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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태인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금융위기와 관련,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FTA)을 (폐기가 아니라) 재협상해야 한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한미FTA를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형익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그나마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연 '금융위기와 한미FTA의 문제점' 토론회에선 "금융위기로 인해, 한미FTA 재협상이 아니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한나라당의 한미FTA 선비준론에 대해선 "우리가 선비준한다고 해서, 미국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한편으론, 미국 월 스트리트의 이익이 관철된 한미FTA를 미국이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금융위기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

 

첫 발제에 나선 정태인 교수는 "현재 금융 위기 때문에 미국에서 한미FTA 얘기는 최소 1~2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FTA와 관계없이 미국은 자동차 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또한 오바마가 한미FTA를 개정할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은 미국 대기업의 이익을 철저한 관철시킨 한미FTA를 개정할 이유가 없다. 한미FTA의 스냅백(협정 의무 위반 또는 미국기업의 기대이익 침해 시 철폐된 관세를 환원하는 제도) 조항으로 인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의 미국차 점유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미국은 관세 장벽을 다시 세울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한미FTA를 재협상해야한다고 강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재밌다"고 비꼬았다. 정 교수는 "금융위기는 한미FTA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다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미FTA의 금융분야 협정으로 금융기업은 미국 파생상품을 팔수 있게 된다"며 "파생 상품이 굉장히 복잡해 은행 창구에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불완전 판매 혼란이 발생하고 키코 사태보다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한미FTA에 따르면, (수입이 급증해 문제가 생길 경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지만 단기 자금이 빠져나가는 걸 막지 못한다"며 "노 전 대통령은 한미FTA를 잘 모르고 있다, 한미FTA를 폐기하거나 하나하나 다 뜯어봐야 한다, 그러면 쇠고기 파동 때처럼 온갖 잘못된 게 다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형익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금융위기 전 한미FTA는 체결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면서도 "금융위기 이후 한미FTA 존속 유지가 대단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의 입장에선 한미FTA는 그들의 이익이 관철된 훌륭한 FTA였다"면서 "지금은 금융자본이 쑥대밭이 되면서 경제적 유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상황에서 한미FTA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이 안 되지만, 한국 자동차의 미국시장 접근권 봉쇄 또는 한국시장 내 쿼터 할당 등 미국이 자동차 협정 개정을 조건으로 한미FTA를 비준한다면, 이명박정부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지난번 쇠고기 때처럼 어떻게 뭉개고 갈 것인가에 골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경우, 한미FTA는 자유무역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근 재협상 발언에 대해 "완벽하진 않지만, 정치에서 벗어나니 제 정신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한미FTA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한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한미FTA는 금융 부문에서 다 내준 협상"이라며 "우리가 한미FTA를 폐기하지 못하면, 중장기적 시각에서 미국은 한미FTA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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