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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어딘가에서 소리가 난다. 지금은 밤 9시 39분.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안방 침대에 누우면 들리는 소리 쿵쿵쿵쿵쿵쿵. 일정한 간격의 그 소리는 한 시간 남짓 들리고 있다.

아이들은 여간해서 잠들지 않는다. 잠자는 것만큼 귀찮은 일이 없다는 듯 고른 숨소리를 내기까지 보통 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는 와중에 들리는 이 소리.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쿵쿵쿵쿵쿵. 아침 6시 25분. 또다시 소리가 난다. 금슬이 아주 좋은 부부가 사는 게야. 난 애써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난 아파트 10층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 집 천장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 이상 난 시끄럽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었다.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며 산다는 것

 여러 세대가 사는 아파트. 어디선가 소음이 나면 아파트 동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 문제는 어디서 나는지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러 세대가 사는 아파트. 어디선가 소음이 나면 아파트 동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 문제는 어디서 나는지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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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서 아이를 키우며 산다는 것은 외줄을 타는 심정이다. 언제나 신경이 곤두서고 간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뛰면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고, 타이르고, 매를 들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이 사실이다. 단지 아이일 뿐이지 않은가. 날씨가 좋으면 놀이터에서 맘 놓고 뛰어 놀 수 있지만 춥거나 비가 올 때면 어쩔 수 없이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3살 된 아이를 키우는 친구 한명은 1층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할 것을 생각한다. 아이가 조금만 뛰면 어김없이 올라오시는 할머니가 계시다고 했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8살 아이 등굣길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집 밖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방학이면 외국 동생 집에 오래 동안 머물고 주말이면 야외에 나가거나 친정이 있는 시골로 내려간다고 했다. 

집 안에 있을 때는 당연히 조심을 시키지만 잠시라도 소리가 나면 올라오시는 할머니께서 얼마 전부터는 이사를 가라고 대놓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친구 남편은 층간 소음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 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국 친구는 할머니에게 죄송해 하는 것에 지쳐있었다. 그리고 1층에 있는 아파트를 얻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여러 면에서 죄인이 돼야 하는 것일까. 층간 소음 문제로 살인까지 부른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칼을 들고 올라온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나는 가해자 입장에 있는 것이다. 내가 피해자라고 말하기에는 어떠한 경우든 쉽지 않았다. 시끄러워도 연락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새벽에 우는 아들을 보고 난 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층간소음이 들리면 신경이 곤두선다. 가끔씩은 '욱'하게 된다. 영화 <죠의 아파트> 중에서
 층간소음이 들리면 신경이 곤두선다. 가끔씩은 '욱'하게 된다. 영화 <죠의 아파트> 중에서
ⓒ 죠의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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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밤이나 새벽이면 또 들리는 소리 쿵쿵쿵쿵쿵쿵쿵. 하루도 빠지지 않은 소리에 난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마늘을 찧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생계형 소음인데 그건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 소리는 마늘을 찧는 소리와 같이 일정하게 들렸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울렸다. "아래층에서 소리가 난다고 민원이 들어왔어요." "아저씨 저희 집이 아니에요. 여기에서도 소리가 들리거든요..." 그 시각 밤 10시 30분.

소리가 나는 시각이 처음엔 일정하지가 않았었다. 오밤중이다가 새벽녘이었다. 하지만 요즘에 소리를 내는 그 사람은 일정한 룰을 가지고 생활한다. 저녁 8시에서 10시 사이와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 난 아래층 인터폰과 경비실 연락을 여러 번 받았다. 그 때마다 난 우리 집에서도 소리가 난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며칠 전 무언가 서명을 받으러 오신 경비 아저씨에게 처음으로 말했다. 밤이고 새벽이고 쿵쿵쿵 소리가 나서 신경이 쓰인다고. 아저씨는 그 말을 5층에서도 하고 다른 층에서도 많이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고. 허걱!! 5층에서도 소리가 들려서 민원이 들어왔을 정도라면 관리실에서는 왜 그 정체불명의 소리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요는 아무리 윗집들을 다녀 봐도 그 소리의 주범을 찾을 수 없다는 거다.

밤 9시. 두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침대 위에 함께 눕는 시각이다. 불을 끄고 누우면 소리는 영락없이 쿵쿵쿵 머릿속을 울린다. 8살 큰아이는 소리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음악을 틀어 주었다. 밤이건 새벽이건 조용한 시각이면 오히려 더 크게 들리는 쿵쿵쿵쿵쿵.

다음날 새벽, 들리는 소리에 큰아들이 깨 울기 시작했다.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는 경비아저씨 말씀을 들었던 아들은 무서웠던 것이다. 난 우는 아들을 보자 욱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점퍼만을 걸친 채 경비실로 갔다. 아저씨는 지금은 새벽이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셨다.

난 그대로 들어와야 했고 그날 밤에도 여전히 소리는 들렸다.

밤이고 새벽이고 인터폰을 하라고?

다음 날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낮에 경비아저씨를 찾았다. 관리실에 조치를 취하라고 이야기를 하겠단다. 그날 밤에도 새벽에도 소리가 났다. 난 결국 관리실에 연락을 했다. 소리가 날 때마다 경비실로 인터폰을 하라고 한다.

난 그렇게 했지만 경비 아저씨는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식의 말씀을 하신다. 밤이나 새벽에 인터폰을 해대는 사람들로 아저씨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그 소리의 주범을 찾을 수도 없다면 말이다.

난 짜증이 났다. 그리고 어제, 인터폰을 받은 두 분의 경비 아저씨가 집으로 올라오셨다. 도대체 어떻게 소리가 들리느냐고 말씀을 하셨다. 11층엔 주무시던 아주머니 밖에는 안 계셨다는 거다. 소리가 나서 연락을 했지만 순간 소리는 멈췄고 난 답답했다.

6층 라인에서 나는 정체모를 소리. 운동기구 소리일까. 엘리베이터에 대자보를 붙이는 방법을 말씀드렸더니 나보고 하라신다. 어이가 없고 힘이 빠진다.

아이들을 재우고 내 시간을 가지다 잠드는 새벽. 쿵쿵 소리에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그 소리가 멈출 때까지 아무 생각도 하질 못한다. 잠을 이룰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일어나고 싶지도 않은 기분으로 난 그렇게 멍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피곤하고 지치는 기분이다.

누구일까. 알 수 없다. 경비 아저씨도 관리소장님도 그리고 나도 우리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도. 그 소리를 만드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어딘가에 있을 그 사람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밤이나 새벽에는 좀 너무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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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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