <아내의 유혹>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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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은 전형적인 통속극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 불륜과 살인을 비롯하여 복수까지, 자극적인 장치와 설정이 극의 주를 이룬다. 헌신적인 아내인 은재(장서희 분)를 배신하고 그녀의 친구이자 올케가 될 애리(김서형 분)와 바람이 난 교빈(변우민 분)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 은재를 죽이고 만다.

죄책감도 잠시, 그 사실이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교빈은 점점 뻔뻔해지고, 애리는 뒤에서 그걸 부추긴다. 그러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은재는 사실 살아남았고, 교빈과 애리를 응징하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간다. 이런 내용 덕분에 <아내의 유혹>은 2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아내의 유혹>의 시청률 1등 공신은 단연 교빈과 애리의 악행이다. 또한 시청자의 원성과 불만의 원인도 교빈과 애리의 악행 때문이다. 특히 애리의 악행 상식을 벗어나 너무 지나치다는 평이다. 은재의 죽음을 타살이 아닌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거짓으로 유서를 만들어서 경찰에 제출하는가 하면, 시아버지 하조(김동현 분)가 은재 가족에게 건넨 고액의 조의금을 중간에서 가로챈다. 그걸 빌미로 시어머니 미인(금보라 분)을 은근히 협박해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키워준 은재 가족에게 찾아가 온갖 패악을 부리고, 교빈의 명의로 된 은재의 집을 빼앗아 그들의 삶의 터전마저 뭉개 버린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반복되는 애리의 악행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에덴의 동쪽>, <너는 내 운명>, <아내의 유혹> 세 작품 모두 2009년까지 방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이후에도 이런 드라마들은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방송가에 웰메이드 드라마가 많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욕먹는 드라마일수록 시청률이 높은 이 기이한 현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 붐을 이끈 우리 드라마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사라져야 할 것들, 그것은 다름 아닌 비정상적인 전개, 자극적인 설정, 작위적인 장치 등이다. 높은 시청률을 올리면서도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을 듣는 수작들이 다가올 2009년 한 해에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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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너는 내 운명, #에덴의 동쪽, #아내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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