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영화협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았어요. 그동안 독립영화정책을 만들고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힘써왔지요. 그러한 노력과 다양한 영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맞물려 독립영화는 크게 발전했지요. <송환>(2003. 김동원 감독), <우리학교>(2006. 김명준 감독)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독립영화도 만들어졌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조건이 되었지요.

지금껏 <인디스토리> 혼자서 독립영화를 홍보하고 배급하였는데, 올해 <키노-아이>와 <시네마 달>이 생겨났어요. 그만큼 독립영화 판도 커졌다고 할 수 있고 좋은 신호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에도 정부가 바뀌면서 영화계 분위기도 달라졌어요. 독립영화에 지원하던 예산이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들 상황이지요.

독립영화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현재 분위기를 어떻게 느끼는지, 독립영화 제작 배급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하는지 궁금하더군요. 사람들 관심이 온통 주류상업영화에 쏠렸기에 묵묵히 세상의 아린 곳들을 비추는 독립영화판을 알지 못하니까요. 12월 5일, <시네마 달> 사무실을 찾아 이상엽 PD에게 독립영화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네마 달>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시네마 달> 식구들 왼쪽부터 이상엽PD, 임창은 선생님, 김하나 선생님.

▲ <시네마 달> 식구들 왼쪽부터 이상엽PD, 임창은 선생님, 김하나 선생님. ⓒ 이인


독립영화를 외면하는 극장과 언론...높은 사회의식, 낮은 수익성이 원인?

-<시네마 달>에서 일하는 분들을 소개해주신다면?
"독립영화 PD로 오랫동안 활동하시던 김일권PD가 대표로 계시고, 영상원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한 임창은씨가 있지요. 또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자원활동가로 일을 시작, <안녕, 사요나라>의 홍보를 했었던 김하나씨, 그리고 독립영화PD로 일했던 저, 이렇게 4명이서 일하고 있습니다."

-<시네마 달>이라고 이름 지은 까닭은?
"특별하거나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달'이라는 위성이 가진 속성을 생각했어요.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부지런히 운동하며 끊임없이 그 모습을 달리하잖아요. 이런 속성이 현재 독립영화 진영의 상황 속에서, 특히 독립다큐멘터리 진영 속에서 독립영화 배급사가 가져야 할 역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어 <시네마 달>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인디스토리>, <키노-아이>, <시네마 달> 이렇게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곳이 세 곳으로 늘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으며 <시네마 달>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다양한 독립영화 배급사들이 생겨났다는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독립영화가 10년의 역사(한국독립영화협회 창립 기준)를 맞이한 해에 생긴 일이라 그 의미와 무게가 남다른 것 같네요. <시네마 달> 역시 함께 고민을 나누고 또 힘을 모을 수 있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많은 부분 서로 협력하고 많은 부분 '뭔가를 같이 해보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네마 달이 인디스토리, 키노-아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독립다큐멘터리 배급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에요. 늘어가는 독립다큐멘터리의 제작 편수에 비해 그것을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곳은 전혀 없었기에 무엇보다 체계적인 배급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시네마 달> 창립 이유가 되기도 해요. <시네마 달>은 극장개봉, 영화제 상영 이외에도 독립다큐멘터리의 보다 다양하고 대안적인 상영/배급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왜 대중들이 알지도 못하고 언론에서 소개하지 않을까요. 독립영화는 좋은 작품이라도 많은 극장수를 확보 못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웃음) 함께 생각해보고 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앞뒤, 인과관계를 따지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독립영화의 역사하고도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의 독립영화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부터 반정부, 반자본운동에 참여하였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하면서 민주주의 의식과 함께 성장하여 왔습니다. 당연히 민감한 정치 이슈나, 사회운동, 비주류, 소수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내용들을 주로 다루었지요. 이것들은 언론에서 다루기에는 민감한 문제이기에 대중에게 알려지기 힘들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그러한 내용을 다룬 영화가 수익성을 기대한다고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이지만 대중들이 관심 밖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개봉을 한다고 해도 역시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 사실이에요.

이렇듯 비주류를 다루고 사회에서 민감한 내용의 영화인데다 대중과 언론은 외면을 하지요. 거기다 수익구조가 어려우니 제작 뿐 아니라 배급, 홍보/마케팅 비용의 부족으로 이어져 많은 극장수를 확보하지 못하였지요. 물론 그렇게 해서 관객이 또 외면하고요.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엽 PD 한국독립영화의 배급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시네마 달>을 찾으니 포근한 인상을 지닌 이상엽PD과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자상한 설명으로  성심껏 답변을 해주네요.

