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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회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주가지수, 환율, 국제유가, 금리 등 어느 하나 안정된 기준을 갖지 못하고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만 금융위기를 비롯한 크고 작은 위기의 격한 풍랑속에서 방향타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조차도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상황을 반영하듯이 연일 새로운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오히려 그 정책들로 인해 정부가 위기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심리적 위기'는 더 증폭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심리적 위기’의 원인이 정부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의 위기임은 이미 누구나 간파하고 있다.
 
정부가 신뢰를 받기 위해 가장 필요한 태도는 꾸준히 듣고 조율하고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태도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가능한 정부정책에 긍정적 태도를 유지해 왔던 언론사들도 공통적으로 정부의 귀막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9월,10월은 현 정부 5년의 주요정책들이 '결정판' 혹은 '최종판'의 형식으로 제시된 기간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정책들은 발표되는 족족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비판을 이름표처럼 달고 다닌다.
 

그럼 사회적 합의가 결정적으로 필요한 정책들은 무엇일까?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08년 9월부터 발표된 정부정책 가운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5가지 정책을 정리해 보았다. 이 정책들은 결국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며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1. 급한 불 끄다 더 큰불은 어쩌나? / 경제위기 극복 종합대책
 
11월 3일 정부는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최종판'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부동산 규제완화와 14조원의 예산 증액을 통한 건설경기부양이다. 부동산 규제완화는 서울의 강남구를 제외한 수도권 지역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법정한도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대주택 비율폐지도 포함되어 있다. 14조원의 예산 증액은 대부분 각종 SOC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대책에 대한 분위기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위기상황에서 나온 극약처방으로 단기간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은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린벨트해제,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은 당장에는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을지 모르나 반드시 투기열풍을 불러온다는 것이고 가계부채 해결이나 고분양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결국 과잉공급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폭 증액된 예산안에 대한 재정 확충 방안이 10조원 가량의 국채발행이라는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국채 발행의 총 액수는 17조원을 넘어선다. 국민 1인당 감당해야 할 나라 빚은 34만원에 달한다. 결국 거둬야 하는 세금은 깎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온 국민이 책임져야 하는 빚을 내려고 하는 것이다.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노당은 이번 대책에 절대 동의할 수 없으며 예산안 통과는 어림도 없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11월 3일 대책, 과연 국회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
 
2. 정치적 목적에 따른 세제변화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우선 / 종부세 완화
 
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근절과 부의 재분배를 명분으로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는 과세기준이 6억원, 세대별 합산이 주요 내용이다.  세율은 4단계로 확대해 6억~9억원은 1%, 9억~20억원은 1.5% 등으로 적용했다. 그러나 MB정부는 지난 9월23일 종부세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종부세율은 1~3%이던 것을 0.5~1%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종부세 대상 가구수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세대별 합산방식의 위헌판결은 종부세 대상 가구수를 더 축소시킬 것이다.
 
생각해보면 부동산투기근절과 부의 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참여정부와 부동산시장 활성화, 감세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MB정부가 ‘종부세’를 각각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분히 정치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이 과정을 지켜보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세제가 그렇게 정치적 목적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불안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정부성향에 따라 집값을 조정하거나 팔거나 할 수는 없다. 뭔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재산세와 종부세의 얼킨 정치적 관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이 정부안으로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3. 불안한 은행+ 불안한 기업, 시너지 효과날까? / 금산분리완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에 대한 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10%의 지분은 실질적으로 은행에 대한 지배가 가능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이 정책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는 두 신문사 사설을 통해 찬반의 논리를 들어보면
 
금산분리는 국내 산업자본의 소유한도를 지나치게 제한해 놓아서 사실상 돈이 있는 외국 자본만이 국내은행을 소유할 수 있어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다라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왔다. 만약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을 국내자본이 인수할 수 있었다면 헐값매각이나 국부유출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금융에 대한 소유를 늘이고자 하는 산업자본의 지주회사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어 감시와 감독이 어렵지 않으므로 재벌의 사금고화에 대한 소지가 줄어들고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국내자본의 확충이 쉬워 위기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금산분리완화의 찬성논리이다. (중앙일보 10월 14일자 [내 자본만 발 묶던 금산분리 정책] 요약 정리)
 
그러나 반대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은행의 사금고화되어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전성과 건전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 또한 산업자본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은행이 산업자본의 수중에 들어가면 금·산간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세계 100대은행 가운데 산업자본이 은행 경영을 지배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 4개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각국 정부가 금융 규제를 강화하려는 마당에 우리만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 반대측 논리이다. (경향신문 10월 14일자 사설 [세계 흐름과 거꾸로 가는 금산 분리 완화]요약 정리)
 
일반 서민들의 생각은 ‘기업이 소유한 은행’이 과연 금융소비자에게 합리적이고 좋은 조력자가 될 것인가이다. 또한 현재의 위기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은행이 이윤추구가 기본 목표인 기업과 만났을 때 그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금산분리완화는 이런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가능한 정책이다. 단순히 금융산업의 경쟁력, 외국자본과의 차별을 문제로 서두를 일이 아니다.
 
