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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자. 왼쪽은 소설 서은아씨, 오른쪽은 시 전영관씨.
 2008년도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자. 왼쪽은 소설 서은아씨, 오른쪽은 시 전영관씨.
ⓒ 진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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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고료 '2008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의 영광은 전영관(시 상금 500만원, 경기도 일산), 서은아(소설 상금 1000만원, 경기도 부천)씨가 거머쥐었다. 진주신문가을문예운영위원회(위원장 박노정)는 전국에 걸쳐 공모를 한 뒤 예심·본심을 거쳐 결과를 발표했다.

진주신문가을문예는 남성문화재단(이사장 김장하)이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1995년부터 전국에 걸쳐 매년 가을에 공모를 벌여 오고 있다. 올해는 시 부문 301명, 소설 부문 140명이 응모했다.

전영관씨는 시 "아버지의 연필"로 당선했다. 그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 지난해 토지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 예심은 박노정·유홍준 시인과 유영금 시인(1995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자)이 했으며, 본심은 서정춘 시인이 했다.

서정춘 시인은 당선작에 대해 "돌쟁이의 강철연필이 죽음을 펄펄 살아있는 돌 육신으로 불러냈구나. 모든 시인은 강철 연필로 죽음을 불러내는지 모른다. 하여, 가장 믿음직한 시인을 세상에 내보낸다.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허허벌판 시장(詩匠)이 되길"이라고 평했다.

중편 "자전거 타는 남자"로 당선한 서은아씨는 경기도 출생으로 서울가톨릭대를 나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소설 예심은 조구호 경상대 강사와 원종국 소설가(1998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자)가 했으며 본심은 현기영 소설가가 했다.

현기영 소설가는 당선작에 대해 "소재 선택의 능력이 돋보인다. 최근 급증한 한국인의 해외 진출 현상의 한 풍속도를 성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면서 "절제된 언어와 적절한 메타포의 사용은 이 작품의 미학적 수준을 높여 주고 있다. 양쪽 어느 사회에도 뿌리내리지 못해 부유하는 주인공의 내면 풍경도 잘 그려져 있다"고 밝혔다.

전영관씨는 "지금까지 시 비슷한 조각글을 쓰면서 가족의 온기를 내다팔고 부모의 고단함을 손쉽게 우려먹었다. 퇴근 후 저녁마다 식탁에 앉아 모니터만 보는 남편이 뭐 그리 살가웠겠는가. 어린것들 딴에는 주말마다 시집만 파고 있는 아빠가 얼마나 서운했겠는가"라며 "이참에 고맙다는 마음 전한다. 어머니를 포함한 우리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도 없을 거라 확신한다. 짐짓 모른 척, 커피 한 잔 놔주고 자리 피하던 아내에게 오늘의 맨 앞자리를 양보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은아씨는 "'자전거를 타는 남자'는 내가 만났던 모든 이들에게 빚을 지며 형상화된 것"이라며 "제대로 된 소설을 쓰는 것이 짝사랑만으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첫 발을 내딛는 것이 무겁고 두렵다. 하지만 짝사랑의 햇수가 결코 소설과 다른 이름이 아닌, 지난한 삶의 햇수와 같았다는데 안도가 되는 시간이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3일 오후 4시 진주교육대학 교사교육센터 7층 702호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다음은 시 당선작 전문과 소설 당선작 줄거리다.

■시 당선작 "아버지의 연필" 전문 

풍구의 회오리가 가슴께를 후려친다 / 갈탄의 낭자한 선혈 사이로 / 피 맛을 본 강철이 달아오른다 / 부러지지 않을 만큼만 각을 세우는 기술 

강철연필은 학력편차가 크다 / 몇 자의 비문만 학습한 경우가 있고 / 공덕문을 줄줄이 암기하는 실력파도 있다 / 까막눈 돌쟁이는 단지 내장된 글자들을
강철연필로 파내는 것뿐이다 / 거북이나 두꺼비를 만나 호되게 당하기도 한다 / 환절기에는 떠나는 사람들 많다 / 해마다 반복되는 덕분에 그의 한문 실력도 / 지명이나 이름자에 두각을 나타냈다

담금질로 단단해지는 것은 강철뿐 / 돌쟁이의 가슴은 반비례로 물렁해졌다 / 구부리는 법을 터득한 까닭에 굽실거렸어도 / 칠십 평생 부러지지 않았다 그만큼만 / 각을 세우는 기술 덕분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 부끄럽게 생각한 적 있다

아버지는 물푸레나무들과 뒷산으로 올라가 / 겨우내 돌아오지 않았다 / 강철연필들은 처음으로 주인의 이름을 새겼고 / 얼어붙은 산 밑 저수지에서 떵떵 / 망치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 찬물에 손이라도 씻는지 지난 봄에는 물푸레 / 푸른 물이 내려오기도 했다 오늘도 / 녹슨 강철연필들만 벌겋게 복습 중이다

旌旋全公重鉉之墓.

■소설 당선작 "자전거를 타는 남자" 줄거리

유명 도자기 수석디자이너였던, 그녀는 신제품 발표 출시연에서 경쟁사 디자인 카피 혐의로 면직된다. 국내의 경제공황 여파로 남편마저 하던 일을 잃자 그녀와 남편은 이민을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된다. 주택을  빌려 방문자들에게 재임대까지 하게 된 그녀는 이민수속을 밟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간 남편 없이 큰살림을 꾸려간다. 그때 방문의도가 불분명한 박이 그녀의 일상사에 틈입해 그녀를 대신해 주방 살림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그녀는 뜻밖에도 그곳으로 출장을 온 오의원을 만난다. 그녀의 면직 사태에 오의원의 패밀리가 연루된 것을 알고 있던, 그녀는 오의원의 비리를 취재하게 된다. 그녀를 돕는 일간지 기자 리와 국장. 체류가 길어지면서 그녀는 국내의 소도시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이민사회를 인식하게 된다. 또한 세계에서 삶의 질이 1위라 하는 그곳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곁방살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작품은 경제대란의 여파로 주류에서 비주류로, 나아가 국외로까지 밀려나 소외된 채 자전거를 타며 유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태그:#진주신문가을문예, #서은아, #진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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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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