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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YS가 DJ의 발언과 관련해 또 막말을 했네요. DJ의 발언에 대해 개인 성명까지 내 "북한을 '노다지'라니 정신이 이상해도 보통 이상한 것이 아니다"고 독설을 퍼부었답니다. 한 마디로 DJ를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한 것이죠.

 

30일자 <중앙선데이>는 YS 인터뷰 기사에서 아예 "이북 노다지라는 DJ, 가서 사는 게 최선"이라는 제목을 뽑았네요. "난국 극복을 위해 DJ와 힘을 모을 생각은 없나"는 질문에 "김대중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북에 보내는 것"이라며 "이북이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북에 가서 살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고 대답했다네요.

 

YS가 DJ한테 독설과 험구를 늘어놓은 것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연세도 드실 만큼 드신 분들이 왜 이렇게 앙앙불락인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DJ는 YS가 어떤 말을 해도 상대조차 안하기 때문에 앙앙불락이란 표현은 어폐가 있습니다.

 

아무튼 YS가 가장 열 받은 대목은 '지하자원·관광·노동력 등에서 북한은 노다지와 같다'고 발언한 부분인 것 같네요.

 

이외에도 DJ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탄 내려 하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모두 최근 북한을 다녀온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DJ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남북관계 파탄론'은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지하자원·관광·노동력 등에서 북한은 노다지와 같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노다지의 사전적 정의는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입니다. 비유적으로는 손쉽게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거리나 일확천금을 뜻하기도 합니다.)

 

'일리'는 있지만 '이리' 이상은 찾아볼 수 없는 YS

 

우선 북한지역에 철광석과 우라늄 같은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100만인의 상식입니다. 그러니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관광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에 한정돼 있지만 북한에는 여전히 미개발된 관광자원이 많고, 개방이 더 진척되면 남한과의 연계관광으로 상품성을 더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노동력 역시 개성공단에서 입증이 되었습니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한 달 임금은 55달러 수준으로 중국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국제기준으로 볼 때도 부시 행정부가 노동력 착취를 문제 삼을 만큼 저임금입니다. 지구상 그 어디에도 이만큼 우수한 노동력을 구할 데는 없습니다. 그러니 중소기업인들은 개성에 들어가지 말라고 해도 들어갈 판입니다.

 

그러니 우리한테 북한은 노다지 맞네요. 저런! 그런데 YS는 이렇게 말했군요.

 

"수백만의 북한 주민은 굶주림에 허덕이며 죽어가고 있는 곳이 북한이고, 수십만 명의 북한 동포가 5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참혹하게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 그런 생지옥인 북한을 '노다지'라니 정신이 이상해도 보통 이상한 것이 아니다."

 

YS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리' 이상은 없는 것 같네요. YS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예를 들겠습니다.

 

YS여,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지난해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서방세계가 다이아몬드를 착취할 뿐 아니라 그 돈으로 다시 아프리카에 무기를 팔아 내전을 부채질하는 식으로 아프리카인들의 목숨과 바꾼다는 피의 다이아몬드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곳에서 아동 노동 착취는 다반사입니다.

 

강제노역에 동원된 주민들 입장에서 그곳은 '생지옥'입니다. 그러나 서방세계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노다지'입니다. 같은 곳도 이처럼 서로 다른 입장에 따라 천당과 지옥입니다. YS는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라는 그 쉬운 것을 못한 겁니다.

 

물론 이런 비판이 따를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해서 결국 김정일의 배만 불리고 등만 따시게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다. 국제기준으로 보면 형편없는 저임금이지만 개성 주민들은 이미 평양을 제외한 북한의 지역 주민들과 비교해 때깔이 달라졌습니다. 다른 지역 주민들은 피골이 상접한데 개성공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이밥에 고깃국을 먹어서인지 얼굴색이 다르다는 겁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개성공단에 진출한 중소기업인들과 그 가정은 물론 인천 남동공단 같은 후방의 연관기업들에도 개성공단은 소중한 '밥그릇'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협력-공생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윈-윈 모델'인 것입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YS

 

그러니까 YS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셈이네요. 그런데도 YS가 DJ를 공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댓글을 통해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옥돌선생'은 이런 댓글(영원한 하수 YS)을 남겼네요.