현재 금산분리완화는 정부발의로 은행법 개정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으로 이번 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4. 내용보다 활용에 대한 불신이 더 큰 문제 / 사이버 모독죄 신설
 
사이버 모독죄는 장윤석 의원이 발의한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나경원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이번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형법 일부개정안의 내용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9년 이하의 징역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법에 대한 논란은 최근의 인터넷 폭력에 대한 처벌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법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즉 피해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 권력이 정말 균형잡힌 자세로 수사에 임할지에 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이버 모욕죄의 입법화는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사이버 폭력은 형법의 모욕죄,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 등 기존 법률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인터넷상의 개인에 대한 모독과 유언비어로 인한 피해가 정도를 넘어섰다는 판단도 있다. 유명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이 그에 대한 증거라는 것이다.
 
기존의 법만으로는 범죄의 억제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고 사이버 폭력이 주는 충격이 보통 언어폭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강화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이버 모독죄는 법안 자체의 내용이 문제라기보다는 활용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더 큰 듯 싶다. 정말 이 법안이 정치적 활용의 의도 없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검찰과 경찰이 진실로 개인의 모독에 관해 정의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이 우선되어야 이 법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5. 역사학자들의 입을 막지 말고 다양한 이견 표출되어야 /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한 단체가 “교과부가 권위주의 시대의 정부처럼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둘러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설명하고 반대 의견도 설득하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여 불량교과서를 확실하게 수정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현재의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적이아서 학생들의 역사교육 지침서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단체다.
 
그러나 이 단체의 발언만을 놓고 본다면 맞는 말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정부처럼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둘러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반대의견도 설득하면서.... 공감하는 말이다.
 
그러나 교과서 수정 문제는 국민적 동의에 앞서 진지한 학계의 연구와 고찰이 필요한 항목이다. 정치적인 방식의 압력행사나 불매운동보다는 지금은 학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어느 편에서 교과서를 바라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들을 제대로 연구하고 그것에 대한 이견들을 폭넓게 공개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라고 하는 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 사상에 따른 이념에 따른 판단이 아닌 객관적이고 논증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전 국민이 이념을 기준으로 싸울 것이 아니라 역사학자들을 진지한 토론과 그 역사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중요하다.
 
교과부나 교과서의 수정을 어떤 방향이든 원하는 집단이 있다면 우선 중요한 건 학자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고 조금 더 차분하게 사회적 합의를 모아나가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사회적 합의. 어떤 대상과 어떤 수준으로 어떤 내용의 결정을 내려야 할 지는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앞에서 열거한 정책들의 합의대상은 사실상 전 국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는 말이 있다. 흥정을 할 때 어떤 것을 얻고자 하는지를 정확히 하면 흥정의 기준이 생긴다. 이 시점에 일본 경제학자 가네코 마사루 일본 게이오대 교수(경제학)의 말을 이 정부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계 동시불황이 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불가피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간, 국가간 격차를 축소하는 것은 단순히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불황 극복을 위한 방안이다. ”
위기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 계층간의 격차를 축소하는 것은 방안 차원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즉 흥정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즉 정책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18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정책들도 대부분 법의 형태로 정리되고 모두에게 적용되어 질 것이다. 정책, 누구를 위해 어떤 수단을 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왈가왈부(曰可曰否) 해 보실래요?

 

정부 정책에 대해 같이 왈가왈부 해 보고 싶지 않으세요?

정부주요 정책에 대한 생각을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여하신 분들은 년 4회 정부주요정책에 대한 설문을 받아보시게 되며 설문결과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발표하는 [MB정부행복지수]로 정부와 각 언론사에 배포됩니다.

 

* 지난 9월에 발표된 MB행복지수 보러가기

 

참여의향이 있으신 분은 메일 action@action.or.kr로 <정책평가단 참여>를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정책모니터를 위한 자료와 설문지를 보내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시민행동 정책실 블로그에 동시게재됩니다. 


태그:#시사, #정부정책, #사회적 합의, #정책평가, #왈가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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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감시운동, 정보인권운동, 좋은기업만들기 운동을 중심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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