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임민아 선생님
 임민아 선생님
ⓒ 이혜민

관련사진보기


요즘 방송작가가 되겠다며 방송아카데미를 찾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연령의 제한이나 성차별이 없고 겸업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역량에 따라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 라디오 작가, 다큐멘터리 작가, 시사 프로 작가, 예능 프로그램 작가 등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고 각 분야마다 다른 전문성을 요구한다.

임민아 작가는 MBC <신 인간시대>와 SBS <생방송 행복 찾기>를 거쳐 현재 대전 TJB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방송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지난주 금요일(21일), 한남대에 출강하신 임민아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분야에서 일하셨는지요?
"처음은 서울 MBC 휴먼 다큐멘터리 <신 인간시대>에서 자료조사로 시작했죠. 그 다음은 SBS 종합 구성 프로그램 <생방송 행복 찾기> 메인작가로 발탁되었어요. 그 때부터 다큐멘터리, 탐사 보도 프로그램, 휴먼 다큐멘터리 에세이, 환경 다큐멘터리 등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작가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의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신 인간시대>는 서울 MBC에서 방영된 주로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이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인간극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분야는?
"모든 분야가 다 매력적이었습니다. 말랑말랑한 종합구성 원고와 딱딱하면서도 진실을 규명하는 책임감이 막중한 탐사 보도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재미와 매력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처음 메인작가로 활동했던 <생방송 행복 찾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에요. 주부들의 소소한 고민이 소박하고 아름답고, 자신의 이야기가 방송에 나온다는 자체로 삶의 기쁨을 얻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장 보람을 많이 느꼈던 작품이죠. 일주일 내내 방송 준비하고 방송 하느라 거의 매일,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했고, 생방송 하루 전엔 거의 방송국에서 밤을 하얗게 새우면서 원고 작업을 하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그만큼 열정과 최선을 다 해 만들어 성취감과 애정이 컸습니다."

당시에 나왔던 <생방송 행복찾기> 공중전화카드.
 당시에 나왔던 <생방송 행복찾기> 공중전화카드.
ⓒ kyeongho51

관련사진보기

<생방송 행복 찾기>는 SBS에서 1991년 12월 14일부터 방송 했던 주부를 대상으로 한 생방송 프로그램이다.

1부는 한 주제를 통해 초대 손님 모시고 토크를 진행하고, 2부는 주부들이 보내온 편지를 그 주부와 가족들이 직접 출연한 재연프로그램 사연들 모아서 방송하였다. 그 당시 이런 포맷은 처음 시도한 거라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너무 통속적인 질문인가요?(웃음) 방송작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대학 전공은 생물학과였어요. 졸업 후에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서울에 있는 한국 방송작가 협회에서 방송작가 지망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거죠.

그 당시엔 모두 드라마 반이었지만 방송과 글이라는 두 가지 매체에 끌려서 지원을 하고, 기초반, 연수반에서 1년에 걸쳐 공부를 했어요. 지도해 주시던 방송작가분의 소개로 서울 문화방송(MBC)에 자료조사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처음에 작가를 하려고 하셨을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엔 드라마 반만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작법만 배워야 했어요. 방송작가는 거의 드라마 공모로 뽑았기 때문이죠. 과연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뽑힐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 잘 쓴다고 호평은 받았지만, 왠지 드라마보다는 다른 것을 써보고 배우고 싶은 욕구를 채울 수 없었을 때 가장 어려웠죠."

-하루에 대본 쓰는데 얼마나 투자하시나요?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답니다. 구성 작가가 하는 일이 단지 대본 쓰는 것만은 아니니까요. 자료 조사나 보조 작가가 따로 없는 경우, 아이템 선정과 자료 조사, 섭외, 촬영 콘티, 프리뷰, 편집에 대해 피디와 의견 조율, 그리고 나서야 대본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다 통틀어서 작업이라고 보면, 많이 할 때는 거의 하루 종일, 밤을 꼬박 넘길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까, 일을 될 수 있으면 아이들이 학교에 간 오전시간, 잠이 든 밤에서 새벽에 몰아서 해요."
 
-방송작가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오랜 시간 고민해서 나온 글이 텔레비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의 희열. 정말 오랜 시간 고민해서 나온 글귀에 사람들이 감탄할 때. 탐사 보도 프로그램 같은 경우, 억울한 소시민들에게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고 진실을 알린다는 의무감과 책임감과 행복감이 동시에 느껴질 때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느낀 달까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해냈다고 느껴질 때. 정말 느껴보지 않으셨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웃음)."

