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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 일찍이 김장을 끝낸 저희집은 요새 김장김치와 겉절이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로 밥을 먹습니다. 파김치, 멸치볶음, 계란말이 등 다른 반찬들도 있지만, 큰 냄비에 가득한 뜨거운 배추김치와 총각무를 골라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돼지고기나 참치를 넣지 않아도, 어머니께서 직접 만든 구수한 청국장 가루를 양념삼은 김치찌개는 말그대로 '죽여주는 맛'을 자랑합니다. 

 

이 김치찌개에 버금가는 반찬이 있어 여러분께 소개코자 합니다. 이 맛난 반찬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밭에서 뽑아온 알찬 무를 깨끗이 씻어 손가락 크기로 사각형 모양으로 잘 썰어냅니다. 김장 담그고 남은 무나 꼭다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무를 통째로 썰어내었습니다.

 

 

 

 

썰어낸 무는 깨끗한 대발과 쌀포대, 신문지 위에 널어놓고 가을 볕에 바짝 말려야 합니다. 오징어가 연탄불 위에서 몸을 비비틀며 오그라드는 것처럼 무도 햇빝에 몸을 "배배" 틀어댑니다. 무를 말릴 때 주의하실 것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거나 비와 이슬을 맞으면 가뜩이나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는 무에 곰팡이가 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볕도 잘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옥상이나 베란다를 이용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바싹 마른 무는 흐르는 물에 먼지를 씻어내서는 같은 옥상에서 잘 말려 방앗간에서 빻아온 태양초 고춧가루와 쪽파, 간장, 참깨, 참기름 등 갖은 양념을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손맛을 자랑하시는 어머니께서 손수 "싹싹" 양념과 무를 뻘겋게 묻혀냅니다. 그러면 구수한 김치찌개와 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말랭이가 완성됩니다.

 

 

 

이 무말랭이 하나면 사발에 가득담은 '머슴밥'도 뚝딱 해치울만 합니다. 저희집은 그냥 흰쌀밥이 아니라 콩이나 수수 등 부모님께서 한해동안 열심히 키워 수확한 잡곡을 넣은 밥을 지어 먹습니다. 그래서 요 달달하면서도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그만인 무말랭이를 도톰한 강낭콩이 먹음직스런 콩밥에 올려서 먹으면 '천국의 맛'이 따로 없습니다.

 

맑은 하늘과 어머니의 정성이 없으면 절대 맛볼 수 없는 무말랭이.

오늘 저녁 반찬으로 무말랭이를 무쳐보심은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말랭이, #무, #어머니, #하늘,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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