▲ 이상엽 PD 한국독립영화의 배급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시네마 달>을 찾으니 포근한 인상을 지닌 이상엽PD과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자상한 설명으로 성심껏 답변을 해주네요. ⓒ 이인


독립영화 앞날 '깜깜'...<송환> <우리학교> 덕분에 용기 얻어

몇 년 전만 해도 독립영화는 별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극장 개봉은 꿈도 못 꿨다고 하네요.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많은 독립영화들이 극장 상영을 못하고 있지요. 만들어진 뒤 개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짧은 시간 극장에 걸리지만 관객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지요. 이런 현실에서 <시네마 달>은 보다 더 나은 배급기회를 만들어 내겠지요. 독립영화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그래도 이렇게 회사가 생겨났는데, <시네마 달>이 보는 독립영화의 앞날은 어떤가요?
"깜깜합니다.(웃음) 하지만 함께 노력하다보면 좋은 날이 있겠죠. 그리고 있어야 합니다. <송환>과 <우리학교>같은 좋은 작품들이 나와서 용기를 얻었지요. 거기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이제껏 지원을 하면서 다양한 영화들을 제작하고 개봉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러한 지원이 내년부터 없어질 것이라고 해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겠지요."

- 독립영화 제작편수가 늘어나고 참여하는 사람도 늘어났습니다. 어떻습니까? 
"과거에 비하면 작품편수도 늘었고 직접 제작을 하지 않더라도 배급이나 영화제, 교육 등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특히 디지털 매체의 등장이 한 몫을 하였지요. 과거 일 년에 장편 독립영화가 1-2편 나오던 때에 비하면 현재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합쳐 30~40여 편 정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러나 이렇게 제작편수와 참여하는 사람의 늘어난 숫자에 비해 독립영화의 상황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늘어난 독립영화를 개봉할 극장이 많지 않고 수익구조가 크게 좋아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나마 독립영화에 관심이 예전보다 늘어났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 여전히 어렵겠지만 독립영화판은 더 커질 거라고 예상됩니다.
"클 수밖에 없어요. 학교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계속 들어오고, 여러 방면에서 영화에 참여하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더구나, 쉽게 동영상을 찍는 기계들이 많아져서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 면에서 UCC도 충분히 단편영화가 될 수 있지요. 잘 만들어진 것들을 여러 편 묶어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해외 같은 경우 영화, 방송, UCC를 콘텐츠로 큰 틀에서 묶어서 같이 지원해주고 있어요. 예전에 홈비디오를 소개해주는 TV프로그램도 있었잖아요. 그런 것처럼 UCC들을 틀어주며 소개하는 방송프로그램도 나올 것 같아요. 세상이 그만큼 달라진 것이죠. 11일부터 있을 서울 독립영화제에서는 촛불관련 영화도 나올 거예요. 인터넷에 올라왔던 촛불영상물들을 묶어서 틀어주는 것이죠. 촛불자체가 이 시대의 반영이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고 영화로 관객에게 찾아가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죠."

-공동체 상영을 하고 계신데, 공동체 상영이 극장 상영과 어떤 차이가 있고 의미가 있나요?
"공동체상영은 비극장 상영, 말 그대로 극장이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상영을 말해요. 만들어지는 작품 편수에 비해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극히 일부분이고 그 상영기간 역시 매우 짧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한계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앞서 지적하신 것처럼 충분한 극장수를 확보하여 전국에서 '와이드릴리즈'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구요.

공동체상영 다큐멘터리 <동백아가씨>[박정숙 감독. 2006]을 예수병원에서 상영하는 모습.

▲ 공동체상영 다큐멘터리 <동백아가씨>[박정숙 감독. 2006]을 예수병원에서 상영하는 모습. ⓒ 시네마 달


공동체상영은 그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또는 단체를 찾아가 최소한의 상영장소와 설비를 갖추고 직접 상영회를 진행하는 방식에요. 꼭 극장이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스크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공동체상영은 극장 중심의 상영시스템에서 벗어나 환경 제약을 극복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관객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관객들도 훨씬 높은 수준의 적극성, 능동성을 발휘해야만 가능한 일이에요.

문화의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이나 일부 계층 시람들도 영상매체에 쉽게 다가올 수 있게 된 것이죠.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고 영상매체와 가깝게 되었지요. 나아가 사회 이슈를 다루고 있는 영화의 상영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지요. 전반적으로 사회적 성격이 강한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경우 이러한 공동체상영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네마 달>이 앞으로 할 일이 많겠습니다.
"나중에 여력이 생기면 작가 의식을 지닌 분들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데 돕고 싶고요. 사회의식 있는 행동파를 찾아서 사회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지원하고 배급하고 싶네요. 사회 문제가 너무 많잖아요. 또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감독들이 많아요. 이러한 열정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독립영화를 만들어도 보여줄 때가 없어서 안타까웠지요. 만드는 것 이상으로 배급 유통이 중요해요. 진흥정책이나 영화를 둘러싼 담론과 평론, 관객과 교감, 사회와 소통이 이뤄져야겠지요. 그래서 독립영화가 자리매김을 해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류 상업영화만이 아니라 독립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들 같이 비주류 예술들도 언론에서 다루주고 사회에서 관심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독립영화들은 상업영화처럼 대박나기를 바라지 않거든요. 다만, 목소리를 낼 장이 필요하고 사회와 교감할 수 있는 자리가 있기를 바라지요. 

저희 <시네마 달>에서는 올 해말까지 백 여 편의 독립다큐멘터리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그 안에는 정치, 경제, 역사, 사회, 인권, 환경, 소수자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많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한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관계와 책임이 따르는 것인가, 이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다양한 질문과 가슴 벅찬 감동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거나, 동시대의 고민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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