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바이> 포스터 영화 <굿' 바이> 포스터

▲ 영화 <굿' 바이> 포스터 영화 <굿' 바이> 포스터 ⓒ (주)케이디미디어

모든 사람 앞에 문이 하나씩 있다. 언젠가 한 번은 열리는 문,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 앞에 있는 문이 언제 열릴지 알지 못한다. 다만 문이 열리면 반드시 그 문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다.
 
문이 도대체 언제 열릴지 모르니 불안해서 전전긍긍하며 문만 바라보며 살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열릴 문, 언제 열리든 무슨 상관이냐며 문이 없는 척 모른 체하며 살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문이 열리는 그 순간까지 정성껏 열심히 살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 문으로 들어설 것인가. 영화 <굿' 바이>를 나는 문(門)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봤다.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인 '다이고', 어느 날 갑자기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면서 졸지에 직장을 잃고 새로 첼로 사느라고 진 거액의 빚만 눈앞에 남는다. 살 방도가 막막해진 다이고는 이해심 많은 아내 '미카'와 함께 고향 마을 어머니가 살던 집으로 간다.
 
언제까지 백수로 지낼 수는 없는 일. 연령 불문에 고수익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찾아간 한 사무실에서 면접을 보니 그 자리에서 당장 합격이다. 그런데 글쎄 그 일이란 것이 그냥 '여행 도우미'인 줄로만 알았는데, 앞에 '영원한'이란 말이 붙는 여행 도우미였다.
 
다이고가 해야 하는 일은 일본에서는 납관(納棺),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는 입관(入棺)을 포함해 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뒤에 옷을 입히고 염포로 묶는 염습(殮襲)을 하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장의사, 염쟁이라고도 했고 요즘은 장례 지도사라고 부르는, 바로 그 일이다. 
 
한 번도 생각해본 일 없는 일에 맞닥뜨린 다이고. 도저히 해낼 것 같지 않은데 숙련된 '납관사'인 사장이 엄숙하고도 온 정성을 다해 돌아가신 분을 모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는 마음이 달라진다. 다이고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이 일에 빠져든다.
 
영화 <굿' 바이>의 한 장면 정성을 다해 이곳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보살펴 주는 '다이고'.

▲ 영화 <굿' 바이>의 한 장면 정성을 다해 이곳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보살펴 주는 '다이고'. ⓒ (주)케이디미디어

 
영화는 시신의 마지막을 깨끗하게 보살펴 관 속에 넣는 과정을 소상하게 보여주는데, 물론 우리나라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납관'이라는 일에 대한 가족이나 주위의 편견과 오해, 다이고 개인의 어린 시절 상처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무거운 듯하면서도 간간이 웃음을 짓게 하며 영화는 이어진다.
 
억지로 첼로를 배우도록 강요했던 아버지, 여섯 살에 집을 나가 얼굴조차 기억할 수 없는 아버지,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 그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납관'을 끝내자마자 배가 고프면 곧바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인간이란 존재…. 이 모든 것이 골고루 섞여 영화는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다이고가 '납관사'가 된 것은 정말 운명이었을까. 영화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한다. 비록 문을 사이에 둔 만남이긴 하지만.
 
화장장의 화부(火夫)인 동네 아저씨는 화장로 안쪽에 서서 스위치를 넣으며 '죽음은 문'인 것 같다고, 그래서 떠나는 사람들에게 늘 말한다고 했다.
 
"잘 가시오. 우리 다시 만납시다!"  
 
일을 그만두려는 다이고에게 다이고의 상사이자 사장인 선배 '납관사'는 자신은 아내의 죽음 이후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면서, 엉뚱해 보이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위해 먹는 것도 결국은 다른 동물들의 죽은 몸. 어차피 먹어야 사니까 맛있는 것을 먹어야지!"
 
이쯤 오면 죽음이란 것이 너무도 자연스런 일이어서 '납관'을 끝내고 와 둘러앉아 먹는 닭튀김은 진미 중의 진미이다. 우리가 먹는 닭튀김은 닭의 '죽은' 몸인데 말이다.
 
영화 <굿' 바이>의 한 장면 주인공 '다이고'에게 첼로는 무엇일까...

▲ 영화 <굿' 바이>의 한 장면 주인공 '다이고'에게 첼로는 무엇일까... ⓒ (주)케이디미디어

젊은 다이고가 방황하고 당황하고 좌절하고 고민할 때 인생의 선배들인 화장장의 인부 아저씨나 선배 납관사는 그 고뇌의 깊은 속내를 이미 헤아리고 있다. 인생의 나이테같은 것이리라.
 
인간은 누구나 문 앞에 서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조금 더 일찍 깨달은 선배들은 다이고에게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참고서를 내민다. 제대로 된 답을 찾는 것은 물론 다이고의 몫이다. 인생의 답이야 다 각자가 찾아서 적어 넣는 것이니, 나이 듦이란 것은 참고 자료 정도 내밀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귀한 일이다. 
 
다이고는 앞으로 전문 '납관사'의 길을 걸으며 첼로도 다시 켤 수 있을 것이다. 억지로 시작한 첼로였지만 그의 인생의 일부였고, 그 안에는 아버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며 울었고, 또 중간 중간 웃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보게 해주는 영화. 삶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져 있으며 내 앞에 놓인 문 앞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 그래서 혼자 이 영화를 "2008년 유 경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다.  

덧붙이는 글 | <굿' 바이 good & bye / 일본, 2008>(감독 : 다키타 요지로 / 출연 :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야마자키 츠토무 등)

2008.11.16 16:4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굿' 바이 good & bye / 일본, 2008>(감독 : 다키타 요지로 / 출연 :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야마자키 츠토무 등)
굿' 바이 굿바이 죽음 입관 납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