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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1시, '마포구청 규탄투쟁대회' 참가자들이 마포구청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1시, '마포구청 규탄투쟁대회' 참가자들이 마포구청으로 향하고 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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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도 사람이다! 대책 없는 용역 단속 즉각 중단하라!'
'국민 혈세 낭비하는 용역 깡패 웬말이냐!'

12월 1일 오후 1시경,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에 모인 '마포구청 규탄투쟁대회' 참가자들이 마포구청으로 향했다. 이들은 500~600명의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파란 하늘에는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주장하는 붉은 깃발이 나부꼈다.

얼마 뒤 그들은 마포구청 앞에 도착했다. 새로 짓는데 720억원이 들었다는 마포구청 청사 앞 광장은 다음 날 있을 준공식 준비로 분주했다.

"여러분, 저 청사 안은 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고, 우리가 외치고 있는 이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 방음시설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기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이 살기 어려운 때에 먹고 살기 힘든 노점상들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습니다. 노점은 우리들의 마지막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마포구청 공무원들은 왜 우리가 투쟁할 수밖에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55일간 이어진 마포구청과 서부노점상연합의 갈등

'서교로 디자인서울거리 조성 사업' 계획안
 '서교로 디자인서울거리 조성 사업' 계획안
ⓒ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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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의 농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농성은 55일 전인 10월 8일부터 홍대와 신촌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노점상들로 구성된 서부지역노점상연합(서부노련)과 마포구청 간의 대립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작년 10월 20일,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총회를 열어 서울을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World Design Capital, WDC)'로 선정 발표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세계디자인수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을 세웠다. 관광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세계적인 디자인도시로서의 입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마포구청도 작년부터 '서교로 디자인서울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안에는 청기와 주유소 사거리부터 홍익대학교 정문구간에 이르는 서교로의 도로 및 기반 시설, 건축물 외관 및 광고물 등을 정비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 후 마포구청은 10월 6일 홍대 지역 노점상들에게 홍대 지역 세 군데를 중점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마포구청 양승열(48) 가로정비팀장은 "현재 노점이 무질서한 형태로 난립해서 디자인 노점을 설치하는 디자인 거리를 조성하게 된 건데 작년부터 추진한 것이고 지금도 별반 다를 것 없다"며 "그래서 단속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노점 없이 생계유지가 어려운 노점상들은 이에 맞섰다. 그러나 양 팀장은 "도로를 무단 점용하고 장사를 하는데 다른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디자인 거리 지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지점은 원래 단속 대상"이라고 했다.

이에 서부노련은 "그동안 마차도 축소하고 시민들의 보행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단속이 시작되면서 노점상들이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전보다 더욱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산총액 2억원 넘으면 기업형 노점' vs. '조폭이 관리하는 노점이 기업형 노점'

그 외에도 마포구청과 서부노련 간 쟁점은 여럿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생계형 노점과 기업형 노점의 구분이었다. 마포구청은 재산총액이 2억원 미만인 노점상을 생계형 노점상으로 인정하고 기업형 노점을 단속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부노련에게 기업형 노점은 조직폭력배가 운영하거나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노점이었다. 올해 4월에는 노점을 단속하는 마포구청 공무원이 조직폭력배와 결탁해 홍대와 신촌 일대 노점상들에게 불법으로 자릿세를 받다가 경찰에 붙잡힌 적이 있었다.

홍대 지역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아무개(51)씨는 "구청에서 재산조회에 동의하라고 하지만 조폭과 연계된 마포구청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청의 양 팀장은 "조폭들이 홍대 앞 도로에 점포를 무단으로 가설한 것은 강제 집행했고 더 이상 마포구청과 조폭과의 연계는 없다"면서 "노점상들을 전부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산조회를 통해 생계형 노점은 정책에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0일, 마포구청 용역 및 직원 40여명 강제집행

서울메트로 2호선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앞 노점들에 붉은 깃발이 달려 있다.
 서울메트로 2호선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앞 노점들에 붉은 깃발이 달려 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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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청과 서부노련간의 갈등이 계속되던 11월 20일 저녁 5~6시쯤, 마포구청에서 단속 지역 노점을 강제 집행했다. 서부노련은 "이날 마포구청에서 세금 2억을 들여 고용한 용역 100여명이 회원 자리에 난입해 마차를 탈취하고 칼로 천막을 찢고 회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포구청의 양승렬 팀장은 "2억이 아니라 8700만원이고, 용역과 직원을 포함해서 40여명이었다"며 "서부노련측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며 폭력의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또한, "마포구청 측 또한 폭행당하고 공무차량이 손괴됐다. 어떤 이는 공무차량이 이동을 해야하는데 차량을 저지하기 위해서 차 밑으로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홍대 지역 노점상으로 이를 목격한 이아무개(61)씨는 "몸싸움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쳤다. 용역은 묻지도 않고 물건을 차에 실었고 국민은행 부근에서는 총 450만원 정도 되는 액세서리 자판 2개를 탈취해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 팀장은 "불법시설물을 한 사람이 자진 정비를 하게 되어 있으나 이행하지 않아서 절차에 따라 강제집행한 것"이라며 "오히려 노점상들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반박했다.

11월 27일에는 마포구청의 단속에 분개한 약 30명의 노점상들이 뺏긴 물건을 돌려받기 위해 마포구청을 찾아갔다. 하지만 마포구청에서는 "노점을 철거할 때까지 돌려주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이후 마포구청과 노점상의 대립은 더욱 악화됐다. 포장마차 천막에는 마포구청의 용역단속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위에는 붉은 깃발이 달렸다. 이아무개(51)씨는 "불법인 것을 인정하지만 노점은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 생존의 현장"이라면서 "위생관리 잘할 테니 생계만이라도 보장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점상들은 마포구청 청사 준공식 전날인 12월 1일 마포구청으로 향했다. 더 이상의 용역 단속을 중단시키고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마포구청 규탄투쟁대회의 현장

지난 1일 마포구청 앞에서 진행된 '마포구청 규탄투쟁대회' 참가자들.
 지난 1일 마포구청 앞에서 진행된 '마포구청 규탄투쟁대회' 참가자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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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일부를 버림으로써 우리의 삶의 마지막 최후의 생계인 노점을 지키기 위한 결의인 것입니다."

12월 첫날의 바람은 쌀쌀했다. 마포구청 규탄투쟁대회 농성 1시간 뒤, 참가자들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대회 분위기는 삼엄했다. 삭발식 도중 몇몇 회원들은 눈물을 흘렸고 오열하는 노점상도 있었다.

3시에는 마포구청과의 면담이 진행됐다. 면담에 참가하게 된 4명의 서부노련 회원들은 사람들을 향해 다시 한번 굳은 의지를 다졌다. 다음 날까지 회의를 진행한 서부노련은 "마포구청 건설관리과 국장과 면담 결과, 마포구청과 대화를 해보지만 구청의 태도가 변화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장에서 투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농성이 끝난 이날, 신촌과 홍대 거리에는 포장마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른 날과 달리 유난히 거리가 텅텅 비어있었던 그날. 왠지 모르게 바람이 더욱 매섭게 느껴졌다. 날씨는 갈수록 쌀쌀해져 옷깃을 여미게 되는데, 마포구청과 노점상은 언제쯤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마포구청, #노점상, #노점단속, #서부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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