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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안병욱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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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수정은 단 한줄로 아주 간편하게 되겠지만, 이 개정안이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 과거사 관련 일들이 엉뚱한 난맥상에 휘말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과거사 정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신지호 의원이 오히려 국민을 혼란시키고 있다."

1일 3주년을 맞이한 안병욱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작심한 듯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을 겨냥했다. 과거사 관련 14개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법안을 제출한 데 대한 비판인 것이다.

안병욱 위원장은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14개 위원회를 통합하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현 사법 체계에서 처리할 수 없다고 한꺼번에 모은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사관련위원회에 중복 업무가 많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안 위원장은 "지난 4월 감사원이 제출한 '정부위원회 설치 및 운영 실태' 보고서야말로 초등학생도 웃고 넘어갈 수준"이라며 "보상심의 활동과 진상규명 활동을 구분 못하고 '중복 조사'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장차관급 고위직급이 남발돼 국가예산을 축낸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출세하려고 또 봉급욕심 때문에 이 자리 있는 사람은 없다"며 "과거청산에 대한 상징성과 권위를 부여해야 하는 대목에서 고작 '봉급 더 받으려고 자리 지키는 사람'인 양 취급하는 것은 인격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안 위원장은 "과거 청산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꾸 이념논쟁으로 끌고가 문제를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다"며 "이 같은 활동이 국민들이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기회를 차단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봉급 욕심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없다"

과거청산에 부정적인 뉴라이트 활동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고 있다"며 "단순히 이승만·박정희독재, 일제식민 치하로 역주행하려는 것은 역사의 불행이자 보수 세력의 암담한 장래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보수 세력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1만972건이었다. 진실규명 결정사건 중 2124건에 대해서는 ▲국가사과 ▲재심 ▲재발방지 ▲후유증 치료 ▲허위기록 삭제 ▲피해회복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국가에 권고했다. '울산보도연맹사건'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고, 재심을 권고한 인권침해사건 28건 가운데 6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했다.

다음은 안병욱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안병욱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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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과거사 관련 위원회 통폐합 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행정효율과 예산절감이 핵심 이유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14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모두 진실화해위로 넘긴다는 건데, 법안수정은 단 한 줄로 아주 간편할 지 모르나,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 이 과거사 관련 일들이 엉뚱한 난맥상에 휘말리고, 결과적으로 아주 어렵게 시작한 과거사 정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 본뜻은 과거사 정리를 끝내자는 것 아닌가.
"정원 10명 보트에 10명이 다 탄 상태에서 목표지점을 향해 중간단계에 와있는데, 여기 다른 배에 탄 사람까지 몽땅 태운다는 발상이다. 한 배에 다 타는 순간 이 배는 침몰한다. 그것까지 의도하고 14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통폐합하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그렇게 될 것이다."

- 일제강제동원진상위 등 13개 위원회는 진실화해위로 통합하고, 12월에 시한이 만료되는 군의문사위도 미결사건 278건을 이관하게 된다. 위원회 업무에 부하가 걸리지 않겠나.
"14개 위원회를 통합하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는 진실규명 관련 일을 하는데 나머지 위원회 가운데는 피해보상·위령사업·기념사업 등을 하는 곳도 있다. 특히 조사내용과 목적, 조사방법과 권한 등에서 군의문사위원회와 우리 위원회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피해사실 확인이 목적이다. 되도록이면 가해자를 밝히지만 끝까지 추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도 많고 거기에 역점을 두고 있지 않다. 또 우리는 면담과 자료·문헌·증언 등을 중심으로 조사한다. 그에 비해 군의문사는 당장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망사건을 조사하고, 과거 사건도 있지만 대개 현재진행형이다. 군의문사는 정치적 사건도 아니다. 현 사법체계에서 처리할 수 없다고 한꺼번에 모은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다."

"군의문사 단 한건이라도 추가되면 조직운영 혼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출입문을 앞을 지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출입문을 앞을 지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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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화해위원회에 여러 사건이 오면 다 처리할 수 있겠나.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년5개월이다. 지금까지 32% 정도 조사종결 처리했다. 나머지 65%도 완전히 (조사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2/3 남은 셈이다. 이 일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데, 군의문사가 단 한건 이라도 추가되면 조직 운영에 혼란이 올 수 있다."

