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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심한 경기 침체로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가 영세민 생활안정 대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기부금 축소와 제도 미비 탓에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이 어려워지면서 영세민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몇 차례에 걸쳐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실태와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오가니제이션 요리 구성원들의 모습.
 오가니제이션 요리 구성원들의 모습.
ⓒ 오가니제이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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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가장 바쁜 날이에요. 이런 날 와서 인터뷰도 제대로 도와드리지 못하고 죄송해요."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1층 요리 스튜디오에서 만난 한영미 '오가니제이션 요리(Organization Yori)' 공동대표의 말에 되레 기자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케이터링(catering·음식 맞춤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은 이날 저녁 다섯 군데의 주문이 밀려 10여 명의 '요리사'들이 요리를 만들고 포장하느라 시끌벅적했다. 이를 취재하던 기자의 존재는 이들에게 거치적거렸을 게 분명했다.

"소스 나갔어요? 과일 실었어요?"
"음식이 모자라는 것 같은데, 저게 다예요?"
"잘못 실었어요, 차 떠나기 전에 어서 가져와요, 빨리요!"

이곳 요리 스튜디오는 'IMF 사태'보다 더 힘들다는 경기 한파도 한발 비켜선 듯했다. 그렇다고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전문가들로 이뤄진 곳도, 업계에서 유명한 곳도 아니다. 단지 스무 명의 피아니스트 출신의 요리사, 청소년, 여성가장, 결혼이주여성으로 이뤄진 곳이다. 과연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착하고 따뜻한 사회적 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

 지난 12일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요리 스튜디오는 케이터링 서비스 주문이 몰려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 12일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요리 스튜디오는 케이터링 서비스 주문이 몰려 분주한 모습이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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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니제이션 요리'는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계층의 일자리,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익창출 등 영업 활동도 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착하고 따뜻한 기업'이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루비콘 베이커리의 모토가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잘 나타낸다. 사회적 기업은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 이미 기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7월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돼, 노동부는 지금까지 108개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했다. 사회적 기업은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무담보 소액대출)의 대안이자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사회적 기업이 된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노동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는다. 최근엔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1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올해 1억5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원의 열정과 땀 덕분이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청년실업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청소년 직업교육을 위해 1999년 7월 설립된 하자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제2의 창업 프로젝트다. 하자센터는 2004년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1호 '노리단'을 만들어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2007년 요리스튜디오를 마련했고, 올해초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한영미 대표는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요리하면서 배우고 나누는 회사"라며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인근 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지체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제빵 수업을 하는 등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바른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보람

 12일 낮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운영하는 하모니 식당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12일 낮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운영하는 하모니 식당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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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맛있다고 하죠. 우리 식당은 점심(4000원)만 하는데, 얼마 전 하자센터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저녁에 외부 식사를 안 하고 우리 식당 밥을 먹겠다고 했을 정도예요."

이날 낮 2시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운영하는 하모니 식당에서 만난 신대서(49)씨는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신씨는 "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고 최고 좋은 식재료를 쓴다"며 "보통 급식 업체에서는 14㎏당 2만5000원짜리 고추장을 쓰지만, 우리는 6만원짜리 최고급품을 쓴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장인 신씨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1997년 경기도 안양에서 조미료를 안 쓰는 버섯전문점을 열었다가 실패한 신씨는 그 후 2002년까지 서울 강남 등지에서 커피전문점을 했지만 역시 수천만원의 손해만 봤다.

신씨는 그 이후에도 음식점을 열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서울을 떠나 2006년 강원도 설악산 인근 암환자요양원에 들어갔다. 그는 "돈도 없고 기도 죽은 상태였다"며 "현재 공동대표인 이지혜씨를 만나 2008년 '오가니제이션 요리'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는 120만원을 받으며 주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돈은 적지만 집안 일을 할 시간이 생겼다. 신씨는 "깨끗한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보람도 느끼면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신씨에게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대학생인 아이들이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돈이 더 필요하다, 오후 '알바'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신씨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기업으로서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기도 하다.

결혼이주여성의 꿈을 요리하는 스튜디오

 12일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요리 스튜디오에서 베트남 출신의 레홍 토이(25)씨가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12일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요리 스튜디오에서 베트남 출신의 레홍 토이(25)씨가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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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하모니 식당은 요리 스튜디오에서 가져온 케이터링 서비스 음식들로 가득 찼다. 옆에서 샐러드에 쓸 야채를 다듬고 있는 설석환(18)군이 눈에 띄었다. 그는 작년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작년부터 하자센터에 제빵 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는 "일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내 음식이 많이 남을 때 제일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꿈은 항공우주연구원인데, 내년에 수능공부를 해서 대학에 진학할 꿈을 요리 스튜디오에서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요리 담당 대표인 정하영(35)씨는 요리 스튜디오와 하모니 식당을 오가며 케이터링 서비스 준비에 그 누구보다 바빴다. 정씨는 "새벽 5시에 나왔는데, 퇴근은 밤늦게 해야할 것 같다, 오늘처럼 바쁜 날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을 맛있게 하면서도 단가를 맞추는 건 쉽지 않다"면서도 "데코레이션보다는 맛에 신경 쓰고, 싼 재료를 많이 쓰기보다 비싼 재료를 적게 쓰는 쪽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맛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바쁘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요리 스튜디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3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던 베트남 출신의 레홍 토이(25)씨는 2006년 6월 40대 시내버스 기사와 결혼하면서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말도 잘하는 토이씨는 곧 영주권을 받을 예정이다.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얘기다.

7월부터 교육을 받고 12월에 실전에 투입된 토이씨는 "다른 친구(결혼이주여성)들은 돈이 부족하기 하기 때문에 돈을 벌고 싶어 하는데, 일을 구할 수 없다"면서 "나는 20개월 된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여기서 일하는데, 일이 쉽지 않지만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집이 한 달에 37만원으로 너무 비싸다, 나중에 아이 교육시키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내 꿈은 나중에 남편과 베트남에 가서 사업을 하는 거다, 꿈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영미 대표는 "보통 저소득층인 이주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어 하지만 공장이나 단순노동 일자리밖에 없어 큰돈을 벌지 못한다"면서 "사회적 기업을 통해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미래는?

오후 5시가 넘자 '오가니제이션 요리' 직원들이 하모니 식당을 채운 음식들을 차량에 실었다. 정하영씨는 "모임에 특성에 맞게 음식 분위기를 맞췄다"며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12월 일정표에는 빈 칸이 없었다. 12월 내내 요리 스튜디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할 터였다. 그곳에서 여성가장, 결혼이주여성, 청소년들의 꿈도 요리된다. 한 대표는 "앞으로 결혼이주여성 등 많은 이들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맛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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