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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민주연석회의(이하, 대연합)가 결성되었다. 여기에는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사회당,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생민주공동회의 등 민주와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 및 사회단체가 거의 망라되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빼고 모두 모인 셈이니, 이른바 '반보수연합' 혹은 '반수구연합'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대연합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것은 유익하지 않다고 본다. 대연합 결성은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일정 부분 국민의 여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기갑 민노당 대표에게 '대연합'을 주문했을 때 한나라당이 보인 발끈한 반응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손호철 교수
 손호철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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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러운 것은 손호철 교수나 진중권 교수 같은 이른바 진보인사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12월 1일 <한국일보>에 실은 '반 MB 민주연합이굽쇼?'라는 다소 비아냥거리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과거 아들의 비리까지 들먹이며 비난한 후, "이명박 정부의 청개구리 정책을 생각할 때 대북정책과 관련된 반MB민주연합보다 지금 시점에서 훨씬 시급한 것은 민생을 지키기 위한 반신자유주의연합, 민생파탄반대연합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진중권 교수는 11월 29일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실은 글에서 "민주· 통일은 80년대 의제에 불과하다"라면서, '배가 고프다는 서민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해서' MB에게 정권을 무주공산으로 내준 마당에 "연대를 하려면 정확한 처방과 올바른 진단을 가지고 해야 할텐데, 그저 반 MB만 선언한다고 뭐가 될 것이라고 보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민노당을 싸잡아서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그 밥과 그 나물을 모아 비빔밥을 만든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한다.

일단 손호철 교수의 양비론이나 진중권 교수의 냉소주의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양비론이란 자기 신념을 포기하는 기회주의거나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다. 또한 냉소주의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두 사람은 표현만 다를 뿐이지 민생경제의 중요성을 들어 민주대연합에 반대했다. 먼저 손 교수에게 묻고 싶다. 반MB민주연합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면서 과거 김대중의 아들 비리까지 거론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또한 '반신자유주의연합'이라는 것이 운동 또는 투쟁의 방법론으로서 다소 추상적이지 않은지.

그것은 이명박이라는 특정인으로 향하는 화살을 신자유주의라는 실체 없는 개념으로 희석하는 짓이라고 생각 들지는 않는지. 그리고 진 교수에게 묻고 싶다. '민주와 통일이 80년대 의제'라는 것은 누가 정한 것인지. 또한 진 교수는 자기가 주도하는 일만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민주주의와 남북문제는 민생경제와 함께 우리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가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가치들이 명백히 퇴보하고 있는 가운데 정당들은 답답할 정도로 무기력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정황에 야권 또는 진보 진영이 힘을 합쳐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을 견제하자는 데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냥 있으면 된다. 반대한다고 목소리 높이며 대연합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비난까지 퍼붓는 일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12.3 <경향신문> 보도) "이명박 정부가 대북 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고 있다"라고 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문제 훈수에 43.7%의 국민이 지지했다고 한다. 반면 "김대중은 이북에 가서 살아야 한다"라며 이에 반대한 김영삼 전 대통령 발언의 지지율은 27.4%였다.

진중권 교수.
 진중권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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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대북문제를 쟁점으로 선거 연합을 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은 설득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지지자와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김대중보다 김영삼 발언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 점이 이채롭다. 결국 대연합에 반대하는 국민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역사상 정당과 사회단체가 연대하는 것은 비상시국에나 나타났던 일이다. 우리는 1974년 박정희의 10월유신에 저항한 민주회복국민회의와 전두환의 국보위 헌법에 도전한 19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기억한다. 이처럼 정당과 사회단체가 망라된 연석회의의 출현은 독재 시절에나 있는 일이었다. 이 점에서 지금의 시국을 예사로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대연합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호응은 과거 독재 시절만큼 열렬하지는 않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라는 선명한 이슈가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당시 김영삼·김대중 같은 걸출한 정치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생민주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슈와 인물, 이 두 가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대연합이 내 걸어야 할 3대 의제

대연합은 민생과 민주와 민족, 이 3대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셋은 어느 하나라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기 때문이다.

첫째, '민생' 의제의 실천방안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해야 한다. 이것은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손 교수나 진 교수의 주장 자체는 틀리지 않다. 특히 대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기존 당론을 바꾸어야 한다.

당론 변경에 대해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서 최근 자본주의 국가들을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는 논리를 펴면 될 것이다. 민주당의 주요 인물인 천정배나 김근태 같은 이는 이미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여 단식 농성까지 한 바가 있다.

둘째, '민주' 의제의 실천방안으로 촛불 구속자 석방을 이뤄내야 한다. 촛불시위는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이것은 촛불집회를 탄압하는 공권력에 저항하는 가장 호소력 있는 방법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투쟁의 빌미나 명분은 구속자 석방 주장에서 비롯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민족' 의제를 이슈화하기 위해서는 아예 국가보안법 철폐를 들고 나와야 한다. 사실 국가보안법은 남북화해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원죄와 같은 것이다. 시시콜콜히 대북 정책을 바꾸라고 주장해 봤자 이명박 정부에는 마이동풍이라는 것을 확인할 만큼 확인했다.  그러므로 대북 정책의 원천적인 문제를 이슈화하여 여론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인물을 키워야 한다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한 각 당 대표자들. 좌측부터 사회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대표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한 각 당 대표자들. 좌측부터 사회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대표
ⓒ 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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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10년, 민주는 20년, 남북은 30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불과 1년도 안 돼 우리나라는 엄청난 변화를 겪은 것이다. 이 모두가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연합의 주된 목적은 선거연합에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대연합은 과거 김영삼· 김대중의 '민추협'처럼 철저히 정치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민주당과 민노당 지지율은 정체하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민주당은 정책 면에서 한나라당과 별 차이가 없고, 민노당은 당 자체의 존재감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걸까?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을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하여 이에 찬성한 당이기는 하다. 그러나 종부세를 비롯한 세제와 복지, 교육정책 그리고 특히 대북문제에서 한나라당과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 차이가 큰지 아니면 민주당과 진보신당의 정책 차이가 큰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 민주당 정책이 한나라당과 차이 없음을 들어 비판하려면 진 교수는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정책 차이는 뭔지를 먼저 말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대연합에 반대하는 그의 논리가 궁색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는 김용갑부터 원희룡까지 공존했음을 생각해 보자.

야권 또는 진보진영의 지지율이 낮은 결정적인 이유는 인물의 부재 때문이다. 스타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야권 또는 진보 진영에서 스타가 만들어지기에 언론 환경이 조악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같은 진영 내에서 마구 비난을 일삼는 풍토에서는 스타가 나올 수가 없다.

천정배나 김근태 같은 이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 사람들이다. 민주화 이력이나 장관 그리고 정당 대표 경력도 있다. 특히 천정배 의원이 법무장관으로서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일과 김근태 전 의원이 개성공단에 가서 북한 근로자들과 춤추며 어울린 일은 아주 인상깊게 남아 있다.

요컨대 그들은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한나라당 스타와 견줄 때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진보정당 쪽의 노회찬·심상정·강기갑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정도인데, 생각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분들이 더 많이 추천을 해주셔도 좋겠다)

무엇보다 그들은 철학적인 면에서 한나라당 스타보다 우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것은 조금만 차이가 나도 비난하는 진보 내부의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스타를 키우지 못하면 결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대연합의 목적은 선거에서 이기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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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역사팩션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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