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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2007 잡 비전 페스티벌'을 찾은 학생들이 각 회사별로 마련한 취업상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07.09.12

"도전하라구? 그런데 어디에 할까요?"

 

12월 첫날 아침,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주제는 청년실업 문제였다. 대통령이 제안하는 해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청년이여, 도전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냉난방 잘 되는" 사무실보다는 현장에서, "좋은 직장"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그리고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모색하라고 제안한다. 덧붙여 고용지원센터, 청년인턴제, 신용회복프로그램, 해외 워킹홀리데이 등 정부가 펼치는 갖가지 제도를 소개하며 정부의 노력을 피력하고 있으나,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니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하자.

 

대통령이 갖고 있는 청년실업의 해법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실업자들이 공감했을까? 해결책을 개인의 '도전정신'으로 돌리는 현실 인식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자칫 실업의 책임을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년들은 과도할 정도로 학업과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으나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더구나 대통령 스스로 언급했듯이 청년실업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선진국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은 청년실업이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며,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과 청년실업 비교, 기준부터 달라

 

또한 선진국의 청년실업이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도 사실과 반드시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7%대로 10%를 넘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낮은 것은 맞지만, 이 수치만 가지고 한국의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덜하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첫째, 비교 연령층에 차이가 있다. OECD가 국제비교를 할 때 청년층이라 함은 15~24세를 말하지만, 한국은 의무복무제도로 인해 사회진출 연령이 높다는 것을 감안해서 15~29세를 청년층으로 분류해서 통계를 구한다. 만약 한국과 선진국을 직접 비교하고자 한다면 같은 연령대인 15~24세의 실업률을 비교해야 할 테고, 이 경우 2006년 기준으로 한국 청년실업률은 10.0%로 훨씬 높아진다.

 

OECD 국가별 청년 실업률 비교(%) 2006년 기준 전체 29개국 중 한국은 실업률 10%로 11위이다.(출처: OECD Employment Outlook 2007 / 데이터가 없는 룩셈부르크 제외)

 

둘째, 더 중요한 문제는 한국 청년들 중엔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이른바 '비경제활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실업률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구직에 나서기보다는 먼저 취업 준비에 매달리거나 아예 구직을 단념하게 된다. 이들의 규모는 실업자 인구와 엇비슷하거나 능가한다. 실제로 이들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무려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는 고용률(=취업자/청년인구)로 비교하는 게 현실에 더 부합하는데,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OECD 평균보다 상당히 안 좋은 수치를 나타낸다. 15~24세 인구 중에서 취업자의 비중은 불과 27.2%로 비교 대상 국가 29개국 가운데 22위이다.

                          

OECD 국가 청년 고용률 비교(%) 2006년 기준 29개국 가운데 한국은 27.2%로 22위이다. (출처: OECD Employment Outlook 2007 / 데이터가 없는 룩셈부르크 제외 / 15세 이상 24세 미만 대상)

벨기에, 청년고용 쿼터제로 '5만 명' 신규 고용

 

한국과 체감실업률, 고용률이 비슷한 벨기에에서는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로제타 계획(Rosetta Plan)'을 실시했다. 이는 많은 국가들이 청년층 실업정책을 수립할 때 자주 교훈으로 삼는 프로그램이다. 벨기에 내에서도 이전의 실업대책과 다른 획기적인 계획으로 인식된다. 이전과 달리 청년층 실업의 책임을 상당 부분 산업계와 정부가 나눠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책임을 공유하는 한 가지 실천 방안으로 50인 이상의 기업들에 대해 전체 피고용자의 3%를 청년층으로 신규 채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른바 쿼터제인 셈이다. 기업들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시행한 첫 해에는 목표치를 훨씬 넘는 약 5만 건의 신규채용이 발생했다.

 

청년들이 도전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임금과 편안한 노동조건이 아니라 삶이 보장되는 일자리다. 그들의 조건은 간단하다. 첫째, 차별이 없어야 한다. 둘째, 생계비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자기계발의 기회 혹은 훈련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청년층(15~24세) 최근 고용 추이 2003년 이후 청년층의 신규취업자 수는 마이너스 증가를 하고 있으며, 고용률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다가올 고용대란, 할당제를 시행하자

 

내년 고용상황은 청년실업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한가하게 들릴 정도로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다. 자영업인들로부터 시작된 '아래로부터 붕괴'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도산이 시작되고, 재벌들의 인력 구조조정으로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IMF 외환위기 때처럼 또 다시 고용조정의 결과가 청년실업으로 전가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청년고용은 '학교 → 일'로 이행되는 과정의 하나이므로 최초 진입이 늦어지면 장기실업에 빠질 경향이 대단히 높아진다. 한 번 때를 놓치면 다른 연령대와는 달리 실업이 장기화될 가능성 또한 크다.

 

현재로서는 청년 실업 대책을 한가하게 '고용지원센터' 등과 같은 곳에 맡겨둘 때가 아니다. 벨기에 로제타 계획과 같은 '쿼터제'로도 부족하며, '할당제'를 실시해야 할 때이다. 먼저 청년 신규채용 목표 규모를 미리 정하고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공공부문 등의 사업장을 골라 기업규모에 따라 할당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이 청년 채용을 빌미로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경영 부담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혹은 조건부로 청년을 채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이미 청년층 취업자는 2003년 이후 계속 줄어들었고 여기에는 대기업, 공기업 등 매출 상위 기업들이 무경험자 채용을 꺼려 온 것이 크게 작용했다. 따라서 기업과 공공부문은 마땅히 청년실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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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이상동 기자는 새사연 연구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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