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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기미를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쪽에서 사실상 외환위기가 끝났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이 외화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일부에선 이미 제2의 외환위기가 진행 중이며, 단기 외채의 만기연장 비율 등을 감안할 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외환위기 끝났다'고 보도했다가 뒤늦게 문구 삭제
22일 아침 6시 11분께 <연합뉴스>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정부, '외환위기는 끝났다' 잠정 결론"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정부가 석달간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외환위기는 넘겼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면서 "달러 부족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는 이제 사라졌고,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같은 엄청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재발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기사가 포털사이트 등에 게재되자, 10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누리꾼 사이에 논란이 확산됐다. 대부분의 내용은 "정부가 그동안 외환위기는 없다고 강조해 놓고 이제 와서, 외환위기는 끝났다고 하느냐"며 강하게 반박하는 내용들이었다.
미디어다음의 '묻지마세요'라는 아이디를 쓴 누리꾼은 "지금까지가 외환위기였다는 말이냐"면서 "참~나 외환위기가 너무나 쉽구나"라고 적었다. 이어 아이디 'vons'는 "20조 돈 찍어 풀어놓고, 찍은 돈만큼 국민이 갚아야 하는데, 소시민들 등 휘는 꼬라지는 생각도 안 하나?"라고 썼다.
논란이 확산되자, <연합뉴스>는 오전 11시 40분께 "정부 '달러유동성 불안 고비 지났다'판단(종합)"이라는 제목의 수정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첫 문장도 "지난 석달간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외화유동성 불안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당초 기사에서 썼던 '외환위기'라는 말을 모두 삭제했다.
이 대통령 "외환위기 급한 불 껐다" 발언 후, 연이은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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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2009 경제운용방향 점검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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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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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 부서쪽 누구도 (연합뉴스에) '외환위기가 끝났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서 "기사에도 언급됐듯이, 현재 상황에서 외화 유동성으로 인한 문제는 일단 넘기지 않았느냐 정도로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외환위기는 끝이 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외환위기'라는 말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현재의 달러 수급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앞으로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로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신중한 반응이었다.
물론 정부 내에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 등으로 외환시장이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향후 달러가 부족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외환시장과 관련해, "어느 정도 외환위기의 급한 불은 껐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이후, 더욱 두드러진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국제수지도 흑자를 보이기 시작하고, 앞으로도 계속 흑자가 예상돼 우리가 잘 대응해 나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일부 외환시장과 관련한 지표가 전보다 나아지긴 했다. 지난달 한때 원-달러 환율이 최고 1525원까지 올라선 이후, 최근엔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22일엔 다소 올라 1309원에 마감했다. 경상수지도 최근 석달 사이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상태다.
김태동 "제2의 외환위기 진행 중... 외환보유고 이미 2000억불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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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졌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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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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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주식시장이 일부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고, 외환시장의 안정세 역시 장기적으로 갈 수 있을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또 원-달러 환율 역시 1500원대보다는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1300원대에서 움직이는 등 고환율의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 역시 최종적으로 올해 80억 달러 이상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환율 하락이 장기간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시장에 수백억 달러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는 끝났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다소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만 놓고 볼 때, 당장 지난 9월이나 10월 같은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향후 미국경제의 움직임 등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외환위기 여부에 대해선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행 금통위원을 지냈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좀 더 직설적이다. 그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은 이미 '제2의 외환위기'가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근거도 내놓지 않고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하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국의 최근 논문 등을 들면서 "'외환위기'의 정의는 환율 폭등과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감소, 그리고 이 두 가지 변수의 변동률의 합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1997년과 비교할 때 이같은 환율 변동폭이 최대 60%에 달한 점이나 (외환) 보유액 감소율을 보면, 현재는 제2의 외환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외채의 만기연장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만기연장) 비율이 50% 이하로 내려간 것이 5주 정도였지만, 지금은 석달이 넘도록 (만기연장 비율이 50% 이하로)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미국, 중국 등과 통화스와프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문제는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개선되느냐 여부"라며 "외국에서 달러 등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거나 못할 경우 외환시장의 반응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외환위기 상황은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내년 3~4월께 윤곽이 더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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