-그럼 방송작가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몸이 힘들었던 시절은 <생방송 행복 찾기> 시절, 2주 간격으로 생방송을 준비하면서 거의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밤을 지새우는 건 예사였죠. 그때는 정말 같은 팀끼리 일주일 내내 함께 했어요. 심지어 같은 팀이 가족같이 느껴졌죠. 그래도 젊었을 때라 해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일을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지금 하라고 하면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또한 엉뚱한 상사를 만나면 방송작가 일과는 전혀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미래가 불투명했을 때……. 역시 일도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죠.

일반적으로 가장 힘든 때는 생방송 원고를 새벽까지 해야 할 때예요. 방송시간은 다가오는데 쫓기는 마음에 원고는 잘 안 써지고, 몸은 힘들고, 일하다 죽을 것 같고,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든 일이 많지만 아직도 펑크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답니다."

-방송작가가 되려면 꼭 방송작가 아카데미를 다녀야 하나요?
 
▲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발간하는 회보 
ⓒ 한국방송작가협회

관련사진보기


"결론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정석대로 가는 길은 아카데미예요. 추천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추천하기도 하구요.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배울 건 배우고 뛰어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역 방송국 같은 경우, 연줄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만 기초가 없으면 무엇보다 본인이 고생하고 결과적으로 방송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힘든 방송생활을 겪다가 오히려 의지가 꺾일 수도 있고요."

방송작가 아카데미란 일종의 방송작가 학원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 방송에 관한 실무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배울 수 있어 방송 인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역시 '작가'라는 말을 들으면 책이나 영화를 많이 접하실 것 같아요. 추천해주실 영화와 소설이 있다면?
"방송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방송에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겐 좀 오래된 영화지만, <브로드 캐스트 뉴스>를 추천해요.

 
▲ 영화 <브로드 캐스트 뉴스> 
ⓒ 네이버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방송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책이나 영화 모두 편식하지 말고 영화와 책을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구성작가는 언제 어떤 프로그램 제의가 들어올지 몰라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식을 쌓아두는 게 자산이에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정지인 역, 마로니에북스, 2005.09.15)에 선정된 <브로드 캐스트 뉴스>는 아카데미 7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다.

무거운 내용을 전혀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뉴스 기자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기자 계명 제1장을 환기시키며, 점차 센세이셔널리즘에 편승하는 기자들의 보도 태도를 꼬집고 있다.

-현재 IPTV시장이 방송업계의 뜨거운 감자라고 생각합니다. 대전에서 최초로 '이츠대전'이라는 인터넷 방송국도 생기기도 하였고요. 선생님께서는 IPTV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글쎄요. 솔직히 아직은 별로 할 말이 많지 않네요. 초기 도입 상태라 아직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구요. 차차 결과를 지켜봐야죠. 웹 2.0시대에 발맞춰 시청자와 쌍방향 교류가 가능하다는 이점은 높이 사지만 선택권이 시청자에게로 넘어간다는 점에 있어서 과연 좋은 프로그램이 살아남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IPTV의 주 시청자들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이 살아남을지 의문이기도 하구요."

 
▲ IPTV 화면.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 estrella0035

관련사진보기

IPTV란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약자이다.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여 정보 서비스, 동영상 콘텐츠 및 방송 등을 텔레비전 수상기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이다.

시청자가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일반 케이블 방송과는 다른 점이다.

-마지막으로 방송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만 해주세요.
"이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 잘 아실 겁니다. 끊임없이 노력하세요. 하지만 이 와중에도 꿈을 꾸는 것을 잊지 마세요. 또한 책을 많이 읽으세요. 책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건 방송작가 지망생 뿐 만 아니라 모든 분들에게 사회의 선배로서 모든 분들께 해주고픈 말입니다.

방송작가가 되고 싶으신 분들은 좋은 프로그램을 구별하는 심미안을 기르세요. 인터넷에서 '방송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것도 괜찮고, 한 방송을 보면서 대본을 따라 써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누구보다 올바른 글과 말을 쓰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맞춤법을 틀려서는 안 되겠죠. 그리고 방송 대본, 작가는 어렵게 쓰지만,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들려야 합니다.

방송은 영향력이 굉장히 큽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러 하구요. 저희는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해요. 마지막으로 방송작가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질 것. 이상입니다."


태그:#방송작가, #IPTV, #신인간시대, #생방송 행복찾기, #방송 아카데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