- 신 의원은 과거사 관련 위원회 중복 업무가 많기 때문에 통합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과거사 관련 위원회 중복업무를 지적했다. 그야말로 초등학생도 웃고 넘어갈 수준이다. 내가 이렇게 비판해도 감사원은 항의 못할 것이다. '정부위원회 설치 및 운영 실태' 보고서는 '보상심의'와 '진실규명'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보고서다.

'이수근 사건'을 대표적인 중복조사로 꼽았는데, 사실은 이렇다. 이수근 가족은 민보상위에 접수했다. 이수근은 간첩이 아닌데 조작해 사형시켰으니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해달라고 했다. 조사권이 없는 민보상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 뒤 가족들은 진실화해위에 또 진실규명 신청을 했다. 조사권이 있는 우리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이수근을 간첩으로 조작한 잘못이 있다'고 조사종결했다. 쉽게 보면, 민보상위는 보상만 심의하고, 우리 위원회는 진실규명을 결정한다. 목적이 다른 두 위원회 활동을 갖고, 중복 조사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신지호 의원이 오히려 국민을 혼란시킨다. 논리전개 과정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해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데, 업무중복이라고 하면 그게 얼마나 옹색한 지적인가."

- 장차관급 고위직급이 남발돼 행정력을 낭비하고 국가예산을 축낸다는 비판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경우 직원이 수천명인 데다 예산도 조 단위가 넘는데 장관 1명에 차관 2명이다. 우리 위원회는 240명 직원에 예산은 160억원이다. 그런데 장관 1명, 차관이 3명이나 된다. 국가 재정을 심의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옳은 지적이다. 유감없다.

그런데 상징성을 보면 어떤가. 과거사 진상규명에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과정에서 필요한 격이나 지위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가. 국가공권력에 대해 극도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라는 생각도 가능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나 다른 위원장이나 출세하려고 여기 와있는 사람들은 없다. 당장 학교로 돌아가도 이 정도 봉급은 받는다. 상징성과 권위를 인정해야 하는 부분을, 고작 봉급 더 받으려고 있는 사람인 양 취급하는 것은 인격모독이다."

"출세하려고? 봉급 때문에? 인격모독적 발언"

안병욱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안병욱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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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위원장은 의문사진상규명위·국정원진실위·진실화해위까지 8년간 과거청산 활동을 해왔다. 정부 차원의 과거청산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과거청산을 해야 한다'고 말만 했지, 어떻게 할지는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과거청산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꾸 이념논쟁이나 마녀사냥 식으로 끌고 가면서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국민들이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기회를 차단한 면도 있다."

- 이명박 정부는 과거청산 의지가 있다고 보나.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우리가 조사 중인 과거사 때문에 불편할 게 없는 분들이다. 한국전쟁 때 희생된 민간인 등과 관련된 일인데 현 정부와 어긋나는 점이 있나. 공안기관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도 현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현 정부의 모토가 '선진화'다. 정리할 유품은 빨리 극복하는 게 좋다. 그 의도를 이해한다면 과거사위에 대해 부정할 필요는 없다."

- '이명박 정부 이후 정부 차원의 과거청산은 끝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보다 훨씬 선진적이고 많은 역량을 갖고 있는 독일이 오랜 기간 과거사 정리 작업을 했다. 오랜 세월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철저하게 했다. 그것은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과거청산을 주장하는 사람은 의욕이 앞서 성급했고, 과거 청산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감정적 반발이 앞섰다. 중간에서 이를 잘 조절할 정치권이나 지식인도 역할을 못했다. 이 상황에 놓인 게 현재의 과거청산 수준이다."

- 뉴라이트의 과거청산 반대운동에는 어떤 입장인가.
"일부 뉴라이트가 '70년대 박정희, 50년대 이승만 시절이 좋았다'고 하고, 심지어 일제시대까지 미화하는 역사해석을 내놓는다. 이해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역사를 단순히 이승만·박정희 독재, 일제식민 치하로 돌려 역주행하는 것은 우리 역사의 불행이자 보수 세력의 암담한 장래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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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병욱 , #진실화해위원회, #뉴라이트, #과거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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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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