 

"DJ의 덕을 가장 많이 본 YS는 DJ를 가장 심하게 깐다. DJ를 까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면적으로는 자격지심을 감추기 위함이고, 외면적으로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각시키려는 목적이다. 항시 DJ의 대척점에 서서 정치적으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려 하고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 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YS는 정치 감각이 있다."

 

자격지심과 존재이유라는 두 가닥으로 YS의 행태를 꿰뚫고 있네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분은 "지구는 내(나를) 중심으로 돈다"는 편리한 사고방식을 가진 분입니다.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도 했네요. "외환위기에 책임을 지라면 김대중이 최소한 60%는 져야 한다"고. 3당합당을 통해 거대여당을 만든 집권당 대통령이 야당대표에게 더 많은 국정운영 실패의 책임을 지우다니... 정말 아무도 못말리는 막무가내 YS입니다.

 

YS는 1990년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3당합당을 하면서 '구국의 결단'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내각제 각서가 공개되자 마산으로 내려가 당무를 거부한 채 뗑깡을 부렸습니다. 본인이 내각제 개헌을 하자고 서명해 놓고서 그것을 공개한 것을 두고 문제 삼으니, 이는 똥 뀐 놈이 성내고 도둑질하다가 들킨 놈이 매를 든 격입니다.

 

'변절의 코드'로 설명되는 '2중대 피해의식' 군상들

 

그러나 이런 행태는 '변절의 코드'로 설명됩니다. 이를테면 변절한 사람은 미안해 하는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자신으로부터 변절을 당한 사람을 불편해하고 미워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자신의 아픈 과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YS가 그가 싸웠던 독재자 전두환보다 DJ를 더 미워하는 이유입니다.

 

또 변절한 사람은 한편이 된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갖기 십상입니다. 충성도를 의심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 번 배신한 자는 두 번 배신한다는 '경험칙'이 늘 변절자를 괴롭힙니다. 그것은 '2중대 피해의식'으로 나타납니다.

 

결국 YS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지만, 민주진영의 입장에서는 두 번 배신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본인은 '호랑이를 잡았다'고 자랑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과거 회귀적 행태를 보면 이명박 정권의 수구적 본류는 민자당과 신한국당 그리고 한나라당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2중대 피해의식'은 이번 DJ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 벌어진 양상과 군상들을 설명하는 데도 안성맞춤입니다.

 

한나라당 본류보다 더 흥분한 정진석과 자유선진당

 

2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려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김하중 통일부장관으로부터 유감 표명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집요하게 물고늘어진 의원은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장관이 한때 모셨던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하자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통일부 장관 맞아?", "대답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해"라고 반말로 호통을 치며 퇴장했다고 합니다. 소신의 발로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습니다.

 

정 의원은 알다시피 지난 대선을 앞두고 현재 자유선진당의 심대평 의원이 이끈 국민중심당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호통과 퇴장이 다른 사람에게는 '오버'로 비칠지언정 그로서는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몸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DJ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한나라당보다 더 흥분한 자유선진당의 '오버'에서도 2중대 피해의식이 엿보입니다.

 

선진당은 DJ의 발언이 알려진 27일 당일 "DJ의 삐뚤어진 남북관계 및 대북관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 포문을 열더니, "원칙도 소신도 없는 김하중 장관은 통일부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28일)는 연이은 논평으로 'DJ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잇단 논평과 성명은 이회창 총재 본인의 목소리나 다름없습니다. 총재라는 명칭에서 짐작하듯, 이름은 선진당이지만 사당(私黨) 성격이 강한 '후진당'입니다. 이 총재 자신이 대표였던 한나라당을 두고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만든 당입니다. 그러니 이 총재 역시 '변절의 코드'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혼입니다.

 

선진당은 휴일인 29일에도 "'반 이명박정부 연대'는 명백한 '대국민 테러행위'이다"라는 섬뜩한 제목의 논평을 내 "이 모든 '반(反)이명박정부 연대' 구축 움직임의 신호탄은 그제 김대중 전직 대통령이 쏘아올린 '민주연합결성 촉구발언'에서부터 촉발되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어쩌면 선진당에게 신경 쓰이는 대목은 '반이명박정부 연대 구축' 움직임인 듯합니다. 전선이 '이명박 대 반이명박'으로 짜이면, 종국에는 선진당이 설 땅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2중대일 경우를 가정해서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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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YS, #정진석, #선진당, #2중대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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