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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지역에서 꼬막양식을 하는 주민들이 '개인종목 널배타기' 경주를 준비하고 있다.
 보성지역에서 꼬막양식을 하는 주민들이 '개인종목 널배타기' 경주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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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 널배타기 선수들이 보성 대포리 앞 갯벌 출발선에 섰다. 2008년 최고 널배챔피언을 뽑는다. 앞서 열린 단체전에서는 호산리어촌계가 우승을 했다.

호산리 어촌계는 지난해 단체전에서도 우승을 했다. 마을앞 도로는 물론 선창까지 자신의 마을선수를 응원하는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으로 꽉 찼다.

‘벌교OO중학교보다 훨씬 재밌구만’ 꼬막축제 메인 행사장이 있는 중학교에서 셔틀버스로 이동한 노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다. 메인무대와 각종체험 및 시식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다.

대포리는 벌교읍에서 10여분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벌교, 대포리, 장암리, 호산리, 장도리 등 14개 어촌계 580여 가구가 갯벌에 의존해 꼬막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꼬막은 연간 3000여톤 100억원 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보성갯벌에 꼬막이 많이 서식하는 이유는 뭘까. 이곳 여자만 갯벌은 무안 일대 갯벌과 달리 황토흙이 전혀 섞여 있지 않고, 인근 장흥처럼 모래도 섞여 있지 않다. 따라서 바지락 등 조개류보다 꼬막이 서식하기 적절하다. 더구나 펄 깊이가 20미터까지 내려가는 곳도 있다.

꼬막잡기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슴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를 입고 참여했다. 하지만 몇미터 가지 못하고 늪지대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리다 꼬막은 잡지 못하고 밖에서 던져준 줄을 잡고 나와야 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보성갯벌은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직 갯벌의 특성을 알고 적응한 어민들만이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벌교 꼬막을 가능케 한 것이다.

널배타기 단체전에서 호산리 어촌계가 작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널배타기 단체전에서 호산리 어촌계가 작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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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대포리 갯벌에서 꼬막잡기 체험 중인 관람객
 벌교 대포리 갯벌에서 꼬막잡기 체험 중인 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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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꼬막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널배 때문이다. 굴양식을 하는 집안엔 숫가락은 없어도 조새는 가족 수만큼 있다. 꼬막으로 먹고사는 이들에게 자가용은 없어도 널배는 몇 개씩 가지고 있다. 널배는 250-300센티미터에 폭이 25-30센티미터에 이른다.

널배는 손널배와 기계널배로 나뉜다. 손널배가 단순 이동용 널배라면 기계널배는 꼬막채취용 기계를 걸어서 작업을 하는 배다. 꼬막채취용 기계널배는 폭이 좀 넓고, 꼬막채취를 할 때 뻘물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널 한쪽 면에 턱이 있다.

뻘배는 힘으로 타는 것이 아니다. 뻘의 특징을 알아야 하다. 펄과 갯물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왼 무릎을 널에 마련한 똬리(짚이나 스티로폼)에 올려놓고 오른발로 갯벌을 밀어야 한다. 널배가 다니는 길을 ‘널고랑’이라 한다. 아무 데나 가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은 손널배를 타고 짱뚱어나 낙지를 잡거나 깊은 펄에 놓은 건강망 등 그물을 본다. 여자들은 기계널배를 타고 주로 꼬막을 채취한다.

널배를 타고 벌교갯벌에서 짱뚱어를 잡는 어민
 널배를 타고 벌교갯벌에서 짱뚱어를 잡는 어민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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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갯벌에서 진행된 널배타기경연과 꼬막잡기 체험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다행히 날씨도 따뜻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당면하는 문제점은 갯벌훼손에 대한 우려다. 더욱이 이곳 갯벌은 순천만과 함께 2006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맞는 말이다. 갯벌을 밀물과 썰물에 맡기는 것보다 좋은 보전방법은 없다.

하지만 지방자치와 지역활성화 앞에는 보전전략도 무기력해진다. 다만 주민들 생업방식이나 전통어법 등을 이용한 제한적인 체험을 차선책으로 제안할 뿐이다. 체험을 위한 체험이 아닌 갯벌의 가치와 보전의 필요성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성갯벌에서 진행된 널배타기경연과 꼬막잡기 체험은 제대로 보완하고 시민참여 및 생태안내 프로그램을 결합시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보성갯벌과 유사한 갯벌환경을 가진 일본 한 지역이 20여 년 동안 가타림픽(갯벌 올림픽)을 개최해 지역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람사르의 갯벌관리방향도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활동과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우리 현실에 맞는 관리방안이 필요하다.

꼬막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 널배퍼레이드
 꼬막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 널배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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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꼬막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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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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